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이정표, 업무 계획표
알람이 울립니다. 해제합니다. 다시 눈을 감습니다. 10분 후에 알람이 하나 더 울릴 거니까요.
알람이 울립니다. 해제합니다. 타이머에 5분을 설정하고 다시 눈을 감습니다.
달콤한 잠을 청해 보는 5분. 눈은 감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가 눈꺼풀에 비쳐 보이는 것만 같습니다. 허둥지둥 준비해서 집을 나서면 신호등까지 달려갈 테지요. 초록불이 한 칸 남았더라도 뛰어서 건너야 할 겁니다. 얼마 남지도 않은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추운 겨울날에도 등줄기에는 땀이 흐르겠죠.
'알람을 더 일찍 맞춰 둘 걸. 아니, 하나만 맞춰 둘 걸. 아니, 타이머는 손대지 말았어야 했는데...'
매일 똑같은 후회를 하면서 내일도 일찍 일어나는 것보다 10분만 더, 5분만 더 자는 쪽으로 마음의 이정표가 향할 것 같습니다.
‘운동은 내일부터 꼭 해야지.’
‘게임 딱 한 판만 하고 공부해야지.’
그렇게, 본마음과 다른 미래를 부르는 선택은 참 달콤해서 자꾸 마음이 갑니다.
눈 뜨고 있는 동안 크고 작은 일을 두고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가까운 미래를 움직이고, 먼 미래를 크게 바꿔 놓기도 합니다.
회사에서 가끔 선택 장애를 겪을 때가 있습니다.
'뭐부터 해야 되지?'
수신함에 쌓여 있는 메일부터 확인할지, 보고서를 마저 쓸지, 파트너사와 통화해서 회의 일정을 잡을지... 아니면 일단 커피를 한 잔 할지.
주어진 시간은 정해져 있고, 기다리는 사람들 생각하니 마음만 급합니다. 자칫하면 일을 진행하는데 문제가 생기거나, 같이 일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불편해지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 15분 더 자고 땀나게 뛰는 출근길의 선택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게 하는 것에는 선택의 힘이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도무지 선택하기가 어려울 때, 엑셀 파일 하나를 엽니다. 스스로의 선택을 돕기 위해서 만들어 둔 표가 펼쳐집니다. 아주 간단한 이 표에는 할 일의 내용, 일을 요청했거나 같이 일 해야 하는 사람, 일이 발생한 일시, 처리 기한, 진행되고 있는 상황, 이슈가 되는 사항을 써 놓습니다.
표에는 기억하고, 판단하고, 선택해야 하는 것들을 옮겨 두는데요. 이렇게 적어 두니, 머리로 생각해야 할 일의 일부가 밖으로 나오고 눈에 보여서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푸는데 걸리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먼저 할 일을 선택하기도 한결 쉬워졌습니다. 끝난 일은 글자를 옅은 회색으로 바꿉니다. 회색 셀이 많아질수록 할 일은 정리가 되어 가고, 점점 쉬운 일,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이 남게 됩니다.
우선순위가 높은 일은 이렇게 정해 보았습니다.
시간 : 타이밍을 놓치면 기회를 잃어버리는 일, 검토 기간이 오래 소요되는 일, 기한을 넘기면 처리할 수 없는 일
형태 : 함께 작업해야 하는 일, 다음 사람에게 넘겨주어야 하는 일, 법적 책임이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일
사실 중요한 일은 더 많아서, 가끔은 해야 할 일이 다 0순위일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그때그때 진도가 가장 잘 나가는 일을 붙잡고 달립니다. 막히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른 일로 넘어갑니다.
표에는 언제 어떤 일을 누구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히 쓰여 있기 때문에, 일이 끝난 후에 내용을 정리하면 업무의 매뉴얼이 됩니다.
어차피 쉬운 일은 없고, 한 가지 일만 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그런 만큼 여러 가지 선택지 중에서 “일이 되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면 본마음과 같은 미래를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요?
*기업 웹진에 실린 글입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