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판델은 캡(캐버네이)이나 Merlot 처럼 세계적으로 재배되는 일반적인 품종은 아니지만, 특히 캘리포니아에서 많이 재배되는 품종으로 캘리포니아 전체 포도밭 10%에서 이 품종이 길러지고 있다고 합니다.
캘리포니아산 와인에서 진판델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보니 왠지 진판델은 미국이 원산지일 것만 같은데 실제 원산지는 크로아티아이고, 이탤리 남부 풀리아 Puglia 의 Primitivo 라는 품종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두 와인을 비교하며 테이스팅 해보는 것도 좋겠죠.
좀 서늘한 기후에서 자란 진판델에서는 주로 붉은 베리 종류 예를 들어 딸기나 산딸기(raspberry) 혹은 블루베리 같은 향이 나고 좀 따뜻한 기후에서 자란 진판델에선 좀 더 진한 blackberry, pepper, 스파이스, 또한 진한 당내가 나는 건포도 등의 향이 나며, 오크 숙성으로 인해 오크향, 스모키 향, 타바코 등의 향이 납니다.
색은 캐버네이나 메를로에 비해서는 좀 엷은 편이지만 전혀 라잇한 와인이 아닌 이유는, 일단 타닌과 산도가 미디움이상으로 높은 편이고 또한 포도에 당분이 아주 높아서 결과적으로 진판델 와인은 알콜레벨이 높기 때문에 보통 볼드한 스타일의 와인이 됩니다. 한국에서 예전에 가정에서 담던 포도주 맛을 기억하는지요? 진판델은 당내가 진해서 예전에 집에서 설탕 넣고 술 넣고 담갔던 한국산 과일주 포도주 맛과 좀 비슷~한 느낌의 맛이 납니다.
미국 진판델은 레드 품종이기에 보통의 레드 와인으로도 당연히 만들어지지만, 높은 당도를 이용해 디저트 와인으로도 혹은 알코올강화 와인인 포트 스타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또는 보졸레 와인처럼 가볍게 과일향 가득한 스타일로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의 진판델 와인이 생산되는 가운데, 전체 진판델 포도 생산량의 85% 정도를 차지하는 와인 스타일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로제 스타일 진판델인 White Zinfandel 입니다.
와인에도 유행이란 게 있어서 한때 white wine 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만큼 white 이 인기가 있었던 시기에, 궁여지책(?)처럼 만들어지기 시작한 로제 와인인 white zinfandel 의 인기로 인해, 다시금 레드 와인 수요가 생겨 날 때까지 진판델 품종이 지켜졌다고 해도 될 정도로 white zinfandel 은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로제입니다.
white zinfandel 은 약간의 스윗함이 느껴지는 off-dry 로 이런 off-dry 와인들은 인도음식이나 타이음식 그리고 한국음식 같은 스파이시한 음식에도 잘 어울리며 베이비백립스 같은 양념된 바베큐 종류에도 잘 맞습니다.
진판델은 미국 캘리포니아 산지에서 두루 생산되지만 우수한 품질의 산지는 나파 Napa 와 소노마 Sonoma 에서 나오며 로다이 Lodi 진판델은 가격 대비 좋게 즐길 수 있는 괜찮은 진판델들이 생산됩니다. 물론 다른 품종에서도 그렇지만 힐사이드나 높은 지대에서 나오는 진판델에선 과일향에 더해 좀 더 스파이시 하고 bold 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와인 설명에 혹은 와인 라벨에 가끔 Old vine Zin/Old Zin 이라고 쓰여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수 십 년 된 포도나무에서 재배된 진판델로 만들어진 와인으로 young 한 보통의 포도로 만들어진 것보다 더욱 진하고 응축된 맛이 납니다.
진판델은 미국에서도 특별한 팬층이 있는 와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확실히 Cab, Merlot, 혹은 Pinot noir 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니 안 드셔 보셨다면 한번 구입해보세요. 가격대도 보통 그리 높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