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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강민 Salawriter Jul 16. 2019

당신만 모르는 당신의 존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었습니다.

당신 때문에,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뇌가 활동하면서 처음 한 일이,

하필이면 어제의 기분 나빴던 일을 떠올리는 것이었어요.

멍하게 한참을 누워있다가,
시계를 쳐다보고 또 쳐다보다가,
겨우 일어났어요.
회사는 가야죠.
돈은 벌어야 하니까요.
어렵게 구한 직장이니까요.

준비는 다 했는데,
회사에 가기 싫었어요.
회사에는 나왔는데,
컴퓨터를 켜기 싫었어요.
메일이 도착해 있을 것 같았어요.
당신이 생각 없이 입력했을 단어들을 보게 될 것 같았어요.
일방적이고 강압적이고 무례하고 불친절한 마음을 전하는 단어들.
옳지 않은 생각을 드러내는 단어들.
약속에 어긋난 방법을 요구하는 단어들.

오늘은 또 얼마나 기분이 상할지,
얼마나 답답할지,
얼마나 불안할지,
이제는 익숙한 그런 감정 때문에 메일을 열어보기 싫어요.

꿈꾸던 직장에 앉아 있지만,
이런 마음으로 해야 하는 이 일이 참 싫습니다.

당신은 모르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이라는 사람 때문에 이렇게 힘든 하루를 살고 있다는 걸.
당신이라는 사람 때문에 인생을 이렇게 살아야 하나 고민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당신만 모르는 것 같아요.

나아질 가능성이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더 힘이 드는 것 같아요.
정말 모르는 건가요?

당신과 나의 사회적인 관계 때문에,
소중한 내 인생의 지금이,
이런 모습이어야만 하는 건가요?




2019년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었습니다.


당신이 사회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권한을 가지고 있든, 그 위치와 권한 때문에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해도 괜찮다는 법은 없습니. 리고 그 범위는 꼭 직장 내는 아니겠습니다.




*이미지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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