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지켜줘! 코르크 마개
코르크 마개가 있는 와인이 더 고급? 코르크의 모든 것
따뜻한 봄날, 친구와 한강에 소풍 간 적이 있다. 시원해 보이는 하늘색 줄무늬 돗자리, 분위기를 담당할 블루투스 스피커, 근처 마트에서 급하게 공수해온 도시락, 그리고 핑크빛 로제 와인. 볼품없지만 플라스틱 와인 잔도 챙겼다.
그런데 아뿔싸... 와인 오프너를 깜빡했네.
그림의 떡이라는 게 이럴 때 쓰는 표현일까. 와인이 있는데 왜 마시질 못하니. 그날 나와 친구는 염치 불구하고 강변에서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에게 오프너를 빌려줄 수 있냐며 사정하고 다녀야 했다. 거의 30분을 헤맨 끝에야 뚜둔, 와인을 마실 수 있었다.
2017년의 봄. 와인 피크닉콜라나 소주병 뚜껑 같았으면 아무 걱정 없이 쉽게 열었을 텐데, 왜 와인병은 굳이 코르크 마개로 막혀 있을까? 와인과 코르크 마개의 인연을 알아보자.
코르크란?
코르크(Cork)는 나무 겉껍질과 속껍질 사이의 두꺼운 껍질층으로, 식물의 줄기나 뿌리 주변부를 보호한다. 즉, 모든 나무에는 '코르크'라는 부위가 있긴 하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코르크는 코르크참나무(Quercus Suber, 이하 코르크나무)에서 수확된 것이다. 재밌는 점은 코르크 제조업이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업이라는 것.
코르크나무의 수명은 약 300년인데, 나무가 25살이 되면 코르크 판만을 줄기로부터 벗겨낼 수 있다. 마치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따도 다음 해에 또 사과를 수확하듯이 코르크는 평균 9년에 한 번씩 수확할 수 있다. 즉, 나무를 자르지 않기 때문에 코르크나무는 지속적으로 자라며 이산화탄소도 계속 흡수한다. 뿐만 아니라 코르크는 재활용하기 쉬운 재질이라는 점도 친환경적이다. 코르크나무 숲은 사막화를 방지하고 멸종 위기 동물이 살아가는 터전이기도 하다니 코르크나무, 심지 않을 이유가 없다.
(※ 코르크 마개를 생산할 때와 비교하여 플라스틱 마개는 10배, 알루미늄 마개는 26배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와인과 코르크
17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코르크 마개는 사용되지 않았다
과거에는 코르크 마개 대신, 와인 병에 나무 조각을 끼운 후 기름에 적신 천을 병 목 부분에 넣어 보관했다. 코르크를 사용했다는 공식적인 기록은 그 유명한 '돔 페리뇽'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샴페인 탄산가스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병을 고안하는 과정에서 코르크 마개와, 그 마개를 고정시키는 철사를 개발했다고 알려져 있다.
코르크는 탄성이 좋고 물, 공기 등이 자유롭게 침투하지 못하기 때문에 와인 마개로 적합하다. 세포벽과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어, 순간의 압축을 통해 병목으로 들어간 코르크는 다시 팽창하여 단단하게 입구를 봉한다. 코르크를 통해 극소량의 공기만이 유입되는데, 와인이 이 공기로 숨을 쉬면서 점차 변하게 된다. 특히 장기보관이 용이한 와인의 경우 이 과정에서 더 맛있게 변하기도 한다.
전자 현미경으로 본 코르크 조직와인을 보관할 때는 코르크가 건조해지지 않게 눕혀두는 것이 좋은데, 코르크가 건조해지면 고유의 팽창력이 떨어져서 병목과의 간극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틈으로 공기 중의 산소가 병 속으로 침입할 경우 와인이 급격히 산화되기도 한다.
와인 마개는 단일한 코르크 덩어리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여러 코르크 조각(부스러기)을 뭉쳐서 제작하기도 하는데(샴페인 마개를 생각해보자) 이런 코르크는 ‘agglomerated 코르크; 결합 코르크’라고 불린다
다양한 종류의 코르크, 샴페인 마개를 보면 코르크 조각들이 뭉쳐진 것을 볼 수 있다과거에는 전체 와인의 약 80%가 코르크 마개로 봉해져 있었는데 근래에는 이 비율이 60% 수준까지 하락했다. 스크류 캡(소주 뚜껑 같은)의 사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고급 와인은 스크류캡을 잘 쓰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예를 들어, 호주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와인은 가격 무관하게 대체로 알루미늄 마개를 사용한다.
코르크 마개의 장단점?
우선 단점, '코르키 났다.'는 표현 들어본 적 있나? 가끔 와인에서 쿰쿰한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다. 코르크 마개로 사용할 경우 트리클로아니졸(TCA)이라는 화학물질이 발생한다. 이는 곰팡이가 염소 또는 페놀계 물질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발생하는 것이다. 와인에서 곰팡이 향이라니... 반면, 스크류 마개를 사용하면 이런 사태가 발생할 확률이 거의 0에 수렴한다.
그리고 장점, 천연 코르크를 사용하면 적당한 양의 산소가 병에 유입되어 천천히 숙성된다. 따라서 숙성용 와인에는 코르크 마개가 더 적합할 수도 있다. 완전히 순수한 천연 코르크를 사용하는 대신에, 리그닌을 제외한 수베린 성분만을 추출한 후 TCA 성분이 발생하지 않는 마개로 제작할 수도 있다.
코르크 마개든, 스크류 마개든 와인만 맛있으면 되지. :) 라고 생각하는 1인이다.
그리고 조금 더 (노잼이니 더 알고 싶은 사람만 읽기)
코르크 생산 개요
전 세계 약 2,200,000ha 의 코르크참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다. 이 중 34% 포르투갈, 27%가 스페인.
년간 생산량 코르크 생산량은 약 200,000톤으로, 이 중 50%가 포르투갈, 30%가 스페인, 6%가 모로코 산이다. 생산된 코르크의 60%가 와인 마개로 제작된다.
코르크 수확의 기술
코르크는 5월 초에서 8월 말 사이에 수확되는데, 나무에 손상을 가하지 않고 코르크를 줄기로부터 분리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25살이 된 어린 나무에서 최초로 수확된 코르크(Virgin 코르크)는 품질이 매우 낮기 때문에 바닥재나 신발 바닥, 다른 산업제품 생산에 사용된다. 좀 더 성숙한 나무에서 수확된 코르크(Gentle)는 품질이 좋아 와인이나 샴페인 병마개로 제작 가능하다.
코르크를 나무 기둥으로부터 분리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다. 작업자들은 아주 날카로운 도끼를 사용하여 두 가지 방법으로 나무를 쪼갠다. 한 번은 기둥 둘레를 따라 수평으로, (목걸이처럼) 그리고 수직으로 몇 차례 도끼질을 한다. 이것은 매우 섬세한 기술을 요하는데 코르크 자체가 단단하여 쪼개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분리 과정에서 코르크 형성층 아래의 나무에 손상을 입히면 안 되기 때문이다.
참고 자료
《J. L. CALHEIROS E MENESES, President, Junta Nacional da Cortiça, Portugal. "The cork industry in Portugal"》.
“McClellan, Keith. "Apples, Corks, and Age". Blanco County News”.
《Henley, Paul, BBC.com (September 18, 2008)"Urging vintners to put a cork in it"》.
《PricewaterhouseCoopers/ECOBILAN (October 2008). Analysis of the life cycle of Cork, Aluminium and Plastic Wine Closures. Archived September 13, 2009, at the Wayback Machine.》.
“"Harvesting Cork Is as Natural as Shearing Sheep". newsusa.com.”.
《Prlewe, J. Wine From Grape to Glass. New York: Abbeville Press, 1999, p. 110.》.
《Archived January 13, 2014, at the Wayback Machine.》.
《Gibson, Richard, Scorpex Wine Services (2005). "variability in permeability of corks and closures" (PDF). Archived from the original (PDF) on May 12, 2013.》.
“"Cork or screw cap – which is best for your wine?". Corklink.com.”.
《"Evaluation of the environmental impacts of Cork Stoppers versus Aluminium and Plastic Closures: Analysis of the life cycle of Cork, Aluminium and Plastic Wine Closures" (PDF). December 4, 2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