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때문에,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뇌가 활동하면서 처음 한 일이,
하필이면 어제의 기분 나빴던 일을 떠올리는 것이었어요.
멍하게 한참을 누워있다가, 시계를 쳐다보고 또 쳐다보다가, 겨우 일어났어요. 회사는 가야죠. 돈은 벌어야 하니까요. 어렵게 구한 직장이니까요.
준비는 다 했는데, 회사에 가기 싫었어요. 회사에는 나왔는데, 컴퓨터를 켜기 싫었어요. 메일이 도착해 있을 것 같았어요. 당신이 생각 없이 입력했을 단어들을 보게 될 것 같았어요. 일방적이고 강압적이고 무례하고 불친절한 마음을 전하는 단어들. 옳지 않은 생각을 드러내는 단어들. 약속에 어긋난 방법을 요구하는 단어들.
오늘은 또 얼마나 기분이 상할지, 얼마나 답답할지, 얼마나 불안할지, 이제는 익숙한 그런 감정 때문에 메일을 열어보기 싫어요.
꿈꾸던 직장에 앉아 있지만, 이런 마음으로 해야 하는 이 일이 참 싫습니다.
당신은 모르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이라는 사람 때문에 이렇게 힘든 하루를 살고 있다는 걸. 당신이라는 사람 때문에 인생을 이렇게 살아야 하나 고민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당신만 모르는 것 같아요.
나아질 가능성이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더 힘이 드는 것 같아요. 정말 모르는 건가요?
당신과 나의 사회적인 관계 때문에, 소중한 내 인생의 지금이, 이런 모습이어야만 하는 건가요?
2019년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었습니다.
당신이 사회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권한을 가지고 있든, 그 위치와 권한 때문에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해도 괜찮다는 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 범위는 꼭 직장 내는 아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