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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강민 Salawriter May 30. 2019

[칠순 여행] 교토/오사카 3일-산책 명소를 거닐다.

키요미즈데라, 긴카쿠지, 철학의 길, 아라시야마

키요미즈데라, 긴카쿠지, 철학의 길, 아라시야마

어머니 칠순 기념으로 친척 어른들과 함께 한 3일 동안의 교토/오사카 여행의 여정을 기록합니다.


[여행 2일 차] 2019년 4월 15일, 월요일, 맑음


키요미즈데라(淸水寺, 청수사)


교토에서의 첫 번째 아침이 밝았다. 어제저녁에 사 둔 도시락으로 직접 차린 조식 뷔페로 든든하게 식사를 했다. 3일의 일정 중 가운데 날은 순수하게 여행만 할 수 있는 유일한 날이면서 짐도 숙소에 두고 다닐 수 있으니 마음도 몸도 가볍다.


숙소에서 가까운 큰길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첫날에는 기차로만 이동을 했었고, 교토 안에서만 이동하는 둘째 날은 노선이 잘 계획되어 있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곧 도착한 버스에 올라 첫 여행지인 오토와산(音羽山) 중턱의 절벽에 위치한 사원, 키요미즈데라로 향했다. 절벽에 걸쳐 놓은 듯한 본당을 멀리서 바라보는 풍경, 본당의 마당에서 교토 시내를 내려다보는 풍경이 장관이어서 여행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방문지로 꼽히는 곳이다.


키요미즈데라로 오르는 참배길의 시작


날 밝은 교토의 골목, 건물, 나무, 사람들을 구경하며 20분 정도를 달려 키요미즈데라 아래의 키요미즈미치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사찰로 향하는 참배길을 오르는 사이에 나란히 늘어선 음식점, 공예품 가게, 기모노 대여점 등을 구경하기 바빴다. 중턱 즈음 올랐을 때 학생들이 모여 있는 가게가 눈에 띄었다.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고 갈까요?”

여행 중에 먹는 재미가 빠질 수 있을까? 가던 길을 멈추고 말차 아이스크림과 두부 돼지고기 만두를 먹으며 잠시 쉬어 간다. 70대, 60대 어른들도 10대 학생들도 맛있는 것을 먹는 순간의 표정에는 닮은 구석이 있다. 어쩌면, 오랜 시간 동안 자식들에게 양보해 오신 어른들에게 더 특별하고 더 즐거운 순간일지도 모른다. 별 것도 아닌, 아이스크림과 만두를 먹는 순간이라 할지라도.


학생들이 줄 서서 먹는 아이스크림과 만두를 우리도 맛보았다.


입안에 남은 달콤함을 느끼며 조금 더 걸어 오르니 주황색을 입힌 조형물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니오몬(인왕문), 산쥬노토(삼층탑)를 보며 단청으로 장식한 한국 사찰과는 다른 매력을 느껴본다.

단청이 없는 사찰 건물의 낯선 모습


아쉽게도 본당은 50년 만의 지붕 교체 공사를 2017년부터 시작해서 현재는 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사실 공사 중이라는 것을 알고 갔다. 공사 중이라고 해도 키요미즈데라로 오르는 길, 주변의 풍경, 그리고 지금만 볼 수 있는 공사 중인 모습도 봐 두지 않으면 아쉬울 것 같았다.


멀리 공사 중인 본당이 보인다. 어차피 제대로 된 풍경을 만끽할 수 없으니 본당으로 들어가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비 온 다음 날의 하늘은 그림 같고 벚꽃은 눈길 닿는 곳마다 수놓고 있으니 여기에서 한 장, 저기에서 한 장, 작품이 차곡차곡 쌓였다.


공사 중인 본당


*키요미즈데라 홈페이지 https://www.kiyomizudera.or.jp/




긴카쿠지(銀閣寺, 은각사)


올랐던 길 그대로 내려가 다시 버스를 탔다. 다음 여행지는 개인적으로 교토에서 가장 좋아하는 정원이 있는 곳, 긴카쿠지다. 긴카쿠지마에(앞) 정류장까지는 버스로 15분 정도의 거리다. 그래서 같은 날 돌아보기 좋다. 원래의 이름은 히가시야마지쇼지(東山慈照寺)이며, 사원을 지은이의 외조부가 지은 금각사를 참고해서 은각사를 지었다고 한다. 이름과 달리 은각사는 진짜 은빛을 찾아볼 수는 없고 오히려 수수한 느낌의 사찰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모래로 만든 신비로운 형태의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후지산 모양의 모래 더미인 고게쓰다이(향월대, 向月台)와 매일 승려가 정성을 쏟아 결을 내고 있을 것 같은 바다 형상의 긴샤단(은사탄, 銀沙灘)이다. 수수한 정원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비해 이 두 조형물의 이미지는 간결하면서도 강렬하다. 연못 주변을 두르는 길은 산 위로 이어져 정원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까지 올라갈 수 있다.


언덕에 올라 정원을 내려다본다.


긴카쿠지에는 어른들을 무척 감탄하게 만들었던 것이 있는데, 바로 이끼였다. 정원에 빈틈이 없어 보일 정도로 서식하고 있는 이끼는 아무 곳에서나 쉽게 자라는 것이 아닌 만큼, 평소에 쉽게 볼 수 없는 이 풍경에 어른들은 수시로 눈길을 빼앗겼다.


긴카쿠지 정원이라는 작은 세계는 많은 것들을 품고 있다. 오래된 건물, 나무, 꽃, 이끼, 연못, 물고기, 모래, 길, 햇빛... 그리고 그것들은 어느 하나 거슬림 없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좋다. 오고 또 와도 한결같이 좋다.


정원 곳곳이 이끼로 가득하다.




점심, 오멘(おめん) 긴카쿠지 본점의 우동


사실 긴카쿠지를 둘러보기 전에 점심을 먹었다. 때가 되기도 했지만 긴카쿠지를 여유롭게 즐기고 싶었다. 3일이라는 짧은 일정. 그 두 번째 날은 괜히 마음이 바쁘다. 한창 여행 중이니 점심은 간단히 먹기로 하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우동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우리는, 예상치도 못한 우동 맛집 오멘 긴카쿠지 본점의 문을 열었다.


기호에 따라 재료를 넣어서 먹는 우동


오멘의 우동은 특별했다. 따뜻한 물에 우동을 담고, 쯔유(물과 간장을 섞은 맑은 소스)는 다른 그릇에 담아 나왔다. 갖가지 야채 절임을 잘게 썰어 접시에 소복이 쌓아 나왔다. 조린 우엉은 따로 담겨 있었다. 덴푸라(튀김)도 우동 위에 얹지 않고 별도의 접시에 담아 준다. 재료를 조합하는 것은 먹는 사람에게 맡긴다.


간단히 우동 한 그릇 먹으러 들어왔다가 낯설면서도 먹기 전부터 시각적이고 심리적인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상차림에 또 한 번 먹는 즐거움은 시작되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만큼 만족도는 측정할 수 없을 만큼 더해졌다. 우연히 찾게 되는 맛집. 자유 여행으로 느낄 수 있는 맛이다. 정오를 30분쯤 넘겨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대기 중인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런 집을 기다리지도 않고 바로 자리를 잡았었다. 욕심부리지 않아 받은 상일까?


가게 앞의 대기 행렬


*오멘 홈페이지




테츠가쿠노 미치(哲学の道, 철학의 길)


긴카쿠지의 참배길 아래에는 교토의 산책 명소인 철학의 길이 있다. 예전에 유명한 철학가가 산책을 즐겼다고 한다. 이곳에서 우리는 제대로 된 일본 벚꽃을 즐길 수 있었다. 실개천을 따라 양쪽에 산책로가 있고, 이 길의 위에는 파라솔을 받쳐 들고 있는 것처럼 벚꽃이 드리워져 있다.


철학의 길


4월 중순. 슬슬 벚꽃이 지고 있는 이곳에 바람이 분다. 바람을 맞은 벚꽃이 날린다. 눈처럼 벚꽃이 내려 쌓인다. 그 길을 걸었다. 참 좋다. 참 좋아.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다는 건 한참을 걷다 알게 되었다. 그만큼 좋고 참 좋았다. 태어나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꽃이, 냇물이, 잉어가 참 반갑다. 장소가 선사하는 특별함이라는 것일까. 이런 길을 매일 아침 걷는다면 누구든 철학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운이 느껴진다.


철학의 길 위에 드리운 벚꽃


학생들*이 생각보다 잘 따라와 준 덕분에 생각보다 일정에 여유가 생겼다. 무리하게 서둘러 다니지도 않았는데 시간이 남았으니 한 군데 더 구경하기로 했다. 교토의 또 다른 산책 명소인 아라시야마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여행하는 동안, 나는 선생님, 어른들은 학생들이라고 서로를 불렀다.)




아라시야마(あらしやま)


아라시야마에서는 세 가지가 인상적이었다. 숲과 길과 물. 우리나라라고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짧은 외국 여행 일정 동안 그 나라의, 그 계절의 여러 가지 자연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은 큰 덤이다. 더군다나 우리는 대도시를 여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라시야마의 이정표


아라시야마 일대는 크게 한 바퀴 돌 듯 산책하며 몇 군데 장소를 구경할 수 있는데, 숲에서 시작해서 강으로 갈 수도 있고 그 반대로 갈 수도 있다. 버스를 어디에서 내릴까 잠시 고민했다. 숲과 물 중에서 무엇을 먼저 보고, 어디에서 산책을 마치는 것이 좋을지 생각했다. 계획보다 한 정거정 먼저 내렸다. 숲을 택했다.

 

노노미야 신사의 도리이


숲의 초입에는 노노미야 신사가 있었다. 신사 안의 바위를 문지르며 소원을 빌면 1년 안에 이루어진다고 한다. 아쉽게도 우리는 못 보고 지나쳤다. 규모가 작아 아기자기하지만 많은 이들이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적은 흔적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키요미즈데라에서도 보았던 주황색이 도리이*와 사찰 건물의 기둥 등에 입혀져 있었다.
(*도리이 : 일반적으로 신사의 입구에 세우는 전통적인 일본의 문이다. 두 개의 기둥이 서있고 기둥 꼭대기를 연결하는 가로대로 이루어져 있다.)


아라시야마의 산책 명소 치쿠린(대나무 숲)


영화 ‘게이샤의 추억’의 촬영지이기도 한 치쿠린(竹林, 대나무 숲)은 양쪽으로 키 큰 대나무가 늘어서 있는 길이다. 높이 솟은 대나무 아래에는 흙 길이, 위로는 하늘 길이 놓인 풍경이 끝없이 이어질 것 같다. 저물기 시작한 황색의 햇빛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대나무 잎 사이에 나타났다 숨는다.

대나무 숲을 벗어나 흙길을 걸어 내려가면 어느 순간 탁 트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카츠라강이다. 그래. 이 맛이다. 시작점으로 숲을 선택하길 잘했다. 갇힌 곳에서 시작해서 탁 트인 곳에서 마무리하는 산책이 우리에게는 더 큰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무언가 해소되는 느낌이랄까?

“와... 시원하네.”
카츠라강. 멀리에 도게츠교가 보인다.


강가의 벤치에 앉아 잔잔히 흐르는 강물, 그 뒤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산, 그리고 왼쪽 멀리 보이는 아라시야마의 명물 도게츠교(渡月橋)까지 둘러본다. 이 다리는 이준기, 미야자키 아오이 주연의 영화 ‘첫눈’에 등장했다. 강렬한 인상보다는 잔잔한 운치가 있는 아라시야마의 풍경을 영화의 배경으로 깔고 싶었던 감독의 심정을 알 것 같다.

도게츠교는 나무로 되어 있다. 그래서 남다른 촉감을 가진 다리다. 난간을, 기둥을 쓰다듬어 보며 건넌다. 위치에 따라 달리 보이는 아라시야마의 풍경을 만난다. 건너편의 아라시야마 공원에는 벚꽃 구경을 하는 사람들 무리가 곳곳에 보인다.

아라시야마의 도게츠교




야키토리 가게, 카미나리(雷)


아라시야마 공원까지는 가지 않았다. 일본에서의 이틀 째. 조금은 익숙해진 벚꽃은 멀리서 구경하고 저녁에 어떤 맛난 음식을 먹을지 생각해 보았다. 원래 오늘 저녁은 회전 스시를 먹을 계획이었다. 그 또한 일본의 문화 중 한 가지이니까. 어제저녁에 이것저것 사다가 집에서 한 잔 기울인 게 좋으셨는지 스시를 사서 집에서 먹자는 의견이 많다. 편하게 먹을 수 있으니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짧은 일정 중에 식당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얼마 안 되는데 그중 한 군데를 못 간다고 생각하니 아쉬워서 선뜻 마음이 서지 않는다. 문득 지난해 도쿄에서 먹었던 야키토리(닭꼬치구이) 생각이 났다. 닭의 갖가지 부위를 구워서 소금(塩, 시오) 간을 하기도 하고 소스(タレ, 타레)를 발라 먹기도 하는데 식구들이 너무 맛있게 잘 먹었었다.


생각나면 일단 실행한다. 스마트폰 하나면 달나라로 가는 경로도 알려줄 것 같은 세상이다. 찾아보니 어제 내렸던 숙소 근처의 역 뒤에 가게가 하나 있다. 이름이 카미나리(雷), 천둥이다. 강렬하다. 자신감이 넘친다. 마음에 든다. 왠지 맛있을 것 같다. 대형 마트가 맞은편에 있어서 2차와 내일 아침까지 준비할 수 있으니 위치도 만점이다. 전화를 걸어 5시에 예약을 했다. 바로 출발하면 딱 맞을 것 같은 시간이면서 식당 문을 여는 시간이기도 했다. 식당에서 밖에 먹을 수 없는 일본의 대표 메뉴를 생각해 낸 것에 들뜬 나를 보며 저럴 정도인가 싶었을 텐데, 모두 선뜻 가보자고 생각을 맞춰 주셨다. 쉬고 있던 곳도 마침 버스 정류장 바로 앞이었으니, 우리 앞에 가져다 놓은 듯 도착한 버스를 타고 바로 엔마치역(円町駅)으로 향했다.


야키토리 가게, 카미나리


예상했던 대로 가게는 작았다. 과거에 일본은 모든 집들을 골목에 면하게 하는 제도를 시행했는데, 그러다 보니 골목에 면한 폭은 좁고 깊이가 길게 부지를 나누었다고 한다. 골목 면에는 가게를, 가운데에는 마당을 두고 안쪽에 집을 지었다. 그래서 지금도 폭이 좁고 깊이가 긴 건물이 많다. 계단을 둘 곳이나 있나 싶지만 그 안에 기가 막히게 잘 배치하는 것도 오랫동안 이렇게 살아온 이 나라 사람들의 지혜다. 아기자기한 전면의 카미나리에 들어서니 예상대로 아직 손님이 없다. 막 문을 연 가게에 외국인 일곱 명이 들어선다. 낯선 우리 만큼이나 사장님도 낯설었겠지? 같은 동양인이라 해도 이목구비도 옷도 말씨도 다르니, 길에서 지나칠 때와는 다르게 가까이에서는 그 차이가 더 확실히 느껴졌을 것이다. 어느 동네의 평범한 가게니, 외국인들이 이런 곳까지 웬일인가 싶은 표정이 보인 건 기분 탓이었을까?

“일단 생맥주 일곱 잔. (とりあえず、生*七つ 토리아에즈 나마* 나나쯔)”

*나마 비루(生ビール, 생맥주)를 줄여서 나마(生)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일본 가게에서는 음식 주문을 받기 전에 마실 것부터 물어본다. 이자카야와 같이 술 한 잔 하는 가게에서는 이렇게 우선 생맥주부터 시킨다. 일단 약한 술로 시원하게 한 잔 하는 것인지 이유를 물어본 적은 없지만, 아무튼 일단 소맥 한 잔부터 말고 보는 우리와는 다른 문화다. 여기는 일본이니 일단 생맥주 한 잔 씩 하기로 했다.

야키토리와 시원한 생맥주


심장, 모래집, 허벅지, 날개, 간, 표고버섯, 마늘... 정말 이것저것 시켜 보았다. 지금 아니면 이 집에 다시 올 일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실컷 맛보고 싶었다. 처음에는 “시오”로, 나중에는 “타레”로. 맛있다. 자신감 넘치는 가게 이름이 괜한 것이 아니었다.

연이어 나오는 꼬치에 끼워진 작은 덩어리들을 아래로 밀어 빼낸다. 하나씩 입으로 가져가, 어떤 맛일까 궁금해하며 한 번, 두 번 씹다 보면 뒤늦게 따라오는 처음 느껴보는 맛. 그런 경험을 차례차례 하는 동안, 거기에 곁들이는 시원한 맥주에 기분 좋은 포만감이 점점 올라온다. 그러는 사이에 또 참 많이도 웃었다.

“시끄럽게 해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해.”

너무 실컷 웃고 떠든 게 마음에 걸렸는지, 사장님께 인사를 전하라고 계산대로 향하는 나에게 부탁을 하신다.

“시끄럽게 했습니다.(お騒がせしました。오사와가세시마시따.)”


인사를 건네니 기다렸다는 듯이 답이 돌아온다.

“감사합니다.”
“와! 감사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우리말도 외국에서 현지인에게 들으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가게를 나서는 순간까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마트 장보기 & 파티


1차를 일찍 시작했더니 밖이 아직 환했다. 큰길 건너 마트로 향했다. 안주 거리, 아침 먹거리를 이것저것 담아 본다. 카트 하나로는 모자란다. 언제 또 먹어 보겠냐며 담고 또 담아 본다. 예의 상 거절하고 아끼느라 담을까 말까 하는 것보다 차라리 카트에 척척 담으시는 모습이 더 보기 좋다. 그렇게 해 드리고 싶었던 여행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더 푸짐하게 장을 봐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제는 익숙해진 동네. 헤맬 일 없이 골목길을 왼쪽으로 한 번, 오른쪽으로 한 번 꺾어 집에 도착했다. 어제보다 시간이 반밖에 걸리지 않은 느낌이다. 처음에는 막막했던 것도 알고 하면, 익숙해지면 이렇게 별 게 아니다. 와보지 않았다면 이 낯선 골목길을 이렇게 마음 편하게 걸을 수 있었을까.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가는 푸근함까지 느끼면서.


일본 술, 여러 가지 안주로 파티를 준비한다.


각자 양손 가득 사들고 온 음식으로 상을 차렸다. 어머니의 일흔 번째 생신 파티를 준비했다. 말차 롤케이크를 가운데에 놓고 축하 노래를 다 같이 불렀다. 같은 노래지만 여섯 명이 각각 다른 호칭으로 부른 노래가 우리의 아담한 일본 집 안에 가득 찼다. 마트에서 사 온 일본 정종, 일본 소주 맛을 보며, 어제보다 더 푸짐한 안주를 즐기며 어머니의 특별한 생신 파티가 성황리에 끝났다.

교토에서 보낸 둘째 날. 벌써 며칠을 머문 것 같은 느낌이다. 내일이면 벌써 돌아가야 할 시간. 하지만 크게 아쉽지는 않다. 지난 이틀 동안 남은 기억이 많고, 나눈 이야기는 더 많고, 내일도 우리의 여행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어머니의 칠순 케이크




다음 이야기 : 여행 3일 차의 료안지(용안사), 금각사(킨카쿠지), 교토역


*오마이뉴스 기사로 게재된 글입니다.

*메인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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