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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 Oct 18. 2015

7:00는 되고 6:58은 안돼?

십진법으로 인해 놓치는 많은 것들

폰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7:00 am.


아 오늘은 더 잘 수 있었는데.. 하며 습관적으로 알람을 끄려다 보니 출근해야 하는 평일엔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내 폰에 미리 셋 논 알람 시간들이 눈에 들어온다.


하나는 일곱 시 하나는 여섯 시 반 또 하나는 여섯 시에 맞춰져 있다.

뭐야 이거 웬 정각 강박증?


훗, 참~ 세상 각박하게 살고 있구나. 아니면 이런 정각이란 개념에 내가 너무 훈련되어져 버렸거나.. 누군가에 의해 내 일상이 컨트롤당하는 기분이랄까.


어차피 잠에서 깼고 급하게 서둘러 뭔가를 해야 하는 일도 없는 날이라 더 게으름 부리며 누워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해본다. 삶을 정각 개념이나 십진법 개념으로만 살면 분명히 잃는 게 있을 텐데 아 왠지 모르고 다 지나쳐 버린듯한 괜히 억울한 이 기분 뭐지.


1,5,10,15...,100..,1000, 5000, 10000...


이런 숫자만 뭔가 딱 떨어지는 깔끔(?)한 숫자라 느끼게 돼버렸는데, 그럼 사이에 낀 숫자들은 뭐야. 2는 1보다 하나 많은데 1로 반내림되야하고 9는 하나 적은데 10으로 반올림해서 말할 수 있고 하물며 3이나 4 혹은 7이나 8같이 애매~하게 느껴지는 애들은 뭐람. 하나하나도 다 고유의 가치를 지닌 숫자들인데. 재정담당자나 회계사 아닌 담에야 누가 그리 일상생활에 이 중간에 낀 숫자들에 그다지 진정한 가치를 부여할까.


90-100 은 A, 80-89 는 B, 70-79 는 C..

한 끗 차이인 89 와 90으로 인해 학교에서 혹은 사회생활에서 피해본 경험은 없었나. 89점이면 잘한건데 1점을 더 하지못해 의기소침해진 적은 없었나. 99점이라 뛸 듯이 좋은 게 아니라 100이 아니어서 한껏 좋지는 않았던 적은 없었나.


1위가 아닌 2위이고 10등 안에 들지 못한 11등인 거가 아쉬운 적은 없었나. 100명안에 속하지못한 101번째라 속상한 적은 없었나. 이 개념의 틀에 박혀 내가 나의 가치를 남의 가치를 평가절하 시키고 좌절하거나 무시한 적은 없었나.


단 돈 천 원 차이인 99,000 원 세일가에, 이곳에선 1센트 차이인 $99.99 가격에 그 돈이 그 돈인줄 알면서도 왠지 싼 것 같아 구입한적은 없었나.


오늘 9 를 가진 나는 많이 가진건데 10을 채우기 위해 나를 혹사하거나 오늘을 행복하게 여기지 못한 날은 없었나. 아니면 10을 가진 다른 사람의 완전함(?)을 부러워한 적은 없었나. 아니면 11을 가지고 있으면서 10이나 11이나 뭐달라 라고 하나라는 가치를 우습게 여기진 않았나.


7시가 아닌 6시 58분에 알람을 맞춰둔다면 난 2분을 더 얻을 수 있진 않았을까. 6시 53분이면 어떻고.

이런 작은 거가 나의 가치관을 제한시켜버리고 생각의 자유로움과 창조성을 방해한 건 아니었을까.


실컷 이런저런 생각하다 시계를 보니 7시 23분이다.

딱 2분만 더 있다 일어나야지 하는 나를 본다. 차암나..

3분 있다 일어나고 앞으론 6시 58분에 맞춰놓고 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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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Jamie:

플라워샾 오너 in California

미국 플로리스트 협회(AIFD) member,

AIFD Certified floral design judge/evaluator,

&

Wine speci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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