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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강민 Salawriter Apr 09. 2018

애주가 아빠의 반성문

사람이 좋아서 술을 마신다고 말하지만

사실 아빠는 술을 좋아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어제는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너무 반갑고

살아온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마음이 통하면 한 잔

눈이 마주치면 또 한 잔 부딪히다 보니

언젠가부터는 술잔이 자석이 된 것 같았어.

술잔들끼리 자꾸만 끌어당겨.

금요일 밤이 깊도록.

아니, 사실은 토요일이 될 때까지.


아침에 먼저 일어난 네가

술과 한 몸이 되어 있는 아빠 곁에서

한참을 놀자고 했는데도,

머리와 배게 사이로 들어온 너의 손이

온 힘을 다 해 일으켜 세우려 해도,

눈꺼풀이 너무 무거웠어.

목소리가 들리다 말다 했어.

딱 10분만 더 자고 싶었어.


“뭐하고 놀자고 그러는 거야?”

“미니카 놀이. 자동차가 사고 나서 도와주는 놀이.”

“또?”


토라진 네가 거실로 나가는데도

아빠는 눈꺼풀이 너무 무거웠어.

뒷모습이 보이다 말다 했어.

10분만 더 자기를 딱 열 번만 더 하고 싶었어.


미안해.

조금만 더 자다가 놀자고 말했어야 했는데.

더 재미있는 놀이를 생각해 봤어야 했는데.

사실 아빠는 그 놀이가 하기 싫었어.

우리 막내랑 노는 거 별로 재미없다고 생각했어.


아빠랑 놀고 싶어 하는 건 참 고마운 일인데.

그런 마음이 언젠가 사라질 수도 있는데.

오늘은 어제보다 더 재미있게 놀아야 한다는 걸 자꾸 잊어버리는 것 같아.


월요일에는 칼같이 퇴근을 할게.

스포츠카 전시장 놀이라는 걸 준비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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