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지하철 안 스마트폰이 주는 불편함
스마트폰을 가지기 전에 어떻게 살았는지 떠올려 볼 때가 있다. 그래야 생각이 날만큼 손 안의 작은 컴퓨터와 함께 하는 생활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중독이라는 안 좋은 단어가 따라붙는 요물. 스마트폰.
만원 지하철 안에서는 보통 눈을 감고 있는 편이다. 물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때가 있었다. 영화, 웹툰, 뉴스, 책... 봐도 봐도 끝이 없는 콘텐츠의 화수분을 손에 들고 있으니, 가만히 앉거나 서서 이동하는 지하철 안에서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눈은 스마트폰의 작은 창을 향해 있었다.
그런데, 한참을 그렇게 지내다 보니 목, 어깨, 팔, 눈 상태가 너무 안 좋아졌다. 특히나 거북목 증상이 심했는데, 컴퓨터로 일하는 직업이라 그런가 생각했지만 원인은 100% 스마트폰이었다. 언젠가부터 눈을 감기 시작했고, 귀로 음악을 듣거나 팟캐스트로 어학 공부를 한다.
동물의 객체 사이에는 불쾌감을 느끼지 않는 최소한의 거리가 있다. 너무 가까우면 기분이 나빠지고 싸우게 된다. 동물 집단의 밀도가 너무 높아지면 서로 공격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사람 사이의 최소한의 거리는커녕 틈도 없는 만원 지하철. 가만히 눈을 감고 차량의 움직임에 따라 다리에 힘을 조절해가며, 여럿이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지내는 시간.
이미 불편한 이 상황에서 스마트폰은 불편함을 더 보탠다. 한 손으로 들고 보는 사람들은 그나마 앞사람의 몸 옆으로 비켜 들고 있기라도 한다. 문제는 두 손으로 들고 있는 사람들인데, 게임을 하는 모양이다. 작은 스마트폰을 두 손으로 받쳐 들다 보니 자기 몸 앞으로 모이고, 그 높이가 앞사람의 어깨 정도가 될 때 문제가 시작된다.
게임에 집중한 사람의 스마트폰을 모셔 든 두 손은 점점 앞사람의 어깨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양손으로 열심히 조작을 한다. 움직이려면 틈이 있어야 하는데, 어깨에 편안히 자리 잡은 두 손이 거슬려도 마음껏 움직일 수가 없다. 짜증 섞인 몸짓으로 어깨를 털듯 작고 강하게 움직여본다. 그나마 눈치가 있는 사람은 손을 떼기라도 하지만, 움직이는 어깨를 좇으며 게임을 이어가는 프로들도 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만원 지하철 안에서 우리 손에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 신문, 무가지, 책, 참고서... 스마트폰보다 더 큰 것들도 손에 쥐고 있었지만, 어깨가 받침으로 쓰인다는 느낌은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오래전이라 기억을 못 하는 것일까? 혹시, 작은 창에 정신을 빼앗겨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미처 챙기지 못하는 것 때문은 아닌지.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