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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강민 Salawriter Nov 16. 2017

참을 수 없는 일

버스에서 할아버지가 내리시고는 문이 닫혔다.

이내 출발을 한다.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문 열어 주세요! 내려요!"


할머니가 미처 내리지 못하자 먼저 내린 할아버지는 있는 힘껏 버스 문에 발길질을 했다.

할머니와 함께 걸어가는 할아버지의 원망 가득한 눈이 기사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아내가 만삭이었던 어느 날 지하철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아내가 잠이 들었다.

내 옆에 나란히 앉은 모녀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아니 어쩜 다리를 저렇게 벌리고 잠을 자니? 꼴 보기 싫게."

아내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모녀의 험담은 한참 계속되었는데, 둘의 입은 또 얼마나 거칠었는지 어른인 엄마나 고등학생 정도인 딸이나, 누구 하나 말릴 생각이 없는 아주 오래 자리 잡은 듯한 상스러운 언어의 선택이었다.


아내의 옆자리가 비었다.

자리를 옮겨 벌어진 두 다리를 모으고 두 모녀를 노려봤다. 당황한 모녀는 눈을 어디에 둘 줄 몰라 여기저기를 살피다 고개가 바닥을 향했다.

하지만, 만삭의 임산부를 이해하지 못하는 누군가의 엄마, 그 엄마와 한통속이 되어 저급한 말을 쏟아내던 딸을 도무지 용서할 수 없어 내 눈은 1초도 떼어지지가 않았다.


내려야 할 역.

아내를 먼저 내리게 하고 모녀 앞으로 다가갔다.

"아줌마. 아줌마나 똑바로 사세요!"

기차 한 량 안에 가득 찬 내 목소리를 뒤로 하고 내린 뒤, 모녀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도 눈이 떼어지지가 않았다.




참을 수 없는 일이란 것이 있다.


나에게는, 어떤 형태로든 가족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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