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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강민 Salawriter Apr 03. 2018

한정판 MINI, 우리 가족의 특별한 세컨드카

미니 쿠퍼 레트로 블루 에디션 구매 후기

50대 한정 MINI 에디션 모델 구매


보름 전. 딜러 김주임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MINI Hatch의 시승 행사가 있어 전시장에 방문하고 나흘이 지난 후였다. SNS로 시승 행사 정보를 접하고 그다음 날로 예약을 했었다. 온라인으로 전시장을 지정하여 예약을 하면 딜러가 배정이 된다. 일종의 인연의 시작이다. 이런 인연은 보통 딜러가 이따금씩 보내오는 안부 인사나 프로모션 안내 메시지로 이어지는 일방통행의 관계가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은 좀 달랐다. 굳이 김주임님이라고 칭하는 데는 그런 이유가 있다.


시승 행사에는 세 명이 동행을 했다. 평소에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나는 한 번쯤 가져보고 싶은 수입차를 시승하는 것이 삶의 낙 중 하나다. 아내는 수입차라면 미니를 갖고 싶어 했다. 여섯 살 막내는 또래보다 자동차를 훨씬 좋아하고 잘 안다. 미니의 외모는 아이한테도 매력적인지 막내는 미니 쿠퍼의 미니카를 몇 개나 가지고 있다. 각자 미니를 시승해 볼 만한 이유를 가진 셋이었다.


짧은 시승을 하고 견적을 내 봤다. 수입차면서 개성이 강한 차 치고는 가격이 (아주) 비싼 편은 아니라, (길게) 할부를 하니 크게 부담이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숫자를 받아 들고 전시장을 나섰다. 견물생심. 똘망 똘망한 눈망울을 보고 나니 사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강해졌다. 하지만, 사실 당장 살 상황은 아니었다. 집에는 이제 곳 4년이 되는, 아직 3만 킬로미터도 뛰지 않은 7인승 차가 있다. 그리고 차를 거래하는 것은 물건을 산다기보다 장기 할부 금융 상품을 거래하는 것인데, 마음 편히 채무자가 될 만한 형편은 아니었다. 일단 내년으로 미뤄두기로 했다. 내년에 사자는 것이 아니라, 내년에 다시 생각해 보자는 것에 가까웠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며칠이 지난 후에 김주임님의 전화를 받은 것이다. 차는 마음에 들지만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니 구입 시기를 좀 더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용건은 다른 것이었다.

"특별한 소식이 있어요. 도미니크 에디션이라고, 한정판이 나올 것 같아요."

이어진 설명에 다시 마음이 움직였고, 또다시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며칠 뒤 김주임님이 보내온 사진 몇 장을 보고 계약금을 이체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세컨드카로 한정판 미니를 갖게 되었다.

지갑을 열게 한 세 장의 사진




MINI 5 DOOR RETRO BLUE EDITION


정식 명칭은 미니 레트로 블루 에디션이고 도미니크 에디션이라고도 불린다. 미니가 온라인 상에서 운영하는 문화, 디자인 등의 창작 공간, 또는 놀이터라고 불리는 "도미니크(https://dominick.co.kr)"에서 제안된 디자인과 구성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리 가족은 “도미”라고 부른다.

도미니크 모바일 사이트


이번 에디션은 3 도어, 5 도어의 두 가지 모델이 각각 50대씩 출시되었고, 특별한 점이 몇 가지 있다.


Color

바디 색상의 명칭은 Ice Blue로, 1960년대 적용되었던 색상을 다시 살렸기 때문에 Retro Blue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빈티지한 푸른색으로, 국내 경차에 비슷한 색상이 적용된 적이 있지만 특유의 연한 톤 때문에 다른 차에서는 본 적 없는 색상이다.

과거와 현재의 모델(출처 : 도미니크)


에디션의 두 모델은 색상 면에서 차이가 있는데, 3 도어는 바디 이외의 부분이 화이트와 실버인데 비해 5 도어는 외관과 실내까지 블랙으로 통일시켜 선명한 인상을 갖게 되었다. 17인치 무광 휠부터 심지어 램프의 베젤, 부품의 일부까지 블랙이다.

아이스 블루와 블랙 투톤의 미니 5도어 레트로 블루 에디션


Option

에디션은 사양도 일반 모델과는 다르다.

이번 에디션의 두 모델 사이에도 차이가 있는데, 우선 기본 모델로 삼은 것이 3 Door는 가솔린 기본형이고, 5 Door는 하이 트림이다. 5 Door에는 고성능 모델(S)의 스티어링 휠, 지금까지의 어떤 미니에도 적용되지 않은 하만 카돈 스피커 12개 등의 아이템이 적용되었다. 가격은 하이 트림보다 90만 원이 추가되었고, 하이 트림의 옵션 중에 활용도가 떨어지는 몇 가지는 생략되었는데, 결론적으로 뺄 건 빼고 넣을 것은 넣어 알짜배기 옵션으로 구성한 모델이 되었다.

공식 이미지 네 컷과 실제 모습. 순정 BMW 네비게이션과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의 조합, 또는 김주임님이 선물로 설치해 준 거치대와 스마트폰 네비게이션의 조합을 적절히 쓴다.




세컨드카로 MINI를 탄다는 것

사람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른 것만큼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사람과 차가 추구하는 것이 맞아떨어져서 둘의 인연은 맺어진다. 나, 우리 가족과 도미와의 인연도 몇 가지 면에서 궁합이 맞았다.


평범하지 않은 생활을 지향하는 것

10대 대구, 20대 서울, 30대 도쿄, 40대 서울. 우리 부부는 삶의 위치, 경험의 범위를 넓히고 변화시키며 살아왔고 그 과정을 우리 아이들도 함께 하고 있다. 앞으로의 변화도 기대하고 있다.


문화를 만드는 것

나는 글을 쓰고 아내는 바느질 작품을 만든다. 우리는 여가의 반을 콘텐츠 생산 활동으로 즐긴다.


역동적으로 산다는 것

우리 집에는 아들만 셋이다.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다.


미니는 평범하지 않고, 그 자체로 문화이며 멈추어 있어도 에너지를 발산한다. 그래서 우리는 미니를 택했다. 그리고 조금 더 덜 평범하고 싶은 마음에 특별한 미니를 선택했다.



나에게 차란?


로망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목표에 가깝다.

막연한 동경이 아니라 노력해서 성취하고자 하는 대상이다. 동경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간절히 생각하는 것이라면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서 무엇이든 한다는 것이다.

인생의 몇 가지 목표 중에서 차는 내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노력하여 성취한 중간 결과를 표시하는 흔적과도 같다. 약간의 무리를 하면서도 도미를 산 것은, 시기 상으로 그런 성취감을 느껴보고 싶었던 마음이 큰 이유였다. 다음 노력을 이어가기 위한 동기 부여가 될만한 것도 필요했다. 사실 미니가 대단한 차도 아니고, 최종 목표가 아주 먼 곳에 있어서 갈 길이 멀긴 하다.


단지 이동 수단이 아닌, 삶의 공간 중 하나다.

어딘가로 향하는 길, 차 안에서 함께 이야기하고, 음악을 듣고, 먹고 마시고, 단잠을 자기도 한다. 공간이 특별하면 그 안에 머무는 사람들의 마음과 움직임도 특별해진다. 차는 그런 공간이다.


차를 향한 나의 애착에는 그런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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