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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강민 Salawriter Jul 27. 2017

출퇴근 길, 걷는 시간의 가치

매일 잠깐 걷는 시간 동안 얻는 것들

하루의 걷는 시간


나는 범함 직장인이다. 그리고 사무직, 내근직의 형태로 일하고 있는 나는 근무지가 고정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출퇴근 길의 경로가 연중 거의 변함이 없고, 업무 상 이동이 있더라도 동선의 변화가 크지 않은 편이다.

1) 집에서 지하철 플랫폼까지 7분, 2) 지하철 환승 5분, 3) 지하철 플랫폼에서 회사까지 10분

이렇게 세 개의 경로로 구성된 길을 양 방향으로 다니고 있고, 매일 고정적으로 걷는 데 사용하는 시간은 약 45분이다.


어쩌면, 출퇴근 길이라는 것은 의미 없이 반복되는 행위이자 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미미하게나마 가치가 있다. 흔히 시간을 다루는 재테크를 시(時)테크라고 한다. 나에게 출퇴근 시간은 시테크의 일종이다.


조금씩 쌓아가며 변화를 추구하는 삶, "티끌 모으기"의 이번 이야기는 매일 잠깐 걷는 시간 동안 얻는 것들에 대한 것이다.




몸이 얻는 가치


나는 사람들 무리를 걸을 때면 뒤따라가기보다는 앞지르는 편이다. 다시 말해 평소에 남들보다 조금 빨리 걷는다는 뜻이다. 빠르게 걷기가 건강에 좋은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어 왔다. 스마트폰에는 하루 걸음의 목표가 8천보로 설정되어 있다. 주변에 걷기에 도전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목표가 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차이가 좀 있다고 느껴지는 것이,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남녀의 하루 평균 걸음수는 6보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하루 평균 5755 보를 걷는 것으로 미 스탠퍼드 대학 연구팀이 세계 111개국 71만 7517명의 성인 남녀의 스마트폰 보행 기록을 바탕으로 지난 3달여에 걸쳐 조사한 연구 결과 나타났다.
 스탠퍼드 연구진이 10일 과학잡지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11개국 국민들이 하루 걷는 걸음 수는 평균 4961보로 5000보에 조금 못 미쳤다. 하루 1만보 걷기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 많은 것에 비하면 운동량이 크게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뉴시스, 2017. 7. 12)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이 목표는 매일 달성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나는 다른 많은 사람들보다 매일 2천보 이상을 걷고 있고, 더 빠르게 걷고 있는 것이다.


하루 일과 중 45분 정도의 출퇴근 길만으로는 8천보를 걷기는 힘들 것이고, 나머지 걸음을 채우는 것이 회사 건물 내의 이동이다. 그리고 그 이동 중 상당 부분은 수직적인 이동이다. 계단을 오르내린다는 뜻이다. 다른 조직과의 업무 협의 등으로 이동이 필요할 때 가능하면 계단을 이용한다. 어린 시절, 5층 높이의 아파트 4층에 살았을 때는 하루에 몇 번씩 계단을 오르내려도 거뜬했었지만, 이제는 3층만 걸어 올라가도 다리가 당기고 호흡이 조금 가빠지는 느낌이 들 정도다. 아무튼 운동은 되었다는 뜻이다.


원래부터 걸음이 빠른 편이었고, 직장인으로 살고 있는 지금도 빠른 걸음, 수직 이동으로 이루어진 하루의 8천보 걷기를 이어가고 있다. 40대, 결혼 13년 차, 자녀 셋을 둔 아빠인 나는 줄곧 표준을 넘지 않는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일 년에 목감기로 병원 한 번 갈까 말까 할 정도로 비교적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고 걷기 이외의 면에도 신경은 쓰고 있지만, 매일 반복되는 걷기라는 시간과 행위를 건강하게 활용하는 것은 분명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다. 하루의 한걸음 한걸음이 운동이 될 수도 있다.




마음이 얻는 가치


집과 사무실을 나서 출퇴근하는 동안에는 줄곧 이어폰을 꽂고 있다. 지하철에서는 스마트폰도 많이 사용한다. 요즘 세상에 당연한 일이다. 대부분 그럴 테니까.


집을 나서면서 이어폰을 꽂으면 음악을 재생한다. 지하철역으로 가려면 건널목을 한 번 건너야 하는데, 신호를 기다릴 때쯤 핸드폰에 알림이 하나 도착한다.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오늘의 영어 회화"다. 길어야 다섯 문장 정도로 이루어진 회화는 지하철 타기 전까지 듣기를 반복한다. 지하철 환승할 때쯤 또 하나의 알림이 뜬다. "오늘의 일본어 회화"는 환승하는 동안 들을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다. 그리고 지하철 안에서는 회화의 내용을 눈으로 확인한다. 이렇게 출근길 걷는 시간의 대부분은 외국어 회화 듣기에 사용하고 있다.


주 5일 출근길, 외국어 두 개에 하루 다섯 문장이면 한 주에 50 문장, 한 달이면 200 문장, 일 년이면 2,400 문장을 듣고 익히게 된다. 티끌만큼이지만 외국어 능력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새로운 기회나 도전에 직면했을 때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다는 면에서 마음은 단단해진다.


회사 근처 역에서 내려 회사 건물까지 걸어가는 시간은 쓰임새가 다르다. 오늘 할 일을 대강 떠올려 보고, 우선순위를 매겨본다. 5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니 딱 그 정도까지가 가능하다. 그리고 회사의 자리에 앉으면 생각해 둔 내용을 키워드 중심으로 메모한다. 회사로 걸어가는 길은 일 하기 위한 워밍업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동하는 시간에 생각 정리해 두면 실제 행동하는 시간에는 오히려 여유가 있다. 일의 체계가 이미 잡혀 있고, 자리에 앉아 고민하는 시간 없이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일과는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정시 퇴근이 가능할 정도로, 계획했던 업무는 예상보다 조금 일찍 끝나는 편이다.


퇴근길에는 음악을 들으며 별생각 없이 걷는다. 회사에서 집으로 가는 길은 하루를 알차게 살아낸 자신을 긴장에서 완전히 해방시키는 시간이다. 그래서 회사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일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일 아침 그 길을 걸으면서 시작하면 그만이고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퇴근길은 '절대적인 휴식' 모드로 전환한다.




어쩌면 이런 생활이 피곤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경험을 통해 확인한 것이 있다.


길을 걸으며 조금씩 부지런히 쌓아가는 것은, 걷기를 멈추고 맞이할 그다음 상황에는 큰 여유를 안겨 준다.


노력과 정성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많이 쌓여 가기 때문이다.


예전에 일본에서 거주하던 시절, 어디를 가도 차 중심으로 이동하던 한국에서의 생활과는 달리 걷는 일이 많았던 상황에 대한 생각을 표현했던 글을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마치고자 한다.

 


집을 나서면 주차장으로.

어디를 가도

차로, 차로.

닳을 일 없던 신발이,

타국에서의 생활 속에서는

금세 때가 타고 해어진다.


걷는 동안

눈은 하루하루 다른 풍경을 접하고

귀는 발걸음에 리듬을 더해주는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문득 떠오르는 신선한 생각들


지치지 않을 만한 거리를

매일처럼 걷는 것.

이런 당연한 일상이

돌아가서도 계속되기를.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누릴 수 있는 작은 기회들을

버리지 않게 되기를.


2010. 0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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