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강민 Salawriter Nov 25. 2019

여가, 또 다른 꿈을 이루는 시간

40대 직장인, 아들 셋 아빠의 싱어송라이터 도전기

우리에게 보상과 같은 시간


‘일이 없어 남는 시간’. 여가의 사전적 의미인데요. 생각만 해도 참 좋은 시간입니다. 일도 없고 시간도 남는다니요. ‘낮잠을 자볼까? 영화 한 편? 게임 한 판?’ 이런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되는 시간.


사람은 한 명 한 명이 참 다르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요. 여가를 보내는 방법도 마찬가지여서 성향에 따라 제각각인 것 같습니다.

- 평소에 일로 지친 몸과 마음이 쉴 수 있도록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는 방법
- 평소에 일로 지친 몸과 마음 때문에 하지 못했던 것을 몰아하며 지내는 방법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이, 여가를 지내는 동안 우리의 몸과 마음은 생기를 되찾고, 생업으로 돌아가서 지낼 힘을 비축하게 됩니다. 여가가 많으면 참 좋겠지만, 사전은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일을 열심히 빨리 하는 만큼 긴 여가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일 하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보상 같은 여가. 여러분은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작곡을 배워 보기로 했습니다.


저에게 여가는 회사 일과 집안일이 모두 끝나면 얻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결국 아이들이 자는 시간이 온전한 여가인데요. 그렇게 새벽이나 밤에 갖게 된 조용한 시간에 글을 쓰거나, 평소에 메모해 두었던 아이디어를 꺼내 보며 새로운 일을 도모하곤 합니다. 올해 1월 말의 어느 일요일 아침. 작곡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곡 자체를 처음 떠올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스무 살이던 해에 대형 레코드점에서 일하고 싶어 매일같이 찾아갔던 적이 있습니다. 결국 두 달 후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고 음악만을 위한 공간에서 일하던 시간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습니다. 그만큼 음악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는데요. 음악을 들으며 나의 감정과 마주하는 것, 노래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제일 좋아하는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나의 생각과 감정을 그대로 담고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 지더군요. 생각날 때마다 시도는 해봤지만, 마음과는 달리 촌스럽고 단순한 멜로디만 만들어져서 마음 깊은 곳에 접어 넣어 두는 일이 반복되었죠. 그렇게, 천부적인 소질이 없는 저에게 작곡은 오랫동안 간직해 온 꿈같은 것이었습니다.


자율 근무제로 회사를 일찍 나서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가족을 위한 일, 나를 위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길어졌지요. 그런 변화를 실감하던 새해의 마지막 주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올해는 조금 이기적으로 살자. 아빠가 행복하면 가정이 “더” 행복해질 거야.’


회사 일과 집안일 사이의 여가에 작곡을 배워 보기로 하고, 통근 길 가운데에 있는 혜화동의 실용음악학원에 등록을 했습니다.




새로운 도전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은 미지의 장소를 여행하는 것과 닮아서, 시작하기 전에는 설레면서 두렵고, 시작하고 나면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어렵고, 피곤하면서 즐거운 경험이 이어집니다. 첫 시간에, 대중에게 크게 사랑받은 음악의 특징을 배웠습니다. 무릎을 탁 치게 됩니다.

‘이걸 몰라서 안 됐던 거구나!’


식구들이 잠든 어두운 밤. 텅 빈 악보 노트를 펼쳐 놓으니 머리가 텅 빕니다. 딱 두 마디를 만들어 보라는 첫 숙제를 받아 놓고 마음이 어두워집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거야?’


어렵게 두 마디를 만들고 레슨을 받으면서 고쳐 봅니다. 피아노를 칠 수 있으면 작곡이 수월하다고 해서 레슨 시간의 일부를 할애해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느릿한 노래 한 마디 치는 것도 어려우니, 손가락에 장애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됩니다.

‘나… 할 수 있는 걸까?’


1주일에 한 번 레슨을 받고, 일찍 퇴근한 날 학원 연습실에서, 집안일이 끝난 밤 거실에서 숙제를 하며  악보에는 두 마디 씩 음표가 늘어 가고 노래의 윤곽이 잡혀 갑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나 첫 곡을 완성했습니다.




여가를 즐기며 이루는 꿈


학원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가득합니다. 실용음악학원의 수강생은 대부분 고등학교, 대학교를 음악으로 진학하려는 입시생이더군요. 피아노 한 대와 사람 두 명이면 꽉 차는 레슨 룸 수십 개가 빼곡히 늘어서 있는 그곳에서 간혹 보이는 어른들 중 하나로 지내기 시작한 지 8개월이 지났습니다.


저도 나름대로의 열정을 가지고 있지만, 어릴 때부터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을 걸고 이 곳에서 배우는 학생들의 마음의 무게는 나와 비교할 수나 있을까?
남는 시간에 배우는 내 속이 훨씬 편하겠지?’


그렇게 머리가 숙여지는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해 봅니다.

‘즐기면서 하는 나도 만만치 않을 걸?’


6개월 동안의 이론 수업을 들으면서 대중가요 두 곡, 광고 음악 한 곡, 동요 세 곡을 쓸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FLO, 멜론과 같은 서비스를 통해 발매할 수 있는 수준의 음원을 만드는 과정을 배우고 있습니다. 컴퓨터로 악기 연주를 입력하고, 노래를 녹음하고, 곡의 개성을 살리기 위한 효과를 주고, 사운드의 품질을 높이는 엔지니어링 기술을 배우는 이 과정이 끝나면 음원 제작의 모든 과정을 직접 할 수 있는, 이른바 프로듀싱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제 곡을 직접 부르면 싱어송라이터, 줄여서 싱송라가 되는 것이지요.


여가를 이기적으로 쓰기로 한 2019년. 아직 한 해를 다 쓰지 않았지만, 오랜 꿈이 손에 잡히고 있습니다.




직접 쓴 첫 곡에는 오랜 꿈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작업 중인 MR과 가사를 소개합니다.


[꿈, 잊지 않는다면]

작사/작곡 : 김강민


지친 하루의 끝

눈 감으면 다시 떠오르는 오랜 꿈

잊지 않는다면 언젠가 이뤄질 꿈일까?


오랜 방황의 끝에 손 내밀면

나를 일으키는 오랜 꿈

잃지 않는다면 언젠가 이뤄질 꿈일까?


힘겨웠던 날들 지쳐 손 놓아 버렸던

소중한 것들을 다시 꺼내어 보려 해


또 힘들면 그만둘까 하겠지?

또 언젠가 생각나겠지

괜찮아 마음 깊이 잊지 않는다면

언젠가


고된 하루의 끝에 숨 고르고

다시 시작하는 힘을 내

오랜 방황의 끝에 손 내밀어

날 일으킨

오랜 꿈

    


* 기업 웹진에 실린 글입니다.

** 작업 중인 곡을 아래 링크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https://soundcloud.com/dr-sonset





매거진의 이전글 휴식, 휴가. 우리에게 필요한 쉼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