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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 Dec 25. 2018

입 안에서 터지는 반짝임, 스파클링 와인

좋은 날, 파티엔 빠질 수 없는 와인. 샴페인만 있을까?

위대한 게츠비의 샴페인

입속에서 펼쳐지는 불꽃놀이, 그 불꽃의 줄기가 떨어지며 사라락 혀를 스친다. 세련된 겉모습과는 달리, 향은 구수한 누룽지 사탕 같기도 하다. 파티, 특히 축하할 일이 있는 자리에 빠지기 힘든 스파클링 와인.


돔 페리뇽 1952년 산을 마실 줄 아는 이는 악당일 수 없다
- 제임스 본드 (영화, 나를 사랑한 스파이)

 

그렇다면 어떻게 스파클링 와인에는 스틸 와인(무탄산 와인)에는 없는 탄산이 있을까? 발효 과정 차이 때문이다. 발효가 완전히 끝난 후 병에 주입되는 일반 와인과는 다르게 스파클링 와인은 발효가 덜 끝난 상태로 병입 된다. 병 속에서 2차로 발효가 진행되는데 이때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이것이 와인에 녹아들며 탄산이 된다. 

스파클링 와인 제조 방법 (출처 : Winefolly)


스파클링 와인은 언제부터 있었을까?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와인의 기포가 발견되었지만, 발생 이유를 몰랐던 사람들은 이것이 달의 주기나 영적인 것 때문이라고 믿었다. 그렇다면 스파클링 와인을 최초로 만든 사람(만들었다기 보단 발견한 사람)은 누굴까? 


※ [용어 정리] 샴페인은 스파클링 와인의 한 종류이다. 프랑스 상파뉴(Champagne) 지역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을 샴페인이라고 한다.  


샴페인을 최초로 만든 사람은 돔 페리뇽?


많은 사람이 샴페인의 창시자를 수도사 돔 페리뇽(Dom Perignon)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그는 샴페인 창시자라기보다는 샴페인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한 사람이다. 그는 오비예(Hautvillers) 수도원에서 와인의 기포를 제거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는데, 병 속에서 발생한 기포 때문에 병이 폭발하는 일이 빈번했다. 탄산의 기압 때문에 병이 견디지 못하고 깨져버리는 것. 

그는 탄산이 없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기포의 생성 원인을 연구하다가 샴페인의 매력을 발견했다. 굳이 탄산이 없는 와인을 만들어야 되나? 이렇게 맛있는데?

2003 빈티지의 돔 페리뇽. 라벨에 심벌인 '별'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돔 페리뇽은 와인 창고에서 폭발한 와인을 맛을 보고 “입안에 별이 있다”라고 했단다. 그래서  돔 페리뇽의 심벌이 별이기도 하다. 


초기에 스파클링 와인을 상업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할 때는 일꾼들이 철로 된 마스크를 쓰고 일했다. 압력을 이기지 못한 마개가 튀어나와 얼굴을 가격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최악의 상황은, 하나의 병이 폭발하고 연쇄적으로 다른 병들도 폭발하는 것. 때문에 셀러에 보관된 와인 병의 90%까지 깨지는 상황도 발생했다. 


양조도 과학이다, 샴페인을 발전시킨 것은 프랑스가 아닌 영국?

1. 와인병 : 본격적으로 상파뉴 지역 와인 연구를 시작한 것은 프랑스가 아닌 영국이었다. 영국은 17세기부터 석탄 화덕으로 유리를 구워, 나무 화덕을 사용하는 프랑스보다 훨씬 단단한 병을 만들기 시작했다. 

2. 코르크 마개 : 코르크 마개는 서로마 시대에 사용되다가 몇 세기 동안 잊혔다. 영국은 프랑스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와인을 수입했다. 추운 겨울, 상파뉴 지역은 너무 추워서 포도의 당이 100% 발효되지 않고 일부 남는다. 와인이 영국으로 운반되어 온도가 높아지면 잔류 당분의 발효가 재개되고 이때  발생한 탄산가스로 압력이 생긴다. 이 탄산을 유지하기 위해 영국에서는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3. 스파클링 와인에 대한 최초 논문 : 1662년 영국의 과학자 Christopher Merret는 와인에 잔류한 당분, 혹은 첨가된 설탕이 어떻게 탄산으로 변화되는지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전 세계 최초로)




한 병의 샴페인 속, 4천9백만 개의 기포가? 스파클링 와인의 기포 이야기

스파클링 와인의 기포는 와인이 잔에 닿는 순간부터 발생한다. 잔에 미세한 결함(기공)이 있으면 기포 핵이 형성되어 기포가 잘 발생하기 때문에 일부 잔들은 임의로 결함을 만든다. 따라서 기포 크기와 발생 일관성은 와인뿐 아니라 유리잔의 품질에 의해 결정된다. 

이산화탄소가 와인에서 빠져나와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과정에서 뭉치는 것을 '핵형성'이라고 한다. 잔에 따라진 스파클링 와인의 탄산은 개봉된 병에 담겨 있을 때 보다 훨씬 더 빨리 공기 중으로 방출된다. 
평균적으로 한 병의 샴페인은 약 49백만 개의 거품을 발생시키고, 크기는 약 20 마이크로미터다. 표면으로 상승할 때 부력에 의해서 직경이 팽창하여 표면에서는 약 1mm의 사이즈가 된다.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면 더 빨리 취할까?

정답은 YES! 기포에 의해서 알코올이 상대적으로 빨리 혈류에 도달한다. 영국 Surrey 대학은 동일한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는 스파클링 와인과 일반 와인을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음주 후 약 5분이 경과한 후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했을 때, 스파클링 와인을 섭취한 집단의 피에는 리터 당 54mg의 알코올이, 반대 집단의 경우 39mg의 알코올이 측정되었다. 맛있다고 벌컥벌컥 마시면 취할 수 있다는 거..




샴페인만 있을까? 다른 스파클링 와인들

'뽕' 따면 기포가 프스스스 올라오는 와인들을 샴페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샴페인은 프랑스의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된 것으로 스파클링 와인의 한 종류다. 


기타 스파클링 와인에는 포르투갈의 Espumante, 스페인의 Cava, 이탈리아의 Trento Doc, Oltrepò Pavese Metodo Classico, Asti, 그리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Cap Classique 등이 있다.

보통 스파클링 와인은 화이트이거나 로제이지만 일부 이탈리아 지역에서는 Brachetto, Bonarda, 그리고 호주에서는 발포성 쉬라, 그리고 아제르바이잔이라는 적색의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기도 한다. 스파클링 와인의 당도는 아주 드라이한 ‘brut’ 스타일부터, 더 단 ‘doux’ 스타일까지 다양하다


아이언맨도 축하할 일이 있을 때는 돔 페리뇽을 마신다. 어벤저스 영화에서 아이언맨은 스타크 빌딩이 완공됐다며 샴페인을 마시는데,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돔 페리뇽의 독특한 라벨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언맨 영화에 등장한 거대 돔페리뇽


샴페인은 프랑스 왕의 대관식에도 빠지지 않는 필수 아이템이다. 대관식 후 새 왕은 노트르담 대성당 아래 자리한 토 궁전의 연회장에서 샴페인을 터뜨렸다고 한다. 

축하의 아이콘인 샴페인. 연말연시, 소중한 사람과 와인 한 잔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샴페인을 터트릴 일이 더 많은 한 해가 되길 기원하며. 




조금 더 전문적이고 노잼인 이야기 (안 읽는 것을 추천)


일차 발효

스파클링 와인의 일차 발효는 기타 다른 와인과 같지만, 특별하게 배양된 스파클링 와인 전용 효모가 사용된다. 상큼한 과일향을 내기 위해서 양조자들은 유산 발효 단계를 인위적으로 멈추고, 베이스 와인을 블렌딩 한다.
Blanc de blancs (흰색 중의 흰색)이라고 불리는 스파클링 와인의 경우 100% 샤르도네 포도로 만들지만, 대부분의 스파클링 와인의 경우 몇 가지 종류의 포도 품종, 밭, 빈티지 등을 블렌딩 한다. 양조자들은 수백 종류의 베이스 와인 중 일부를 선택하여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구현한다. 그리고 2차 발효가 시작되면 스파클링 와인의 주요 특성인 ‘기포’가 생성된다. 일차 발효 시에는 기포가 대기 중으로 빠져나갈 수 있지만, 2차 발효 시에는 가스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와인에 용해되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와인 병에 큰 압력이 발생되기 때문에 (약 5 대기압 수준) 깨짐을 방지 위해 단단한 병을 사용해야 한다.


이차 발효

R.D 란 Recently Degrogement 을 의미 최근에 데고르주망 되었다는 뜻


1) 전통적 : 샴페인 방식 (Champagne Method)

이차 발효를 일으키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잘 알려진 전통적 방식은 ‘샴페인 방식’으로 베이스 와인에 추가적인 당분과 효모를 첨가하여 병입 하는 것이다. 신선한 효모와 당분이 첨가될 경우 병 속에서 발효가 일어나게 되어 탄산이 와인에 용해된다. 이 과정에서 효모에서 나오는 노폐물이나 죽은 효모 세포들이 침전물의 형태로 가라앉게 되는데 이것을 앙금(lees)라고 부른다. 이후 숙성 과정 중 앙금의 풍미가 서서히 와인에 발현되고, 이 과정을 효모 자가 분해(autolytic)라고 한다. 이 과정은 수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씩 걸리기도 하며, 이들은 사후에 제거된다(Disgorge, 데고르주망). 전통적인 방식에서는 병을 천천히 기울여 효모 찌꺼기가 병 목 부분으로 모이게 하며, 일일이 손으로 돌릴 경우 Riddling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노동력이 많이 필요로 하는 방식으로, 최근에는 기로 팔레트(Gyropalettes)라는 기계를 이용하여 한 번에 몇 백 병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후 데고르주망에 의해 빈 부분만큼 와인의 당도와 양을 맞추기 위해 추가적으로 신선한 포도주(Dosage, 도사지)가 첨가된다. 과거에는 이런 데고르주망 단계를 생략하고, 병에 침전물이 있는 상태로 와인이 판매되었다.
- 샴페인 : 샹파뉴 지역은 서늘한 기후와 백악질의 토양을 가지고 있으며 피노누아, 샤르도네, 뫼니에(Meunier)를 이용하여 미디엄 바디, 높은 산도, 낮은 알코올을 지닌 와인을 양조한다. 이 지역의 기후는 매우 서늘하고 해마다 날씨 변동 폭이 커서 균일한 품질을 생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빈티지 와인을 블렌딩 한다. 따라서 논-빈티지(NV; Non Vintage) 와인이 많다. 
- 크레망 : 샹파뉴 지역 외에 프랑스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이다. 대표적으로 루아르 지역의 슈냉 블랑으로 양조한 스파클링 와인이 있으며 이는 소뮈를(Saumur)라고 불리기도 한다. 
- 카바 : 전통 방식으로 생산된 스페인의 스파클링 와인으로 지역 토착 품종으로 양조하며, 주로 카탈루냐 지역에서 생산된다. 
- 메쏘드 캡 클라시크(Methode Cap Classique) :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전통 방식으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을 지칭한다.



2) 이전 방식(Production-Transfer, Transfer Method)

베이스 와인을 병에서 2차 발효하는 단계까지는 전통적 샴페인 양조 방식과 동일하지만, 이후 앙금 제거 방식이 상이하다. 이전 방식의 경우 2차 발효가 일어난 와인들을 통째로 가압 상태의 탱크에 부어 효모를 여과해 걸러내고 당분과 와인을 첨가한 후 병입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샴페인이나 카바 양조 시에는 허용되지 않지만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는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샹파뉴 지역에서도 이러한 양조 방법이 허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일반적인 와인병(750ml)이 아닌 다른 사이즈의 병에 양조를 할 때이다. 피콜로(187.5ml)처럼 작거나 더블 매그넘(3L) 이상으로 큰 사이즈의 병의 경우 퓌피트르(Pupitre)라고 불리는 프레임에 꽂아 넣을 수 없다. 이처럼 전통적 방식을 적용할 수 없는 경우 이전 방식을 통한 양조가 허용된다.


3) 탱크 방식 (Tank Method)

베이스 와인으로 양조를 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이후 병입 하는 것이 아니라 가압 탱크에서 2차 발효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2차 발효 완료 후 가압 상태에서 여과 및 병입이 일어나는데, 병 속에서 2차 발효가 일어나는 방식에 비해 앙금(lees)과의 접촉이 적은 경향이 있어 이러한 풍미가 적다. 
이는 프로세코(Prosecco, 이탈리아 북동부)나 젝트(Sekt, 독일)와 같이 신선한 과일 풍미가 강한 스파클링 와인 생산에 이상적이다. 
- 프로세코 : 이탈리아의 스파클링 와인으로 글레라라고 하는 세미-아로마틱한 청포도로 양조한다. 기포가 매우 풍부한 스타일은 스푸만테(Spumante), 살짝 기포가 있는 가벼운 스타일은 프리잔테(Frizzante)라고 한다. 
- 젝트 : 스파클링 와인을 뜻하는 독일어로, 라벨에 단순히 젝트라고 명시된 와인은 EU 내 어느 국가에서나 생산된 저렴한 기본 와인을 사용한다.  


4) 샤르마 방식(Charmat)

샤르마(Charmat) 방식은 스파클링 와인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법으로, 커다란 스테인리스 발효조에서 발효시킨 후 사후에 압력을 가해 병입 하는 것이다. 다른 표현으로는 Bulk Method, Cuve Close{불어로는 (Closed Tank)란 뜻}라 불린다. 즉, 2차 발효는 일어나지 않으며, 병 속에서 다시 한번 발효시키는 전통적인 샴페인 제조방법과는 달라 라벨에 “Charmat” 또는 “Bulk”라고 표시해야 한다. 전통적인 제조방법으로 만든 샴페인보다는 거품이 더 크지만 빨리 사라진다. 하지만 가격은 저렴하다. 이 공정을 만든 사람 Eugene Charmat(위젠 샤르마)의 이름을 따서 Charmat(샤르마)라 불린다.




스파클링 와인의 당도

스파클링 와인 라벨에 BRUT, DEMI SEC, BRUT Nature 이런 표현들이 있다. 이는 와인의 당도 표기니, 참고해서 입맛에 맞는 와인을 고를 길 바란다. 

스파클링 와인의 당도 (출처 : Winefolly)


Brut Nature (a.k.a. Brut Zero) 0–2 calories
0-3 g/l Residual Sugar (RS) is equivalent to < 1/6 teaspoon sugar per 5 oz. serving

Extra Brut 0–5 calories
0-6 g/l RS is equivalent to < ¼ teaspoon sugar per 5 oz. serving

Brut 0–7 calories
0-12 g/l RS is equivalent to < ½ teaspoon sugar per 5 oz. serving

Extra Dry 7–10 calories
12-17 g/l RS is equivalent to ½–¾ teaspoon sugar per 5 oz. serving

Dry 10–20 calories
17-32 g/l RS is equivalent to ¾-1 teaspoon sugar per 5 oz. serving

Demi-Sec 20-30 calories
32-50 g/l RS is equivalent to 1–2 teaspoons sugar per 5 oz. serving

Doux over 30 calories
50+ g/l RS is equivalent to over 2 teaspoons sugar per 5 oz. ser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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