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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 Jan 09. 2019

너만 없는 이 길에서

메이플, 그리운 이름 하나.

2019/1/8/10:45am


새해가 되고 요 며칠 겨울 비가 많이 내렸다.


비 때문에 한 사오일은 걷지 못해서인지 몸이 불편해오는 것 같아서 오늘도 하늘이 잔뜩 찌푸려있지만 단단히 채비하고 집을 나섰다. 운동복 위에 우비 자켓을 입고 모자도 쓰고 혹시 몰라 한손엔 접이우산까지 들고서.


눈은 안오지만 이곳도 겨울엔 나름 춥다.
잔뜩 어두운 회색 하늘인데도 문을 열고 밖을 나서보니 그래도 바람은 심하지 않아서  찬공기가 나쁘지 않다. 기분 좋을 만큼의 차가운 공기.


늘 걷는 그길을 따라 익숙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웃집들을 몇채 지나고

작은 공원이 왼쪽으로 지나고

조금 더 걸으니

아까보다 조금 더 큼직한 공원이 내 옆 오른쪽으로 나타난다.

구획으로 나눠진 잔디밭들이 보이고..


거기서 나는 메이플을 기억해본다.

우리 메이플이 어디에서 어디로 뛰어다녔었는지, 어디서 냄새를 맡으며 킁킁거렸었는지, 어디서 드러누워 신나게 등을 비벼댔었는지..


두달전, 12년을 같이 살았던 너무나 착하고 예뻤던 우리 메이플을 하늘 나라로 떠나보냈다.

동물이건 인간이건, 이게 바로 죽음의 정석이 아닐까 싶게, 망가지지 않는 모습으로 아름답게, 그렇게 메이플은 우리를 떠나갔다..


계속해서 익숙한 그 길을 따라 다시 걸었다.

주택가 옆 산책로가 나타나고 간간이 조깅하거나 걷는 사람들을 만난다.

저만치 앞에서 메이플과 같은 골든 리트리버가 주인과 함께 신나게 걸어가고있다.

또 이내 그렁그렁 눈물이 차올라버린다.

반대편에서 걸어오고 있는 사람이 놀랄까 눈에 뭐 묻은거 닦아내는양 슬쩍 눈물을 지워냈다.

눈물이 더 성해지기 전에 내가 나를 위로해주는 주문을 외워본다.

아마 날 떠나지않고 내 옆에서 지금 같이 걷고 있는데 사는 세상이 달라 내가 모르는걸지도 몰라. 지금 메이플은 내 옆에 있어. 걷기에 신이 난 얼굴로 날 올려다보며.

주문은 오늘도 제대로 효험이 있어줬다..


이 산책길 코스를 걷다보면 잠깐동안 포장이 안된 흙길에 이르게된다. 며칠간의 비 때문에 아직도 축축함이 남아있는 갈색 흙 위로 군데군데 사람 발자국도 보이고 그 곁에 강아지들의 발자국들도 보인다. 메이플 발자취가 있었을 그위로 다시 켜켜히 얹혀진 다른 아이들의 발자국. 이 흙길은 저 발자국들 아래 어딘가쯤 아직도 메이플의 발자국을 품고 있을 것이다.


계속 걷고 걸었다 오랜만에. 되도록이면 집에서 먼쪽으로. 


너와 걸었던 이 길도,

걸으며 만난 집들도 나무들도,

하다못해 길가 풀들까지도 다 그 자리에 그대로인데,

메이플, 너만 없구나.


사랑했고 사랑하고 매일 매순간 그립다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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