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좋아서 술을 마신다고 말하지만
사실 아빠는 술을 좋아하는 게 맞는 것 같아.
어제는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너무 반갑고
살아온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마음이 통하면 한 잔
눈이 마주치면 또 한 잔 부딪히다 보니
언젠가부터는 술잔이 자석이 된 것 같았어.
술잔들끼리 자꾸만 끌어당겨.
금요일 밤이 깊도록.
아니, 사실은 토요일이 될 때까지.
아침에 먼저 일어난 네가
술과 한 몸이 되어 있는 아빠 곁에서
한참을 놀자고 했는데도,
머리와 배게 사이로 들어온 너의 손이
온 힘을 다 해 일으켜 세우려 해도,
눈꺼풀이 너무 무거웠어.
목소리가 들리다 말다 했어.
딱 10분만 더 자고 싶었어.
“뭐하고 놀자고 그러는 거야?”
“미니카 놀이. 자동차가 사고 나서 도와주는 놀이.”
“또?”
토라진 네가 거실로 나가는데도
아빠는 눈꺼풀이 너무 무거웠어.
뒷모습이 보이다 말다 했어.
10분만 더 자기를 딱 열 번만 더 하고 싶었어.
미안해.
조금만 더 자다가 놀자고 말했어야 했는데.
더 재미있는 놀이를 생각해 봤어야 했는데.
사실 아빠는 그 놀이가 하기 싫었어.
우리 막내랑 노는 거 별로 재미없다고 생각했어.
아빠랑 놀고 싶어 하는 건 참 고마운 일인데.
그런 마음이 언젠가 사라질 수도 있는데.
오늘은 어제보다 더 재미있게 놀아야 한다는 걸 자꾸 잊어버리는 것 같아.
월요일에는 칼같이 퇴근을 할게.
스포츠카 전시장 놀이라는 걸 준비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