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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Oct 19. 2020

환불원정대와 싱어게인을 보다가.

나이, 현역, 질투, 노력들 인간사


주말에 재밌다는 예능을 몰아봤다.

환불원정대 음악이 뜬 것을 듣고 예능보기도 전에 너무 좋아서 계속 듣다가 마음먹고 '놀면뭐하지'를 정주행했다.

토요일 방송분까지 쭉 다 보고 음악중심영상까지 보고 정말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1. 임신준비에 당당한 이효리

 과거 연예인들은 방송에 휘둘렸다. 모든 사람들이 직장에 휘둘리고  직장 스케줄에 자신을 끼워맞춘다. 가끔 난임으로 시술을 받는 분을 볼 때,  그리고 임신 후 무거운 몸으로 출근을 할 때도 본인자신을 일보다 더 높은 우선순위로 놓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그런데 이효리는 아직 임신한 것도 아닌데. 임신을 계획하고 있으니 모두가 이해하라고 말하고, 나는 제주도에 남편이 기다리고 있으니 오늘 들어갈 거라고 말한다.  40대란 어떤 나이일까. 어떤 이는 이제사 아이를 갖냐고 핀잔하기 좋은 나이다. 하지만 지금껏 가지지 않은 것만큼 가지는 것에 당당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하다. 물론 아이가 왜 없냐는 선넘는 질문에 대한 방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기준을 넘어가려고 하지 않는다면 개인의 브랜드 파워와 좋은 방송국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해도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할 수  없었지 않을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2. 목소리에 자신감을 잃은 엄정화와 화사

 모든 것을 가진 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된 사람은 마음이 어떨까. 엄정화는 나이 먹는 것에서 오는 상실감을 끊임없이 느꼈고 체계적인 준비를 받지 못했던 실력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병으로 한순간 없어진 자신에 대한 믿음이 금이 간 혼란 상태. 예능이지만 20년 넘게 함께한 좋은 사람들은 그녀가 다시 일어나게 노력해주고 영화처럼 그녀는 녹음을 마친다.

 예전이라면 그저 감정적 유흥으로 소비했을 타인의 스토리에 공감가는 것은 나 역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린 적이 많아서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쉽게 어린 시기가 지나가고 무언가 증명해야하는 (아니, 정확히 말하면 증명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시기에 접어들었다. 내 능력도 어쩌면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은 적도 없고 누가 인증서를 준 것도 아니기에 불안감에 공감가는거 아닐까, 그저 기록했기에 박수를 받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사람이기에 자라난 여러가지 마음이 항상 충돌한다. 정작 내 실력은 어딘가 다쳐서 가장 좋아하던 음역대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 항상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애쓰게  된다. 요즘 나의 큰 고민과 맞닿은 지점의 문제다.

 화사의 녹음실 풍경은 40대 이효리, 50대 엄정화와 달랐다. 어리고 프로듀싱도 필요없는 현역 천재. 과연 화사는 나중의 50대의 자기자신에 대해 상상할 수 있을까?

 얼마전 '젊음이 묻습니다'에 인터뷰에서 천재를 만나서 열등감을 느낄 때가 없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질투를 인정하고 나도 따라가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저 방송이 나가고 엄정화와 이효리는 화사의 녹음장면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화사를 노래로 이기려고 들었을까? 아님 질투도 하나 없이 박수쳐주고 끝낼 수 있었을까? 그저 나이먹었고 선배이기 때문에??

  불현듯 가장 건강한 결론은 자신과 비교하지 않는 것뿐이란 생각이 든다. 정말 어려운 말이지만 사실 유일한 해결책은 나의 단점에는 스스로 믿음을 주고 해낼 수 있다고 하는 것뿐이다. 엄정화는 엄정화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목표일 뿐이다. 조급한 마음을 달래는 것은 서로의 다른 타임라인을 동시간대에 비교하지 않는 것뿐이다. 명확한 건 화사는 자신의 삶을 살 뿐이니까.


3. 이효리와 김종민의 삶의 태도

 어릴때부터 치열하게 싸워가며 top의 삶을 살아온 이효리와 져주고 꾸준한 협의 끝에 대상까지 탔던 김종민. 누가 뭐래도 다 우리나라 top급 연예인이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둘은 삶의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누군가에게 왜 지지 않으려할까를 생각하는 이효리를 보면 나를 보는 것 같다. 난 종종 나 자신에게도 지지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김종민처럼 사회와 세상에 싸우지 않고 사는 삶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 태도는 그의 진심과 맞닿아 있을까? 그는 정말 편할까?? 

 지금껏 회사생활하면서 깨달은 것은 나는 할 말은 해야하고 아는 것은 안다고 말해야하고 주장하는 것은 어쨌든 말은 해봐야한다는 것.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묻는 것에 솔직하지만 이미 아는 것을 말하는 모습에서 아니꼽게 보는 사람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에게 이해받고 또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지만 그조차에도 더 기대하는 내안의 어린 아이와 선배다움과 겸손 등 유교적 덕목으로 자책하는 유교걸이 계속 왔다갔다한다. 그냥 모두 다 소위 계급장 없이 그져 자기자신일 뿐인데.. 그 안에서 나는 항상 무언가에 지지않으려고 애쓰는 걸까. 싸우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은 또 다른 싸움이지 않을까. 어려운 질문이다.





여러가지 감정이 내 머리속을 헤집으며 온갖 감정을 빚어낼 때, 방송의 정주행이 끝났다. 다시 보기가 꺼지고 돌아온 채널에서 이승기가 노래를 했다.

'싱어게인'이라는 새 예능의 티저였다. 나와 동갑인 이승기는 어느새 예능인이 되었고 종종 찾아듣던 노래가 안들리기 시작했다. 워낙 예능을 잘하니까 모두가 그 쪽에만 캐스팅하고 .. 듣기로는 노래에 대한 애정은 여전했다고 들었었다.

 타인이 원하는 것에 애쓸 때 나의 본질은 줄어들 때가 있다. 본질에 충실해야한다. 그게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열심히 일해야할 때다.  추억이 아닌 현실의 일을 애정해야할 때다. 이승기가 MC긴 해도 노래하는 프로그램에 나온 것이 너무 기쁘다.


https://youtu.be/64VGXopH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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