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외국어라는 것은 잘하고 못하고 보다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주는 영향의 차이가 더 클지도 모르겠다.
내가 대학교 2학년 때 일본어에 대한 호기심으로 학원의 초급 과정을 등록하지 않았더라면, 졸업 후 일본으로 국비 유학을 떠나지 못했을 것이고, 박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삶도 아주 달랐을 것이다. 외국어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 그것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알기 때문에 주어지는 기회가 더 많은 것은 분명하다.
직장인을 다니면서 매일 아침 전화 영어와 일본어를 10분씩, 그리고 출퇴근 길의 시간을 이용해서 그 날의 회화를 공부했었다. 그리고 작년에는 전화 강의로 중국어에 입문했다.
직장인으로, 아들 셋 아빠로 살면서 외국어 학원을 다니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애들 크고 난 뒤로 미루려니 그때가 되면 가능한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 사이에 있을지도 모를 어떤 기회를 외국어 때문에 놓치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나는 전화 외국어, 포털 사이트의 오늘의 회화로 매일 영어와 일본어 공부를 해 왔다. 하루 10분의 전화 외국어, 하루 서너 문장의 오늘의 회화라고는 해도 효과는 있었다. 안 하는 것에 비하면 매일매일 조금씩 어휘가 늘고 문장이 쌓이고 있었으니까. 실제로 외국인을 만나더라도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 주는 자신감, 그리고 실제로 언젠가 들었던 단어와 문장은 대화의 거부감을 떨쳐버리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지난해 10월, 전화 중국어를 시작했다. 사실 수강 신청을 할 때는 실험을 해보는 심정이었다.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과연 전화로 배울 수 있는 것인지가 궁금했다. 실험은 성공적이었고 3개월 뒤, 기초 과정을 끝냈다.
강의는 전화로 진행되지만 교재가 있었다.
전화라고 해서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보면서 설명의 들으니, 눈 앞에 선생님과 화이트보드가 없는 것 말고는 사실 일반적인 강의와 차이는 없었다.
선생님은 한국어를 조금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설명은 한국어로, 발음은 원어민의 중국어 그대로 듣게 되니 입문하는데 효과적이었다. 매일 아침 출근 전 10분씩 3개월이 지나니 교재가 끝이 났다. 물론 모든 것을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중국어를 아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교재의 마지막 단원의 주제는 "오늘은 내가 쏠게(今天我请客)."였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방법을 실험하기 시작했고, 3개월이 지났다.
기초 교재 한 권을 끝내기는 했지만 일상생활에서 쓰기에는 표현이 한정되어 있어서 기초 과정을 더 공부하고 싶었다. 그래서 새해 1월부터 출퇴근 길에 팟캐스트를 듣기 시작했다. 전화 강의를 통해 성조, 기초적인 단어와 문형을 익혔기 때문에 팟캐스트를 듣는 것만으로도 설명을 이해할 수 있었다. 새로운 단어도 소리를 듣고 사전을 찾아서 확인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 있었다. 강의 1회 시간이 10~20분 정도이니 출퇴근 길에만 들어도 하루에 2~4회 분량을 공부할 수 있다.
여러 팟캐스트를 맛보기로 들어본 결과 기초 과정 두 개를 선택했고, 지금은 두 번째 팟캐스트를 듣고 있다. 선택한 기준은 다음의 두 가지였다.
전문가 단독의 일방적인 설명이 아닌, 전문가와 진행자가 선생님과 학생의 역할을 하며 진행하는 방송
진행자가 중국어에 입문하는 사람으로, 서투른 진행자를 위해 전문가가 충분히 설명하고 교정해 주는 과정이 담겨 있는 방송
방송을 시작한 시기가 최근은 아니지만, 두 가지 팟캐스트를 소개한다.
일빵빵 왕초보 중국어
팟캐스트로 영어 강의를 하던 진행자가 중국어에 도전하는 방송이다. 강사는 모 대학의 교수이자 박사님이다. 진행자가 중국어를 습득하는 속도는 더디면서 우스갯소리를 즐겨하는 편이라, 이런 진행자를 냉정하게 대하며 핀잔을 주는 강사와의 관계가 재미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듣게 된다. 진행자의 성조보다는 강사의 성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공부를 목적으로 하는 방송 청취자 입장에서 강사와 진행자를 평하자면 다음과 같다.
강사 : 4/5점.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진행자 : 4/5점. 강사가 요구하는 수준에 쉽게 도달하지는 못하지만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한다.
봉군. 지금 중국어를 시작해!
모 회사의 신입 사원인 진행자가 아주 노련한 강사의 지도하에 중국어를 시작한다. 신입 사원이라서인지, 성격 탓인지 늘 주눅 들어있는 진행자와 설명이 청산유수인 강사가 상당한 대조를 이룬다. 진행자가 늘 자신감이 없어서 답답한 면은 있지만 그런 진행자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강사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그 과정에서의 반복, 예시 등이 듣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
강사 : 5/5점. EBS 강사이기도 한 김선화 선생님. 차근차근하면서 풍부한 설명에 재치있는 입담까지 곁들여서 집중과 이해가 잘 된다.
진행자 : 2/5점. 중국어를 습득하는 속도가 더디고 자신감이 부족하며 진행하는 데 마음의 여유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만큼 강의가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외국어에 대한 갈증이 있다면, 늘 숙제로 남아 있다면 그만 해야 할 말이 바로 "해야 되는데."이다.
학원에 등록하기 위해 다음 달 개강일까지 시작을 미루고, 교재를 사기 위해 서점에 가기 전까지 미루기보다는 일단 시작해야 한다. 잘 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더디게 공부하게 되더라도 시작하지 않은 나보다는 잘할 수밖에 없는 것이 외국어이다. 아니, 모든 것이 그렇다.
그래서, 외국어를 시작하려면 지금이 바로 그렇게 해야 할 때다.
그리고 바로 지금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