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넘어도 유치한 어른들 이야기
이십대 초중반에 만나
어느새 삼십대 초중반의 우리들-
10년이란 세월동안 어설픈 연락만을 하다가 올해는 한 가정의 집들이로 둘러 앉았다. 어느새 취업을 해서 직급들도 있고 유부남 유부녀가 됐고 심지어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사람까지 인생의 대소사를 지나간 우리들.
눈가의 짙어진 주름이 생긴 한 오빠와 나의 뱃살을 생각하며 서러워지는 것도 잠시. 두런두런 지나간 시간에 대해 따라잡기를 하면서 깨달은 재밌는 사실은 고작 10년가지고는 사람 참 안변한다는 사실이었다.
고작 10년으로는 사람 참 안변한다
20대 때 일찍 오던 사람은 여전히 15분은 일찍와서 기다리고 늦는 순서도 똑같이 늦고. 매번 약속때마다 잠수타던 이 언니는 여전히 이번에도 잠수를 탔다.
농구와 게임을 좋아하던 한 오빠는 여전히 회사에서도 후배들을 불러모아 점심시간 농구를 한단다. 어떤 날은 신나서 다같이 워크샵의 일정을 온갖 팀대항 게임으로 가득 채우기도 했단다.
고급 제품을 많이 알던 언니는 백화점에서 벌써 과장을 달았다. 선물로 향초를 사오라고 했더니 이름도 알지 못한 고급 초를 사오신다. 어쩐지 사람도 더 고급져보인다.
집주인 오빠네 부부는 원래 그의 모습처럼 무언가 우아한 것이 꼭 닮았다. 집조차도 부부의 소박하지만 우아한 모습이 참 닮았다. 한식만 먹던 나에게 수비드 연어 스테이크라니 신선한 충격이었던 상차림만큼 그 집 부부 세련되더라.
막내인 나 역시 유부녀가 되고 회사에서도 나름 근속중이지만 여전히 여기서는 에너지 넘치는 막내였다. 그래 원래 내 역할은 시니어보다는 에너지였지~
연락안된 그 언니도 나타나면 똑같겠지 싶다. 시크한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나타나서 핵심을 찔러줄거야.
그러고보니 나이가 먹는다고 다 변할 줄 알았더니 변하지 않는 것도 있더라. 입맛과 씀씀이는 변했는데 그 변화는 직장에서 버는 돈만큼 변했던 것뿐. 여전히 같은 것을 원하고 어릴 적 사랑하던 것을 사랑한다.
추억팔이가 아닌,
여전히 같은 것을 원한다
사람이 배우고 성장해도 나이가 먹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은 취향인 것 같다.
70대가 되어가는 우리 엄마는 여전히 트윈폴리오는 좋아도 그 시절부터 트로트는 그저 그렇단다. '자전거 탄 풍경'이나 성시경의 노래가 남진보다 더 좋다한다.
슬램덩크가 유행하던 시절 자란 우리 세대 남자애들은 아직도 농구장을 찾지만 어린 애들은 피씨방을 더 찾는다. 더 좋은 게임이 많아도 여전히 위닝을 하고 스타크래프트도 즐긴다.
어릴적부터 전대물을 좋아하던 나는 아직도 파워레인저를 우연히 만나면 그렇게 반갑고 즐겁다. 티비에 다시 나오는 나의 오빠들 젝스키스를 유튜브에서 계속 계속 돌려보고는 한다. 철지난 같은 노래인데 신곡처럼 듣기 좋다. 하지만 난 인피니트나 빅뱅도 좋고
방탄 노래도 즐겨듣는다.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들에 추억팔이 그만 하라며 손사레를 친다. 나 역시도 단지 추억이라고 생각했지만, 추억을 기억하기에 선호한다고 말하기에는 나는 그 엇비슷한 것도 여전히 좋아한다.
초딩시절, 나도 30대가 되면 우아한 옷을 입고 트로트를 좋아하게 될까봐 겁내던 걸 떠올리면 참 미안하게 됐다. 난 아직도 테니스스커트를 입고 애같은 후드티에 스니커즈도 신는다. 단지 가는 곳이 학교가 아닌 회사일 뿐.
그저 취향은 변하지 않았다. 나이와 함께 시간과 함께 날아가버리지 않았다.
사실 변할 필요도 없고 변할 이유도 없었다. 고작 케이블티비가 스마트폰 유튜브로 바뀐 정도일 뿐. 나는 항상 그대로다.
그러고보면 사람 마음이 어른이 되지 못한다는 건 이런 착각에서 나온 건 아닐까. 그걸 굳이 어른 흉내라고 타인을 흉내낸다고 더 성숙해지는 것도 아닐텐데.
나이에 맞게 달라질거라 여긴 것이 더 우수운 일이라 생각하니 내모습이 참 귀엽다. 반갑고 예쁘다.
그리고 참 고맙다. 나답게 살아가줘서.
참 고맙다.
나답게 살아가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