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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강민 Salawriter Jul 01. 2019

여러분의 직장 맘(心)은 안녕한가요?

함께 일하는 사람들 사이의 공감의 힘

공감의 힘


<극한 직업>이라는 TV 프로그램을 종종 봅니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 자연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일... 세상에 별의별 일이 다 있다 싶을 정도로 참 다르면서도 하나같이 쉬워 보이지 않는 일을 하는 분들을 보게 되는데요. 어느 정도일지 상상하기 어려운 힘겨움이 그분들의 피부와 그 위로 흐르는 땀에 비쳐 화면 너머까지 전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방송을 보고 있으면 그런 경외감과는 또 다른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고생 많았어요. 밥 먹고 합시다.”
“아이고, 더 고생하셨지요.”
“내가 무슨. 많이 먹어요. 더 먹어요.”


겨우 반나절 지났을 뿐인데 흐르는 땀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고, 수건으로 연신 훔쳐가면서도 익숙하게 식사를 합니다. 그렇게 밥상에 둘러앉은 그분들이 주고받던 공식과도 같은 이야기에서 문득, 뭉클함에 가까운 것을 느꼈습니다.


온몸에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하루하루가 고되고, 땀냄새가 쉽게 가시지 않게 된 작업복만큼이나 심신이 피로에 찌들어 있어도 웃음까지 덤으로 보태어 전하는, 서로의 고충을 알아주는 마음. 그런 공감의 표정과 말에 담긴 힘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인정합니다. 저는 감성 부자입니다.
 
우리는 일을 하는 동안 서로의 생각이나 뜻을 자주 전하게 됩니다. 정보 전달, 요청과 대응, 지시와 보고처럼 일을 할 때의 의사소통은 이성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런 의사소통의 내용은 때때로 이성보다 감성에 먼저 닿아서 같은 일도 더 잘 되게 하거나 어려워지게 만들기도 하는데요. 우리가 전하는 말과 글, 표정에는 그런 힘이 있습니다.
 



짧은 말, 긴 감정


외부 기관에서 보낸 메일의 짧은 문구에 마음이 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유쾌하지 못한 일이 이미 여러 번 있고 난 후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요청 사항만 나열되어 있던 본문은 생략합니다.)

간단히 작성할 수 있으니
금일 6시까지 회신해 주시기 바랍니다.


메일이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반. 급한 요청, 무리한 요청, 불편한 요청… 일을 하다 보면 이런 요청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양해를 구하며 요청을 하고, 또 그 상황을 이해하고 요청에 응하는 것은 늘 있는 일이지만, 이 메일을 다 읽고 난 뒤 아쉬운 마음이 남았던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급하게 요청해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니, 급하게 요청한다는 말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요청에 응하는 사람의 수고를 생각해서, 실제로는 간단한 일이더라도 쉽게 되는 것처럼 말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타의로든 자의로든 맡은 일에는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힘든 상황이라도 할 일은 해야 하는 것이 직장인의 숙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청 사항을 작성해서 보내면서도 상대방이 적어 보낸 단 두 줄의 말에 상한 마음은 몇 줄로는 표현이 잘 안되었습니다.
 
직장인의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일 자체보다는 사람 때문에 더 힘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일이 고되더라도 마음은 덜 힘들게 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사람이라는 뜻이겠지요. 그렇기 때문일까요? 오래전 힘들었던 일은 어슴푸레한 기억으로 남아 있지만, 누군가에게서 받았던 좋은 감정, 나쁜 감정 중에는 그 사람의 모습보다 더 오래 남아 있는 것도 있습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감정의 자취를 남기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집니다.
 
TV 너머에서 들려온, 또 다른 공식 같은 말이 기억이 납니다.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습니까?
같이 일하는 사람끼리 다독이고,
고생한다는 말이라도 주고받으면서 격려하고,
그러면서 내일도 또 같이 고생하고 그러는 거지요.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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