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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강민 Salawriter Aug 08. 2019

휴식, 휴가. 우리에게 필요한 쉼표

일을 잠시 멈추는 것의 의미

작은 쉼표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두 달쯤 되었을 때였습니다.

하루 종일 노트북 모니터를 쳐다봐서인지 오후만 되면 눈이 뻑뻑하고 뜨고 있기가 힘들 정도로 얼마나 불편하던지요. 괜찮아지기를 기다려 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안과를 찾았습니다. 안압부터 시작해서 검사를 다섯 가지 정도 하고 의사 선생님과 마주 앉았습니다. 차트를 이리 보고 저리 보던 선생님이 고개를 들더니 1시 방향 정도로 기울인 얼굴을 내밀며 물었습니다.


"눈이 어떻다고요?"
"일을 한참 하다 보면 눈이 뻑뻑하고 피로해요.”
“그래요......”
“네. 오후가 되면 상태가 너무 안 좋아져서, 졸음이 쏟아질 때처럼 눈을 뜨고 있기도 힘듭니다."
"그래요? 혹시...... 졸린 거 아니에요?”
“네?”
“졸린 거 같은데? 그런 거 같은데? 야근 많이 하세요?"
"아. 네네!"
"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어서, 제가 드릴 수 있는 건 눈물밖에 없어요. 졸리면 좀 주무세요."


다행인 일이겠지만, 한동안 그렇게 힘들었던 이유가 눈의 이상이 아니라 졸려서였다는 게 얼마나 허무하던지 자꾸만 웃음이 났습니다.


돈 받고 일하는 직장인이 되니 행동이 덜 자유로워서였을까요? 쉬어야 할 때 쉬지 못했고, 긴 시간 동안 눈을 사용해야 하니 몸에도 눈에도 피로가 쌓일 만도 했겠지요. 매일 오후에 찾아왔던 무거운 눈꺼풀 증상은, 졸음이 쏟아질 때 10분, 20분 정도 낮잠을 자는 것으로 해결이 되었습니다. 몸은 그렇게 솔직하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그리고 일을 하는 데 있어서 그 일을 잠시 멈추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큰 쉼표


예전 직장에서 휴가 때문에 속상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연중에 휴가를 거의 쓰지 못했던 어느 해의 연말,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휴가를 계획하고 있었는데요. 마지막으로 출근한 날에 리더로부터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늘부터 프로젝트 하나 맡아야 할 것 같아."
"네? 저 내일부터 휴가인데요?"
"못 가는 거지 뭐."
"그러면요?"
"일단 프로젝트 넘겨받고, 휴가는 한 번 생각해 보자."


PM이 공석이 된 프로젝트를 맡으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날 오후의 인수인계를 시작으로 주말에도 일했고, 리더는 연말을 맞아 가족과 해외여행을 떠났죠. 한 번 생각해 보겠다던 휴가는 시스템에 등록된 상태 그대로 새해가 밝았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리더는 궁금한 게 많아 보였습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 임원 보고는 잘 끝났고?”


손꼽아 기다렸던 일정이 취소된 것도 속상한데, 새벽에 퇴근하고 아침 일찍 출근하면서 연말연시에 남편, 아비 없는 가족으로 만들어 버린 저는 저대로 얼마나 속이 상하던지요. 그렇게 쉬지 못한 기억은 두고두고 마음의 피로로 남아 있습니다.




올해의 쉼표를 찍어야 할 때


일하는 우리들에게 “쉼”은 어떤 의미일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쉬는 것이겠지만, 저의 몸과 마음은 회사 일만 하지 않는다면 쉬는 거라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취미 활동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처럼 말이죠.

일에 힘을 쏟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 중에 하나는 일과 명확히 분리된 쉼인 것 같습니다. 실컷 놀다 지치면 공부할 마음이 샘솟았던 학창 시절과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은 건 저뿐인가요?


올해의 반을 달려와, 더위도 피할 겸 잠시 쉬어 가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남은 반을 달릴 몸과 마음의 힘을 준비하기 위해 제대로 쉬어야 할 것 같아요. 부디, 쉼의 시간 동안 잠시 클라우드에 접속하는 일이 없기를, 메일로, 전화로, 메시지로 일과 쉼의 경계에 걸쳐 휴가를 보내는 일이 없기를 바라봅니다.


일. 잠시 안녕.




P.S.

“쉼"이라는 글자의 모양을 바꿔보니 오두막이 그려지네요. 혹시 상형문ㅈ… 이런 곳에서 며칠 쉬는 것도 좋겠네요. :)




*기업 웹진에 실린 글입니다.

**메인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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