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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강민 Salawriter May 31. 2019

아재와 非아재, 모두가 간직하고 있는 옛이야기

직장 동료 사이의 나이 차와 의사소통에 대해

“내가 매니저님 나이 때는 말이지…”

(우리 회사는 직위가 매니저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연배 높은 매니저님의 커피 잔에서 피어 올라 사라지는 수증기처럼 아련한 그 시절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곁에서 같이 일하면서도 몰랐던, 이렇게 듣지 않았다면 알 길 없는 생소한 경험이 얼마나 많은지요. 같은 회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조직 문화가 달랐고, 지금의 일하는 환경은 그 시절에 비하면 천국과 같으니, 그 당시 우리와 같은 나이에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했던 우리 선배님들의 고충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와… 정말이에요?”


오랜 시간 쌓인 경험의 양만큼이나 많은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 옛날로, 더 전설 같은 일화로 이어집니다. 감탄사를 연발하게 됩니다. 그러다 이야기가 좀 길어지나 싶더니 반응이 점점 약해집니다. 청중의 얼굴에서 지쳐가는 기색이 짙어질 때쯤 한 청년 매니저가 이야기를 꺼내 봅니다.


“저는 이런 일 겪은 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말이죠…”
“에이, 나는 더 한 일 수도 없이 겪었지. 놀라운 이야기 하나 해 줄까?”


청년의 경험담을 이어받은 선배님의 이야기가 다시 이어집니다. 놀랍고, 놀랍도록 긴 이야기… 들어 두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은 틀림이 없겠지만, 조금 자세한 것 같고 조금 긴 것 같은 선배님의 이야기에는 잠시 자리를 뜰 때도 있습니다.


“저는 화장실 좀…”





가까워진 우리의 거리만큼 많아진 대화

 

제가 속해 있는 조직 구성원의 올해 1월 기준 평균 연령은 47.1세입니다. 구성원 중 20대부터 45세까지의 비중은 30%, 그 이상이 70%인데요. 이 숫자만 봐도 얼마나 연륜이 쌓인 조직인지 알 수 있습니다. 올해 첫 전체 행사에서는 우리 조직의 대세라 할 수 있는 연륜 있는 매니저님들에게 아재라는 애칭을 붙여 주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전해 들었던 오래전 그 시절이었다면, 어느 정도 연배가 되면 실무는 후배들에게 일임하고 비슷한 연배의 매니저들끼리 찻잔을 기울이며 회사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아재 매니저님들은 여전히 한창때 같습니다. 지난번 행사에서 “아재들의 귀환, 아재들의 멋진 반란”과 같은, 아재들이 활약하는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제안도 있었는데요.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이 귀감이 되면서도 저의 앞날을 보는 것 같아 부담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게 아재와 非아재는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고받는 이야기가 많아지고 서로의 옛이야기도 자연스레 나누게 됩니다. 아직은 非아재가 청중이 될 때가 더 많지만, 나이 때문에 느꼈던 우리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는 만큼 양방향으로 흐르는 대화도, 옛이야기도, 지금과 앞으로의 이야기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떤가요?

연륜이 얼마나 쌓였나요?

그 안에서 여러분의 나이는 어디쯤 있나요?

나이를 생각하며 일하게 되나요?

옛이야기를 말하는 편인가요?

듣는 편인가요?

나누는 편인가요?





이야기를 전하는 마음과 받아들이는 마음


생물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양분이 필요합니다. 사람의 몸과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생물의 대부분은 선택적으로 양분을 흡수한다고 합니다. 아무리 많고 다양한 영양분이 공급되더라도 자신에게 필요한 성분을 더 많이 흡수하는데요. 이 점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옛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살아온 시기와 날의 수가 다르고, 경험의 농도와 색깔은 다르지만 각자가 가진 기억으로 빚어진 이야기. 그 기억들은 지금까지의 성장을 돕는 양분이 되었고, 지금 남겨지고 있는 기억으로 내일은 더 성장하게 되겠지요.


옛이야기는 그런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옛이야기에서 각자가 흡수하는 영양분은 다를 수 있습니다. 나의 옛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온전히 흡수될 수는 없겠죠.


어쩌면 우리에게는 옛이야기, 그리고 지금과 앞으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자체가 참 소중한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를 전하는 마음과 받아들이는 마음이 다를 수 있음을 서로 이해한다면 이런 소중한 시간이 점점 더 늘어나겠죠?





*기업 웹진에 게재된 글입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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