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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강민 Salawriter Feb 28. 2020

도리와 격리-코로나19와 가족의 장례식

예기치 못한 상황을 겪는 힘는 시간의 기록

지난 금요일에 대구를 다녀왔다.

지금 세계 곳곳에는 중국 우한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고, 대구에서는 특히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런 대구에 가야만 하는 일이 있었다.


아직 1년이 되지 않은 지난해 봄. 어머니의 칠순을 맞아 외가 어른들을 모시고 일본 교토로 여행을 다녀왔다. 어른들께 항상 받기만 하던 내가 처음으로 드리는 선물과 같은 여행이었다. 그리고, 그 여행길을 함께 걸었던 큰 이모님이 목요일에 지병으로 돌아올 수 없는 먼길을 떠나셨다.




도리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두고 어떡할지 고민하게 될 때가 있다.

어머니의 하나뿐인 언니였고, 어릴 적에 댁에 놀러 가면 곁에 누워 잤던 기억이 날 정도로 나와 가장 가까운 친척 어른의 부고를 접하고 어떻게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여태까지 세상에 있지도 않았던 바이러스라니. 이런 안타깝고 원망스러운 일이 있을까.


빈소에 갈지 말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었다. 전염병이 번지고 있어도, 큰 이모님께 마지막 인사는 꼭 드려야 했다. 형들과 누나에게 위로의 인사도 전해야 했다. 다만, 식구들과 함께 갈지 말지를 두고 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대구로 내려가기로 한 금요일 아침에 회사의 공지 사항이 메시지로 도착했다. 가급적이면 대구, 경북 지역의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것이었다. 부고는 이미 목요일에 팀에 전달을 했고, 대구에 다녀온다면 다음 한 주 이상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다행히 일에 차질은 없도록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혼자 내려가기로 결정을 했다. 집안 어른들은 말렸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니 아무도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하지만 가겠다고 했다. 만류하는 마음을 잘 알지만 나는 가겠다고 했다. 


병은 걸릴지 안 걸릴지는 알 수 없지만, 두 번 다시 할 수 없는 마지막 인사를 하지 못한다면 두고두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남을 것은 알 수 있었다. 도리를 하지 못했다는 마음. 받기만 했던 사랑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한 번 더 전하지 못했다는 마음.


영정 사진에 절을 하고, 친척 형제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그랬지만, 서울로 돌아온 지금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큰 이모를 이제 만날 수 없다는 것이.




격리


대구를 다녀와서 스스로 격리를 하고 있다. 현관에서 가장 가까운 방으로 임시 거처를 정했다. 그리고 몇 가지 원칙과 함께 자가 격리 생활을 시작했다.

항상 마스크를 착용한다. 생활 용품을 모두 분리해서 사용한다. 식사와 잠도 분리한다. 아무 이상이 없지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노력을 해보기로 했다. 아빠의 마음을 알아준 가족을 위해서.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에 먼저 연락을 했다. 아빠가 대구에 잠시 다녀왔다고. 휴원 상태로 잠시 쉬기로 했다. 아이들도 일종의 격리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학원들은 대체로 고마워했다. 말을 해준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바이러스의 확산을 더 이상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된다면, 며칠 앓다가 낫는 감기처럼 일상적인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오늘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일주일 동안 전 직원의 재택근무를 원칙으로 한다는 공지였다. 그리고 몇몇 학원으로부터 당분간 수업을 하지 않겠다는 연락도 있었다.


뉴스를 아무리 봐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일상이 이렇게나 크게 흔들리는 것이.




글을 발행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런 시기에 대구에 다녀온 것 자체로 안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저와 비슷한 상황과 감정을 겪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겪은 힘든 경험을 기록하는 의미에서 글을 공유합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Rudy and Peter Skitterians가 제공한 무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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