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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강민 Salawriter Aug 14. 2017

자녀, 엄마, 아빠의 변화하고 성장하는 꿈

가족의 꿈. 그리고 아빠의 꿈의 씨앗 지도

요즘 어떤 꿈꾸고 지내시나요?


잠자리가 편안한지 묻는 건 물론 아니다. 우리의 마음속 어딘가에 있을 ‘이다음의 나’에 대한 질문이다. 아들(Son) 셋과 함께 하는 인생 이야기, 선셋라이프의 이번 이야기는 가족이 저마다 품고 있는 ‘꿈’에 대한 것이다.




꿈의 ‘무엇’이 중요할까?


어릴 적 학교에서 장래 희망 조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나는 일관성이 전혀 없었던 것 같다. 과학자, 선생님, 자동차 디자이너 등등… 뭐가 될지 정해 놓고 일찍부터 준비하거나 꿈을 이루기 위해 매진하기보다는, 그저 마음속 어딘가에 꿈을 심어 두고 명랑하게 뛰어놀던 아이였다.


초등학생인 첫째, 둘째 아들도 매년 장래 희망 조사를 한다. 그때마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한 배에서 태어나 한솥밥을 먹고살아도 꿈은 참 제각각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꿈이 좋을지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꿈의 무엇이 중요할까?
돈이 되는 꿈? 독특한 꿈? 사회에 도움이 되는 꿈?
아니면 그냥 현실적인 꿈?
그런데, 어떤 꿈인지가 그렇게 중요한가?


그리고, 나는 스스로 이렇게 답을 내렸다.

꿈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어떤 꿈이냐는 것은 그다음이다.


다시 한번 질문해 본다.

요즘 꿈꾸고 지내시나요?




누가 꿈을 품을 수 있을까?


꿈을 꾸는데 조건이 필요할까?


‘이 나이에 무슨…’이라며 언젠가부터 꿈에 대해 생각하지 않게 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또 한 편으로는 ‘꿈은 무슨 꿈, 그냥 먹고사는 거지’라며 꿈 타령할 처지가 아니라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세간의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꿈을 꾸는 데 나이, 자신이 처한 상황 같은 것이 꼭 제약 조건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아주 어린 나이에 가수의 꿈을 이룬 보아, 80대에 모델이 된 중국의 왕 데슌 할아버지, 노숙자로 지내다가 성공한 사업가나 명문대 졸업자, 또는 어려운 전문직 종사자 등으로 꿈을 이룬 인생 역전의 주인공들처럼 말이다.


어쩌면, 오히려 꿈을 꾸는 것에 익숙하지 않거나, 꿈이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런 거라면, 이제부터라도 꿈을 꿔 보는 건 어떨까?




하루하루 바뀌는 아이들의 꿈


아이들이 매년 적어내는 장래 희망 조사서에 등장하는 꿈은 참 다양하다. 그리고 그 꿈을 꾸게 된 배경도 가지 각색이다.


아들 셋의 꿈


아이들의 꿈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것들, 주변 사람들, 그 당시의 생각의 크기에 따라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의 변덕스러운 꿈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이른 시기에 길을 정해 버리기에는 이 세상이 너무나 빨리 변하고 있고, 그런 세상에는 헤아릴 수 없는 직업이 있고 또 생겨날 것이며, 자신이 언제 어떤 것을 추구하게 될지 지금은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름은 같은 꿈이라 할지라도 누가 이루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떤 꿈을 꾸더라도 지지하고 응원하는 편이다. 세상에 흔하디 흔한 직업을 꿈으로 품는다 하더라도 그건 그 아이만의 특별한 꿈이기 때문이다. 꿈이 있으니 그걸로 된 것이다.




다시 찾아 가는 엄마의 꿈


유학을 시작하는 나와 함께 일본으로 떠나게 되었을 때, 아이들의 엄마는 7년 차 패션 디자이너였다. 일본에서의 생활이 시작되고, 초기에는 현지의 아동복을 한국에 수입하는 사업에 참여도 하고 일을 이어가 보려고 했다.  하지만, 일상생활 자체가 만만치 않은 외국 생활을 하면서 일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렇게 엄마는 경단녀가 되었다.


엄마와 아내의 역할에 충실해 온 지 어느덧 10년이 시간이 훌쩍 넘었다. 막내도 조금씩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면서 엄마도 몸과 마음의 여유를 찾고 있는 것 같다. 아이의 자립이 엄마의 독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겠다.


엄마는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손바느질 활동을 하고 있다. 엄마와 아내의 역할에 충실하던 시기에는 취미였던 것이 이제는 일로 발전하고 있는 과정인 것 같아서 보기가 좋고,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엄마는 손바느질로 마스크, 생리대, 가방과 같은 소품을 만들고 있다. 지인과 이웃에게 직접 만든 소품을 선물하다 보니 입소문이 나고 주변에서 손바느질을 가르쳐 달라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났다. 그렇게 몇몇 사람들을 가르치다가, 구청에서 지원하는 사업에 손바느질 수업이 선정되어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부, 대학생, 어린이, 외국인 등 배우는 사람도 다양하다고 한다.


어린이들에게 손바느질 특강 중인 엄마와 수강생 첫째


결혼과 출산을 계기로 하던 일을 그만둔다는 건 많은 엄마들이 겪는 힘든 경험 중 하나일 것이다. 육아를 하면서 일을 계속할 수 있다면, 경력 단절 후에라도 원래의 경험을 살려 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려운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 관심거리를 찾아내어 우선은 취미로 시작하고 점점 실력을 쌓아가면서 새로운 일로 이어지는 과정은, 엄마의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참 바람직하게 느껴진다. 손바느질 작가, 강사로 거듭나고 있는 엄마를 다시 한번 응원한다.




이어지고 쌓여가는 아빠의 꿈, 그리고 ‘꿈의 씨앗 지도’


아빠인 나는 꿈이 몇 가지 있다. 지금은 ICT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수시로 변하던 어릴 적 꿈 중에서 과학자에 가장 가까운 일을 하고 있으니 꿈의 하나는 이루었다고 해도 될까? 욕심이 많아서인지, 이것 저것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아무튼 나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


나이 마흔이 되던 해에, 앞으로의 인생은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하던 중 ‘꿈의 씨앗 지도’라는 것을 만들게 되었다. 씨앗의 일생을 들여다보면 하나의 씨앗에서 싹이 트고 나무가 되고 꽃이 펴서 열매를 맺으면 또 다른 씨앗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40대에 접어든 나의 꿈도 마치 이런 씨앗과 같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고, ‘꿈의 씨앗’이라는 이름을 붙여 보았다.


씨앗의 일생


내가 과거에 이룬 꿈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씨앗이 되고, 그 씨앗이 뿌리내리고 자라나서 더 많은 꿈의 씨앗이 되어가는 과정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씨앗들의 관계를 그림으로 그려 보았고, 그것을 ‘꿈의 씨앗 지도’라고 부르기로 했다.


나의 꿈의 씨앗 지도




꿈의 씨앗들 사이의 관계


지도를 그리다 보니 생각이 자연스레 과거로 거슬러 가게 되었다. 30대의 내가 목표로 삼았던 것들, 그리고 그것을 위해 했던 노력. 또 20대에 생겨나고 결실을 맺었던 꿈의 씨앗들.


결국에는, 각각의 씨앗들이 서로 만나기도 하고 더 커지기도 하면서 또 다른 꿈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20대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글이 조금씩 여기저기에 실리기 시작하더니 30대에는 책도 한 권 출간하고, 40대가 된 지금은 원고를 쓰는 일이 일상의 중요한 요소가 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순수 건축을 공부했고 IT 분야에 종사하게 되어 새로운 지식을 쌓다가, 미래의 도시를 움직일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지금의 일 역시 그런 모습과 다르지 않다.


사실 꿈의 씨앗 지도를 모두 펼쳐 보면 더 많은 씨앗들이 선을 이어가고 있다. 부끄러워 남들에게 다 보여줄 수는 없지만, 지도의 40대 영역에도 여러 가지 씨앗들이 새롭게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어져 온 꿈의 씨앗은 앞으로 어떤 꿈으로 이어질까? 회사의 미래를 책임지는 사람,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 작가, 그리고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품어 왔던 또 다른 꿈. 꿈들 중에는 이미 어느 정도 윤곽이 보이는 것이 있기도 하고, 아직은 너무 멀리 있어서 어떤 모습일지 궁금한 채로 조금씩 준비하고 있는 것들도 있다.


다행히도, 나는 꿈을 꾸고 있다. 그리고, 그 꿈들이 다른 꿈으로 이어지고 있으니, 앞으로도 꿈을 꾸는 것은 계속될 것 같다. 나는 선(son) 셋의 아빠이면서 나 자신이기도 하니까.


오늘, 꿈의 씨앗 지도 첫 장을 그려 보면 어떨까?


(표지 이미지 출처 : hilltoptabernacl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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