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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 Sep 23. 2015

게으른 베짱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난 동화를 좋아한다.

일단은 동화책 속 삽화들이 항상 너무 예쁘고,

은 글에 함축된 내용이 어떤 긴 글보다도 더 가슴에 와 닿아서.


우리가 알고 있는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는,

놀고먹고 일 안하던 베짱이의 뒤늦은 후회와 한겨울 따뜻한 집에 그런 베짱이를 품어주는 개미의 넓은 아량으로 끝이 난다.


우리들 삶 속에서 베짱이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왠지, 풍부하게 태어나 걱정 없이 살다가 가도 되는 이들이지만, 여기선 그런 류는 베짱이에도 끼워주지 않을란다.

장수 하늘소? 무당벌레? 뭐 이런 건 그 동화에 나온 적 없는 것 같으니 그런 부류들은 일단 그렇게 장수 하늘소나 무당벌레쯤으로 분류해서 아예 이 글에서 제외를 시켜버릴란다.


실제 인생 속에서 개미들은,

평생을 열심히 살았지만 어떤 이유로든 경우에 따라서는 놀고먹던 베짱이들 만큼 혹은 그만도 못한 추운 겨울을 지내야 하는 경우들도 많다. 하지만, 겨울이 될 무렵 충분한 양의 곡식을 쌓아놓을 수 있게됬건 그러지못했건간에, 그들은 열심히 살았기에 삶을 낭비하지 않았기에 박수받아 마땅한 '개미'들이다.



문제는 당연 베짱이다.


내가 생각하는 베짱이는 두 부류다.
'욕심도 없는 베짱이' 와 '욕심만 있는 베짱이'


욕심도 없는 베짱이


현실 속 '욕심 없는 베짱이'는 동화 속 베짱이랑 많이 닮기도 했다.


좋게 말하면 공수래공수거에 근거한 자연주의 삶이고, 좀 안좋게 말하면 그다지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이루고 싶은 것도 없고 이루고 싶지도 않은 어찌보면 욕심없고 어찌보면 나른한 삶이다.


그런데 이 '욕심 없는 베짱이' 들의 큰 장점이 있다.


적어도 내 잘못을 남에게 돌리지는 않는다는 것.

동화 속 베짱이가 한 겨울이 되고 나서 실컷 놀기만 했던 자신의 지난 시간들을 후회하고 반성했던 것처럼, 그냥 내가 안 했던 일이고 내가 하고 싶지 않았던 것들이니 결과에 대해서도 나의 탓이라면 탓이며, no pain no gain 원리를 당연히 인정한다.


그렇기에 이런 '욕심 없는 베짱이' 들은 열심히 노력하는 개미들의 땀에도 때로는 응원을 보낼줄 안다 쿨하게.


욕심만 있는 베짱이


현실 속 '욕심만 있는 베짱이' 는 '욕심 없는 베짱이' 처럼, 어찌보면 즐기며 어찌보면 나른하게 산다는 점은 같을 수 있으나, 이 두 베짱이에겐 큰 차이점이 있다.


'욕심만 있는 베짱이' 는 결과에 대해선 항상 불만을 갖는다는 점이다.


꽃 피는 봄이라 놀은 것도 '나'고, 더운 여름이라 놀은 것도 '나'고, 아름다운 가을이라 놀은 것도 '나'인데, 왜 '내'가 이런 겨울을 맞아야하는거냐며, 엉뚱하게도 계속 일해 온 개미를 시샘하고 질투한다.


아 그가 열심히 할 때 나도 뭔가 해볼걸. 이라던지,

아 그렇게 그들이 시간 쪼개가며 힘들게 노력하더니 결국은 뭐라도 해내는구나. 라던지 하는, 남에 대한 인정이나 나에 대한 반성이 없이,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아무 작은 거라도 뭔가를 이루어낸 상대를 싫어하고 비아냥거리고 질투를 한다. 부러워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싫어할 뿐.


너두 하지 그랬어 지금이라도 해. 라고 누군가가 옆에서 조언이라도 할라치면 항상 이유가 많다.

뭐 때문에 안되고 뭐 때문에 할 수 없고 뭐 때문에 하기싫고 뭐 때문에 뭐 때문에..


솔직히 별 할 맘이 없고 할 생각이 없었던건 '자신' 이었는데, 그저 그냥 남의 땀의 성취를 인정하기 싫고, 아니 때로는, 땀이 눈물이 그 성취를 가져다 준다는 사실조차 들여다보질 못하고, 그저 뭔가 성취한 남이 싫고 편하게 남이 그걸 성취한 것만 같아 사뭇 못마땅해한다.


.

.


개미는 항상 무언가를 한다.

노력하고 시도했는데 결과가 좋지않았다고 해서 그들이 개미가 아닌 베짱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날이 가고 해가 가는 것 상관없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노력하고 싶지 않는것이 베짱이다.

그런데 상관없다. 적어도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고 자신의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면.


하지만,


베짱이로 살기로 했으면 적어도 그냥 차라리 평범한 욕심 없는 베짱이로 살자, 동화 속 주인공 베짱이처럼.

상관없는 남의 땀까지도 싫어하고, 욕심은 있어 남의 성취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그런 베짱이는 적어도 되지 말자.


인생, 쿨하게라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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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Jamie:

플라워샾 오너 in California

미국 플로리스트 협회(AIFD) member,

AIFD Certified floral design judge/evaluator,

&

Wine speci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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