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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소한 기억 Apr 03. 2018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미국 학교의 학생 지원

첫 번째 미션. 지도교수님과 상담 후 수강 신청하기

집 구하기라는 가장 급한 발등의 불을 끄자마자 학교에 적응하는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과 가장 다른 부분은, 지도 교수님과 상담을 한 다음 시간표를 짰던 부분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목들을 우선적으로 신청해야 한다. 그러나 필수 과목이 너무 많으면 해당 학기가 너무 힘들어진다. 또 과목에 따라서는 미리 다른 과목을 이수해야만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교수님께서 학생의 상황에 맞추어 적절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조언해주는 것이다. 

내가 관심 있는 과목에 대해 물어보면, 교수님께서 어떤 내용을 배우게 되는지 해당 과목이 선행 과목이 필요한 과목인지 설명해주셨다. 이 상담을 통해 학생은 해당 과목에서 어떤 내용을 배우는지 더 자세히 알 수 있고, 교수님은 학생의 관심분야를 더 자세히 이해하게 된다는 점이 좋았다. 

이런 상담이 모든 학생에게 제공되는 것인지 혹은 외국인 학생이기에 제공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짧은 기간 안에 졸업학점을 이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지원이 있다는 점이 참 고맙고 유용했다. 특히 나의 경우에는 공동 학위제를 이수는 하는 학생이라, 다른 학생들과 필수 과목의 종류와 개수가 달랐다. 한국에서는 이런 예외적인 경우에 내가 스스로 찾아서 정보를 확인하고 물어봐야 알려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곳에서는 교수님이 직접 확인하고 알려주시다 보니 시행착오가 적었다.


두 번째 미션. 보스턴에 적응하기

학과에서 학교생활에 대한 정보는 물론 보스턴에서 생활하기 위한 팁을 전담 교직원이 세세하게 알려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개강하자마자 학교에서 외국 유학생을 위해 보스턴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는 특강 프로그램을 준비해주었는데, 보스턴의 날씨를 대비하는 방법부터, 늦은 밤에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팁까지 내용이 다양했다. 그때 들었던 팁들의 일부를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보스턴 대학생활의 팁#

보스턴의 대학생이라면 한 달짜리 정기권 교통카드(Charlie Card)를 끊을 경우 저렴하게 보스턴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보스턴의 대학 도서관들은 가까이에 있는 대학들과 상호대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우리 학교 도서관에 원하는 책이 없고 옆 학교 도서관에 있다면, 상호대차 프로그램을 통해 빌려볼 수 있다.  

보스턴의 가을 날씨는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므로, 낮에 덥더라도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서 입는 것이 좋다. 

보스턴의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오므로, 눈 오는 날씨에 대비할 수 있는 두꺼운 외투와 신발이 필요하다.

내가 다니던 Simmons College의 경우 바로 옆에 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이 있었는데, 같은 구역에 있는 학교여서 무료로 입장이 가능했다!

보스턴 지역의 대학교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긴급 이메일 연락망이 있다. 보스턴은 미국 내에서도 비교적 치안이 좋은 편이지만, 그래도 늦은 시간에는 인적이 드물고, 강도 사건이 종종 발생했다. 그래서 보스턴 지역의 대학교들은 특정 지역에서 강도 사건이나 소매치기 사건 등 치안에 위협이 되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공동 이메일 연락망을 통해 학생들에게 위험을 알리고 해당 지역을 가게 될 경우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밤에 이어폰을 끼고 이동하는 것은 위험하다.

영어 작문 과제를 할 때 첨삭을 해주는 라이팅 센터를 적극 이용하면 좋다.


특히 긴급 이메일 연락망이 생각보다 유용했는데, 한 달에 한두 번은 이메일로 근처 대학의 학생이 밤에 강도를 당했다거나 공격을 받았다는 메일이 왔다. 보스턴에 살면서 해가 지면 인적이 매우 드물어 지므로, 자연스럽게 어두운 밤이나 늦은 시간에는 외출을 할 일이 거의 없었지만, 그런 메일을 받을 때마다 해당 지역에 가지 않도록 주의하곤 했다. 미국의 치안이 한국보다 안 좋다는 생각을 하는 한 편, 학교에서 학생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다양하게 신경 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후에도 학교에서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해 찰스 강 선셋 유람선을 타는 프로그램도 준비해주었다. 사실 유람선 티켓이 그리 비싸지는 않다. 하지만, 그보다는 학교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보스턴을 좀 더 알게 되고, 학업 뿐만 아니라 보스턴이라는 새 이주지에서의 생활에 적응하도록 돕는다는 느낌이 좋았다. 

학기 중간 즈음에 학과장님과 학생 지원 전담 교직원 분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를 마련해서 생활에 불편한 점이 없는지 물어봤다. 식사 한 번 이었지만 학교가 외국인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세심하게 챙겨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보스턴 선셋보트에서 본 보스턴 도심


세 번째 미션. 수업과 과제에 익숙해지기

미국에 가기 전에 가장 걱정했던 것은 역시 영어로 된 수업을 얼마나 잘 따라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많은 유학생들이 유학가기 전에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영어를 잘 하지도 않고 유학에 필요한 토플 점수도 간신히 맞춘 터라 걱정을 많이 했다. 

놀랍게도 교수님들이 강의해주시는 내용은 생각보다 매우 잘 들리고,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분명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도, 수업 중간중간 즉석에서 이루어지는 토론시간이 되면 토론의 주제를 놓치기도 하고, 함께 수업에 참여하는 친구들의 말이 빨라서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아는 단어들이 들리니까 이해가 되는 거 같아 하고 생각하는 내 마음과는 달리 한 70% 정도 이해하는 상태로 수업을 듣다 보니 세세한 부분에서는 놓치는 부분들이 분명 존재했다. 내 경우에는 사전에 교수님의 허락을 받고, 녹음기로 녹음을 한 다음 나중에 다시 듣는 방식으로 놓친 부분을 메꿔나갔다.


녹음을 하는 방식도 장단점이 있었다.

나는 필기내용과 녹음 내용이 함께 저장되는 기기를 사용했는데도, 나중에 녹음 내용을 들으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생겼다. 현장에서 칠판이나 ppt와 함께 들은 수업 내용을 녹음과 필기만으로 복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한편으로는 어쨌든 녹음을 하고 있으니, 수업 중간 중간 집중력이 떨어지는 순간에도 나중에 녹음한 것을 들으면 되겠지하고 안일한 마음이 들 때가 있는 것이다.

그래도 잘 이해가 안되던 부분을 나중에 다시 들을 수 있는 것은 분명 좋은 점이다.


내 생각을 말해야 하는 시간도 많았는데, 가끔은 내가 하는 말을 이 친구들이 제대로 이해하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말하면서 눈을 마주치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므로, 이해했겠거니 생각하는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 들었던 수업들은 대부분 중간 기말 시험을 보기보다는 장문의 라이팅으로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아서, 많게는 매주 적어도 2-3주마다 레터지로 3장에서 10장 분량의 라이팅 과제가 나왔다. 이런 과제들은 대게 문서로 어떤 내용을 어떤 형식으로 담아야하는 지, 과제의 목표가 무엇인지 자세하게 제공된다.

기말까지 긴 분량의 과제가 나올 경우 대부분 초고나 중간 결과물을 제출하게 되어있고, 그에 관한 피드백을 받아서 수정해 기말 과제를 준비하는 식이었다. 영작이 능숙하지 않다 보니 남들보다 과제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당연했고, 따라서 수업을 듣지 않는 시간에는 늘 과제를 하게 되었다. 

비슷한 과제를 한국에서도 많이 했었는데, 한국에서는 대게 중간이나 기말까지 1회성으로 제출하고 그를 통해 평가받았었다. 반면 이곳에서는 중간에 여러 번 과제를 제출하게 되어있으니, 과제 준비를 더 꼼꼼하게 된다. 기말 과제의 경우 대부분 중간 제출분에 대해 교수님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데, 이 피드백을 반영해서 과제를 보완하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좀 더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다.

 

작문 과제를 할 때 영어 표현에 미숙한 점이 많다 보니 학교 내에 있는 라이팅 센터를 자주 이용했는데,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예약하고 방문해서 첨삭을 받는 형태였다. 라이팅 센터의 경우 외국 유학생도 많이 이용하지만, 학부생들도 많이 이용한다. 단순히 문법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과제의 기승전결이 적절하게 구성되었는지 주제나 흐름이 어색하지 않는 지 봐주므로 영어가 익숙하다 해도 한번쯤 이용해보면 좋을 것이다. 한 번은 차례를 기다려 첨삭을 받는데,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가 첨삭자였다. 아무래도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에게 첨삭을 받는다는 것이 민망한 기분이 들었는데, 그 친구도 조금 어색해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도 꼼꼼하게 봐준 친구 덕에 그 과제는 좋은 점수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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