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직장 생활에 미친 영향
2020년의 첫 20일 날. 국내에서 코로나19의 첫 번째 확진자가 나왔다. 곧 괜찮아지기를 바랐지만 실제는 마음과 크게 달랐다. 마치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것처럼, 사람들의 숱한 만남의 뒤를 바이러스가 따라다니며 점점 더 많이, 더 멀리 퍼지고 있다. 1이 늘어나도 걱정하던 확진자 수는 이제 단위가 너무 커졌고, 그만큼 우리의 생활도 일상과 너무 크게 달라져 있다.
전염병이 퍼지고, 옆 동네에 확진자가 다녀갔어도 한 달 동안은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일이었다. 그런 바이러스가 나의 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출장이 취소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2월 셋째 주에 일본으로 출장을 떠날 계획이었다. 현지의 기업들과 미팅을 어렵게 잡았고, 항공권과 호텔도 이미 예약을 해 둔 상태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출장이 금지되었던 중국과 달리 일본은 출장 주의 지역으로, 가게 된다면 조심하고, 다녀와서 증상이 있으면 2주 간 재택근무를 하라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었다.
하지만, 2월 3일부터 요코하마항에 정박해 있던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점점 더 많은 확진자가 나왔고,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염려한 회사는 출장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출발 하루 전에 출장을 취소했고, 항공과 숙박의 취소 수수료를 수십만 원 지불해야 했다. 여행 금지 지역이 아니니 우리 사정으로 취소한 건은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것이 여행사의 설명이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닥치니 서둘러 다른 방법을 찾아보았다. 출장을 안 가는 것이지, 일을 안 해도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각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컨퍼런스 콜로(세 사람 이상이 전화로 통화하는 것)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대면 회의보다는 의사소통의 효율성, 정확성, 얻을 수 있는 정보의 깊이에 부족함이 있겠지만 최선의 방법이었다. 한 시간 가량씩 각자 전화기를 앞에 두고 회의를 했고, 다행히 생각보다 좋은 수확을 얻을 수 있었다. 출장을 못 가도 그렇게 일은 돌아간다.
며칠 전, 회사 직원 중에 확진자가 나와서 회사 건물이 폐쇄되었다는 소식을 집에서 전해 들었다. 이미 이번 주는 전 직원이 재택근무 중이다. 30층 남짓한 건물에는 수천 명이 근무하고 있고, 중층에서 근무하는 동료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회사의 담당 조직에서는 서둘러 지난 2주일 동안의 동선을 파악해서 공유했다. 그리고 근무 공간, 회의실, 구내식당에 같이 있었던 직원들을 파악하는 연락이 오고 갔다. 동선이 겹치는 직원들에게는 당분간 자가 격리를 해달라는 메시지가 발송되었다.
일하는 곳에 가지 못하게 되면서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재택근무 첫날 아침. 출근 시간이 없어진 만큼 평소보다 여유 있게 일어났다. 컴퓨터 앞에 앉으니 바로 출근이다. 옷도 모습도 편하게 하고 일을 하려니 낯설다. 컴퓨터를 켜고 클라우드 상의 가상 컴퓨터에 접속한다. 어떤 컴퓨터를 사용하든 상관없이 클라우드 안의 내 업무 공간은 똑같다. 어디서나 회사의 정보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의 편리한 점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회사가 아닌 곳에서 기약 없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편리함을 제대로 느낄 줄을 몰랐다.
다른 점은 일하는 공간의 주변 환경이다. 궁금할 때 바로 펼쳐서 확인하는 자료가 책상 위에 없고, 수시로 끄적거리는 수첩이 없다. 가까이에 없어서 제일 불편한 것은 같이 일하는 동료다. 잠깐 고개를 돌려 상의하면 해결될 일을 두고 메일을 주고받고, 전화를 하고, 여러 명이서 컨퍼런스 콜을 한다. 여러 명이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하다 보니 하루에 적어도 한 번씩은 함께 진척 상황을 확인하고 계획을 상의하기 위해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컨퍼런스 콜로 방향을 잡고 각자 작업을 한다. 보고서의 맡은 분량을 만들면 메일로 보내서 취합하고 완성된 보고서를 메일로 임원에게 보낸다. 그리고 임원과 프로젝트 구성원들 모두가 컨퍼런스 콜로 모여 보고를 진행한다. 다행히 보고는 잘 되었다. 불편하지만 보고서는 또 그렇게 만들어진다.
동료는 경증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고, 건물은 방역 작업을 마쳐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바이러스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아 재택근무를 1주일 더 연장하는 것으로 회사 방침이 정해졌다.
일은 돌아가지만 어렵게 돌아간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서로 떨어져 지내는 것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을 알지만 지금으로는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나처럼 이런 상황이 불편하긴 하지만 크게 상관없는 사람들도 있지만, 집에서 일하면서 안 사 먹게 된 회사 근처의 식당, 통근을 안 하니 타지 않는 대중교통도 누군가의 일터일 텐데 얼마나 영향이 클지 걱정이 된다. 건강을 위해 집에 있는 동안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마음과 사회가 오히려 덜 건강해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이미지 출처 : Pixabay(무료 이미지)
*오마이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166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