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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ebee Jan 21. 2019

하다칸<아츠칸<토비키리칸? 데운 술의 변신

with 데운 정종



늦은 퇴근길,

갑자기 쏟아지는 초겨울비를 맞고 귀가한 밤. 

추위에 젖은 몸을 녹여줄 따뜻한 한 잔이 생각나 술을 한 번 데워봅니다..

뜨거운 칵테일로는 위스키와 레몬을 이용한 핫 토디 (Hot Toddy), 

와인에 오렌지 등 과일을 넣고 끓인 뱅쇼(Vin Chaud), 

소주 등을 뜨거운 물과 섞은 오유와리(お湯割り) 등이 있지만 

오늘은 그냥 간단하게 들어오다가 편의점에서 산 청주 한 병을 데우기로 합니다.




술을 데우기 위해 도쿠리(德利, 술을 덜어 마실 수 있는 호리병 모양의 술병)를 꺼내어 

청주를 적당히 붓고 냄비에 물을 끓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적당히 물이 끓으면 도쿠리를 냄비 안에 넣고, 

물이 끓으며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알콜향이 퍼지기 시작할 때 쯤 

불을 끄고 도쿠리를 꺼냅니다.

(도쿠리가 없으시더라도 바로 위 사진처럼 내열 유리잔이나 머그컵을 이용하셔도 좋습니다.)


술을 데우는 온도는 취향에 따라, 그리고 그 날의 날씨에 따라, 기분에 따라 다릅니다. 

오늘 같이 추운 날에는 아주 뜨겁게 끓여서 홀짝거리며 조금씩 마시기도 하고, 

어떤 날은 체온과 비슷하게 미지근하게 데워서 와사비를 곁들인 간장을 뿌린 두부를 

안주 삼아 마시기도 하지만 저는 미지근보다는 좀 더 따뜻하게 데운 술을 좋아합니다. 

술이 데워지면서 알콜향이 피워오르고 손으로 병을 간신히 잡을 수 있는 정도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술 데우는 온도입니다.


<데운 술의 온도에 따른 구분>
♨히토하다칸(人肌燗) : 35도, '히토하다'는 사람피부라는 뜻으로, 사람 체온 정도로 데운 술입니다.
♨누루칸(ぬる燗) : 40도, '누루이'는 미지근하다라는 뜻으로 체온보다 살짝 뜨겁게 데운 술입니다.
♨죠우칸(上燗) : 45도    
♨아츠칸(熱燗) : 50도, '아츠이' 뜨겁다는 뜻으로 일반적인 데운술의 온도입니다. 데운 술을 주문할 때도 보통 '아츠칸 구다사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토비키리칸(飛びきり燗) : 55도, '토비키리' 월등히, 펄쩍 뛰어올라 베기라는 뜻으로, 정말 아무생각없이 잔을 잡았다가는 펄쩍 뛸 정도로 뜨겁습니다.



술을 데우는 방법은, 직접 술을 냄비나 주전자에 넣고 끓이는 방법도 있고, 

컵에 따라 랩으로 씌운 후 구멍을 살짝 뚫어 전자렌지에 데우는 방법 등도 있지만 

역시 물을 이용한 중탕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배는 그다지 고프지 않기 때문에 냉동실에 얼려놓은 

은행을 몇 알 꺼내어 기름을 살짝 두르고 팬에 볶습니다. 

평상시에는 그냥 손으로 집어 소금에 찍어 먹지만 

오늘은 사진을 찍기 위해 한 알 한 알 정성스레 꼬치에 꼽고... 

그리고 완성. 


차가웠던 몸과 마음을 풀어준 겨울밤의 술 한잔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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