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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강민 Salawriter Dec 24. 2019

2019년 연말 정(情)산

돌려받은 것이 훨씬 많았던 시간

그때 저는 노트에 무언가를 쓰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2019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텔레비전에서, 해가 바뀌었음을 알리는 보신각의 종소리를 배경으로 어느 시상식 사회자의 외침이 울려 퍼집니다. 지난해에서 새해로 넘어갈 때 무언가 바람직한 일을 하고 있으면 한 해를 그렇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척을 하고 있는, 일종의 의식 같은 것을 어릴 적부터 해오고 있습니다. 2019년 0시 정각에 쓰고 있었던 글"자"가 효력을 발휘한 것일까요? 회사의 웹진을 통해 달마다 글로 인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이 벌써 올 해의 마지막입니다.


해가 지날수록 시간이 점점 더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요. 이제는 한 달씩 휙휙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돌아보니 매달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이 모여 벌써 열 한 권의 일기장이 기억 보관소에 놓여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더라...?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 한 해를 지내며 느꼈던 마음(情)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일로 만난 새로운 인연


일기일회(一期一會) : 평생에 단 한 번 만남. 또는, 그 일이 생애에 단 한 번뿐인 일임. 사람과의 만남 등의 기회를 소중히 함의 비유(한국한자어사전)


저는 IT 기술로 도시를 똑똑하게 만드는 스마트시티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도시를 위해 일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그 면면이 참 다양합니다. 경쟁자로만 여겼던 다른 회사의 직원, 민간 기업에 속해 있다 보니 만날 일이 없었던 대학교, 연구기관, 공공기관의 연구원과 공무원들. 그리고 그런 일을 하는 다른 나라의 사람들. 피아 식별이 쉽지 않고 시각과 역할이 각기 달라 첫 대면에서는 다가서기를 머뭇거리게 됩니다.


하지만 지향점이 같다 보니 마음의 거리가 금세 좁혀지고 생각과 지식과 경험을 나누게 됩니다. 그런 과정에서 각자가 가진 것과 부족한 것을 발견하고 서로 채워주며 같이 성장합니다. 다음에 만날 때는 표정에 반가움이 더해지고, 나누는 악수에서는 예의보다 정이 더 전해집니다.


맡은 역할에 이끌려 참석한 회의에서 만난 사이지만, 일 하는데 도움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이라는 덤이 더 큰 소득으로 남았습니다.

[김강민님의 2019년 연말 정(情)산 내역(1)]
■ 구분 : 시간 공제
■ 공제 항목 : 회의 참석에 들인 시간
■ 공제 결과 : 소중한 인연을 환급받으셨습니다.




사실은 별 것 아닌 일들


식겁(食怯)하다 : 뜻밖에 놀라 겁을 먹다. (표준국어대사전)


연말이면 등장하는 네 글자, ‘다사다난’함은 올해에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가슴 철렁하는 일도 몇 번 있었는데요, 가을이 끝나가던 11월의 어느 날도 그랬습니다. 중요한 회의가 있어 KTX를 타고 세종시로 출장 가는 길, 한 시간 정도를 달리니 오송역이 가까워져서 내릴 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몇 분 되지도 않는 시간을 남겨 두고 그만… 창 밖으로 오송역 세 글자를 확인함과 동시에 객실을 뛰쳐나갔지만 닫히는 문 사이로 플랫폼 표면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지요. 잠도 덜 깬 채로 낙담하고 있는 저를 곁에서 보고 있던 승무원이 익산까지 가서 돌아오는 기차를 탈 수 있게 안내해 주는 동안에도 머릿속으로는 자책만 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역에서 오송역까지 130km, 오송역에서 익산역까지는 다시 110km를 달려야 했습니다. 먼 길을 돌고 돌아갔지만, 점심 먹고 회의에 참석할 요량으로 한 시간 넘게 여유를 가지고 나섰던 까닭에 다행히도 회의 시간에는 맞출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에는 세상 무너진 것 같았지만, 벌어진 일은 또 어찌어찌 해결이 됩니다.


오송역에서 세종시까지 서둘러 이동하느라 지불해야 했던 총알 택시비는 인생 공부의 학비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김강민님의 2019년 연말 정(情)산 내역(2)]
■ 구분 : 비용 공제
■ 공제 항목 : 쓸데없이 지불한 택시비
■ 공제 결과 : 중요한 깨달음을 환급받으셨습니다. "항상 깨어 있으라."




정산할 것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얻은 것도 많고, 잃은 것 같지만 그런 일에서도 얻은 것이 있는, 대부분 그런 경험들일 것 같습니다.


2019년 한 해. 저는 돌려받은 것이 훨씬 많은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의 연말 정(情)산 결과는 어떤지요?



* 기업 웹진에 실린 글입니다.

* Image by Michal Jarmoluk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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