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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강민 Salawriter Mar 21. 2019

마흔셋에 작곡을 배우기 시작했다.

싱어송라이터의 꿈. 뒤늦은 도전의 시작

작곡을 배우기 시작했다. 마흔셋의 나이에.

갑작스러운 계기가 있어 시작한 건 아니고, 사실은 20년 동안 묵혀 두었던 꿈 때문이었다. 부르고 싶은 노래를 직접 만들어 부르는, 싱어송라이터라는 꿈. 감성적이면서 흥이 넘치는 편이라, 초등학생 시절부터 교실 앞에 나가 노래를 곧잘 불렀고 회사에서는 큰 행사의 특별 무대랍시고 공연을 하기도 했다. 마이크를 잡을 기회 앞에서는 주저하지 않았으니, 노래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편이다.


아이가 셋이 되고, 가장으로, 직장인으로 살고 있다. 여기저기에 글을 쓰면서 자칭 작가에서 타칭 작가님으로 넘어가고 있기도 하다. 그렇게, 해야 할 역할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도 하면서 살고 있지만 음악은 항상 인생에 언제까지나 남아 있을 숙제처럼 느껴졌다. 음악 해야 되는데... 그러던 어느 일요일 아침에 문득 생각이 들었다.

'작곡을 제대로 배워볼까?'


작곡을 안 했던 건 아니다. 기타를 치면서 조금씩 시도는 해 보았지만, 아무리 해 보아도 동요 같은 노래밖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만들고 싶은 노래는 포크나 R&B 발라드 같은 곡인데, 꿈과 현실의 격차를 매번 실감하며 기타를 놓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타고나지 않아서 일까, 아니면 지식이 없어서 일까? 그리고, 동요를 만들었더라도 악보로 옮기지 못하고 녹음 파일로만 가지고 있으니, 이런 기술적인 한계도 불만 중에 하나였다.


그러던 와중에 전문가에게 작곡을 배워보면 어떨까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집 근처부터 시작해서 실용 음악 학원을 찾아보고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가까운 곳에 더 잘 가게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집 가까운 곳은 한 명이 운영하는 소규모가 대부분이고, 동영상과 같은 소개 자료를 보니 내가 하고 싶은 음악과는 거리가 있었다. 강사와 커리큘럼이 다양해서 선택할 수 있는 곳은 규모가 있는 학원이었고, 통근 경로에 있는 대학로의 학원을 택했다. 과정은 크게 입시반과 취미반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수강생의 대부분은 음악을 전공으로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하고자 하는 입시생들이었다. 수업을 한 달 정도 다니면서 나처럼 나이 든 수강생은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수업은 주 1회의 개인 레슨이며, 3개월 등록 할인을 받으면 50만 원을 조금 넘는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한 번 배워두면 평생 음악을 만들 수 있으니 1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기초부터 고급 과정까지 배워 볼 계획이다. 오랫동안 생각만 하다가 실행에 옮긴 만큼, 도중에 멈추어 다시 기회를 기다리는 일 없이 한 번에 제대로 배워보려고 한다.


수업은 이론 설명과 기존 음악 분석, 그리고 숙제 검사로 진행이 된다. 숙제는 작곡이다. 첫 시간 숙제로 두 마디 작곡, 그다음 네 마디, 여덟 마디로 늘여가다 보니, 한 달 만에 1절이 완성되어 가고 있다. 곡의 수준, 노래가 좋고 안 좋고를 떠나, 동요가 아닌 대중음악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재미있기도 하면서, ‘이걸 왜 이제 시작했을까?’와 ‘이제라도 시작한 게 어디야.’라는 생각을 번갈아 한다.


그 일요일에 생각이 떠올랐을 때, 만약 다음에 한 번 알아보자고 미루었다면 과연 언제 시작할 수 있었을까? 시작은 했을까? 이제 시작했을 뿐이지만 마흔셋의 나는 싱어송라이터에 무척 많이 가까워져 있다. 아직 시작하지 않았을 나에 비하면.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omn.kr/1hx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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