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사랑스러운 와인이지만 사실 레드나 와잇에 밀려 약간 소외되는 경향이 있기도 합니다.
와인 아닌 듯 와인 같은 그런 느낌 때문에.
와인산업에도 다른 산업분야와 마찬가지로 트렌드라는 게 있는데요,
소비자가 항상 같은 것만 찾는 것이 아니고 수요 패턴이 변화하는 것은 와인 산업에서도 있는 일로
최근 들어 와인의 전체 소비 증가와 더불어 로제 수요도 매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음식과의 페어링 pairing 에서는,
대체적으로 로제는 모든 음식에 잘 어울리지만 특히 생선류나 치킨 요리에 또 피자나 샐러드 같은 음식에도 참 잘 어울립니다. 굳이 음식과 같이 하지 않아도 식전에 혹은 모임 전에 마시는 식전주 Aperitif 로도 많이 이용되기도 하고요.
로제는 기포가 없는 still wine 으로도
또한 기포가 있는 sparkling wine 으로도 생산되는데요,
여기에선 기포가 없는 일반 와인인 still wine 에서의 로제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로제 와인 만드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좋은 로제로서 인정받는 공정은,
레드 와인 메이킹 방법과 같이 껍질이 포도액에 담겨 같이 발효에 들어가되
그 껍질 컨택 시간이 평균적으로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어야 3일 정도로
껍질에서 와인메이커가 원하는 만큼의 색만 우려내고 껍질은 제거하여 만들어지는 Saignee 라는 로제주조 방식입니다.
예쁘고 아름답지만,
알고 마시면 더욱 사랑스러울 로제 와인,
조금이라도 알고 마셔볼까요?
먼저, 프랑스에서 시작해볼게요.
프랑스의 많은 와인 산지에서 두루두루 로제가 생산됩니다.
하지만,
버블이 쪼로로록 올라오는 스파클링 와인 하면 단연 샴페인!이라고 대명사처럼 떠올리듯,
프랑스에도 로제 하면 대표적으로 떠올려지는 지역이 있답니다.
그 곳의 이름은 프로방스.
프로방스 Provence
라벤더가 가득한 곳, 남부 프랑스의 프로방스.
이 지역에서 아마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식물/허브/꽃이라고 할 수 있죠.
몇 년 전에 프랑스 칸이랑 니스 지역에 갔을 때 호텔 책자에서 보니 라벤더 가득한 프로방스 작은 마을들을 둘러보는 투어상품도 있더라고요.
이렇게 라벤더가 가득한 이 프로방스에서는 레드보다도 와잇보다도 로제가 많이 생산됩니다.
그 상당량이 지중해를 둘러 발달한 리조트들에서 많이 소비가 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외국 이곳 저곳으로 수출하기도 하는 샤또들이 있어서 외국에서도 맛 볼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겠죠?
프로방스의 와인 산지는,
지중해 연안을 따라 서쪽으로는 아비뇽 근처에서부터 마르세이유를 지나 동쪽으로 칸 Cannes 가까이로 펼쳐져있고요,
프로방스 와인 산지는 몇 지역이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많은 로제 와인을 생산하는 곳은 아래 라벨 예에서 처럼 코웃 드 프로방스 Côtes de Provence 산지(appellation)입니다.
또한 산지 이름이 없이 Vin de Pay(방드페이, 일반 테이블 와인) 라벨로 나오기도 하는데
이건 꼭 품질이 떨어져서 이 라벨로 나온다기 보다는,
산지 이름 없이 Vins de Pays로 생산할 경우엔 이런저런 쓸데없는 규제를 지키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주어지니 생산자들이 자기 소신껏 원하는 와인 스타일을 만들 수 있어 Vins de Pays 라벨로 생산하기도 합니다.
이 지역 사용되는 포도 품종은
그르나슈 Grenache, 쌩쏘 Cinsault. 무베드흐Mourvèdre 등으로
론을 비롯한 프랑스 남부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는 레드 포도 품종들입니다.
프로방스 로제 병 모양은
보르도나 버건디처럼 정해진 어떤 특정 병 모양이 있지 않아요.
원래는 볼링핀(skittle) 모양 병이거나
맨 첫 번째 사진처럼 코르셋 모양이었지만
프로방스가 지중해 연안에 있어서
뭔가 널널~하고 프리~한 스타일들이 몸에 배어 그런 건지,
병 모양들이 모아놓고 싶을 만큼 참으로 다양하고 예뻐서
프로방스 로제들은 병모양으로도 색감으로도 눈으로 이미 충분히 즐거움을 줍니다~
그리고 재밌는 건,
요 지역에선 꼭 저렇게 딱 병에 담긴 로제만 파는 건 아니고, 자기네 집에 있는 어떤 병이건 가져가면 맥주 탭에서 맥주 따라 주듯, 로제 펌프에서 병에 부어주고 팔기도 한다고 들었어요.
이담에 언젠가 다시 프로방스에 갈 기회가 된다면 여행 중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입니다.
또, Côtes de Provence wine center라고 있어서 이 지역에서 생산된 로제들을 다 모아놓고 와이너리나 와인 관련 자료도 볼 수 있고 원하면 테이스팅도 할 수 있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각 샤토들도 직접 들러볼 수도 있고요. 이 지역 여행갈일 있으면 꼭. 들러보세요. 재밌겠죠?
마지막으로 요 프로방스에는 최근 들어 주목받는 와이너리가 있습니다.
바로 안젤리나 졸리랑 브래드 핏이
Perrin 일가와 함께 운영하는 Chateau Miraval인데요.
위에 맨 마지막 로제 사진이 바로 그들 샤토에서 나오는 로제입니다.
프로방스 로제는 지중해 근처이기에 단연 생선음식이나 프로방스 스타일 디쉬에 잘 어울리지만,
피자나 파스타 또 아시안 음식에도 잘 맞는 로제들도 있으니 한번 시도해보세요.
로제도 있고 풍경도 아름답고 참으로 맘에 드는 곳 프로방스를 뒤로 하고,
다음으로 알아 볼 로제 와인 산지는 프로방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프랑스 Rhone 지역의 Tavel입니다.
타벨 Tavel
요 Tavel 지역은 특별함. 이 있습니다.
빨강도 하양도 아닌 프랑스에서 유일하게 "로제"만을 생산하는 지역이기 때문인데요. 이 말은 곧, 누군가가 타벨 와인이라 한다면 그것은 당연 로제 와인을 말하는 것이지 red 나 white 와인이 될수없다는 뜻입니다.
타벨 산지는,
프랑스 동남쪽, 론 Rhone 강을 따라 발달된 포도 산지인 론 밸리 Rhone valley에서도 지중해에 가까운 남부 론 southern Rhone 에 있으며, 대부분의 크루 Cru(좋은 포도 산지)들이 론강 동쪽으로 있는 반면, 타벨은 Lirac 이라는 크루와 함께 론강 서쪽에 자리하고 있답니다.
타벨 로제 가격대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그리 높은 가격은 아니고 웬만한 가격대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그래도 일반 로제 평균 가격대보다는 좀 높습니다.
타벨 와인을 만드는 주 포도 품종은, 프로방스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고,
남부 론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그르나슈 Grenache, 쌩쏘Cinsault 들로 주로 만들어지는 로제입니다.
요 타벨 로제와 다른 로제들의 큰 차이점은,
일반 로제는 대부분 쉽게 마시는 easy-to-drink 스타일로
타닌도 적고 과일향 많이 나고 살짝 단맛이 도는 off-dry 라 한다면,
타벨 로제는
로제중에 가장 남성답다고 하면 말이 될까요 아님
레드의 캐릭터들을 다 지니고 있으면서 레드에 비해 색이 엷을 뿐이라고 해야 할까요?
와인 고픈 어느 날,
좋은 타벨 로제 하나 구입해서 프로방스 로제나 다른 로제랑 같이 드셔 보시면 더욱 그 차이점이 느껴질 겁니다.
타벨이 속해있는 남부 론 Rhone 지역은,
타벨에서 뿐만이 아니고 Côte du Rhone 산지 이름으로도 로제가 많이 생산되는데,
일반적으로 와인샾에 나오는 프랑스 로제들 중에선 아래 라벨예에서 볼 수 있듯
이 산지 이름, 코웃 뒤 론 Côte du Rhone, 이 아마 가장 많이 보일 겁니다.
타벨과 품종도 거의 비슷하니 이렇게 론 지역에서 나오는 로제도 시음해보세요.
대부분의 로제가 그렇듯 "코웃 뒤 론" 와인도 easy drinking style 로제입니다.
프랑스 로제에서 한 지역을 더 살펴본다면 루아 Loire 밸리 지역입니다.
루아 Loire Valley
이곳은 보르도 북쪽에 있으며
루아 강줄기를 따라 동서로 길게 늘어서 대서양과 만나는 지역인데,
이 루아 지역은 white 이 주로 많이 생산되는 곳으로 그중엔 로제만을 생산해서 아예 로제이름을 단 산지 이름들이 있을 정도인데요, 아래 라벨 예를 보시면 이 생산지역(AOC) 이름들이 라벨에 쓰여있습니다.
(위 타벨 산지와는 다르게 같은 지역 바운더리에서 다른 산지 이름으로 레드나 와잇이 생산됩니다)
로제 당주 Rosé d'Anjou
로제 드 루아 Rosé de Loire
캬베르네당주 Cabernet d'Anjou
(Cabernet de Saumur라는 산지도 있지만 이곳의 생산량은 극히 미미해서 수출시장에선 보기 힘들 거예요)
산지이름들을 잘 봐 두셨다가 이들 로제를 구입해보세요.
조 중에서 가장 좋은 품질의 로제는 Cabernet d'Anjou에서 나오고요
생산량도 다른 두 로제 산지에 비해 많고 캬베르네 프랑 Cabernet Franc와 캬베르네 쏘비뇽 Cabernet Sauvignon 품종으로 만들어집니다.
Rosé d'Anjou에서는
위의 두 품종 외에 Grolleau, Gamay 등이 같이 사용되고요,
위의 캬베르네 당주 산지보다 조금 덜 단 게 일반적이라고는 하나 그래도 단맛이 느껴지는 off dry 정도.
Rosé de Loire 의 로제가 가장 드라이한편이며
카베르네 품종들과 다른 로컬 품종들의 블렌드입니다.
이외 프랑스 여러 다른 지역들에서도 물론 로제는 생산됩니다.
이제 다른 나라들로 넘어가 볼까요?
포르투갈
로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중 하나
포르투갈의 마테우스 로제입니다.
이 마테우스 로제는
오래전 비틀즈가 활동하고 히피문화가 전성기이던 그 시절 부터 몇십 년간 대단히 인기였던 로제였다고 하네요. 지금도 나이 든 와인 애호가들 중엔 이 로제를 추억의 한 장면으로 기억하고 지금도 즐기고 있다고 하는 그 로제입니다. 수출 시장엔 많이 없는 듯 하지만 혹시 와인샾에서 보이거나 아니면 포르투갈 쪽으로 여행 갈 일이 있으시면 시음해 보세요. 항상 그 산지 지역에서 가장 좋은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거니까요. 음식이든 와인이든.
스페인
스페인 로제는 로사도 Rosado 라 하는데요,
스페인 와인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리오하 Rioja에서도 로제가 많이 나옵니다.
리오하의 대표 레드 품종인 템프라니요 Tempranillo로 만든 로제도 있고,
그르나슈 Grenache(스페인 이름은 가르나챠Garnacha) 품종으로 만든 로제도 생산되는데요,
특히 그르나슈 품종은 타닌이 낮고 색이 엷으며 래즈베리나 딸기 같은 red fruit 향이 많아 로제 생산자들에게 사랑받는 품종 중에 하나입니다.
아마 와인 샾에서 스페인 로제를 찾아보면
Rioja에서 생산되는 와인량이 더 많다 보니 Rioja 이름이 많이 보일 것 같은데요,
원래 스페인에서 로제로 유명했던 곳은
리오하와 강을 마주하고 있는 나바라Navarra 라는 지역으로,
알코올 레벨이 높은 그르나슈 로제로 유명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리오하처럼 템프라니요 Tempranillo 레드 와인을 더 많이 생산하고 있지만,
로제도 생산되고 있으니 와인샾에서 구입하시거나 혹은 이 지역 여행 가시면 이곳 로제도 한번 시음해보세요.
강 건너 리오하 지역 로제와 스타일이 어떻게 다른 지도 비교해보시고요.
이탈리아
이탤리 로제는 Rosato라고 합니다.
이탈리아에는 다른 나라에선 찾기 힘든 토종 품종들이 많이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타닌이 좀 덜하고 산도가 있으며 과일향이 많은 산죠베제 Sangiovese 품종은 로싸토 와인 메이커들에게 애용되는 품종으로 보통 다른 레드 품종들과 블렌드 되어 만들어집니다.
이탤리 품종인 산죠베제 Sangiovese로 만든 rosé 도 와인샾에서 한번 찾아보세요.
미국
White Zinfandel
미국의 대표 로제라 할 수 있는 white zinfandel입니다.
미국의 레드 품종인 Zinfandel로 만들어진 로제인데 진판델 로제라고 하지 않고 와잇 진판델이라고 합니다.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레드 진판델의 수요를 있게끔 기여를 한 것이 요 white zinfandel 이라고해요. Sutter Home 와이너리에서 처음 주조되어 시장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지금도 이곳을 비롯한 많은 다른 와이너리에서 off dry 한 스타일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베린저 와이너리의white zinfandel 로제는 살짝 단맛이 나면서 보통 로제들이 그렇듯 그다지 타닌이 느껴지지 않고 그렇다고 평범한 white wine 도 아니고 해서 와인을 모르던 분들에게도 좋습니다..
.
이 외에도 세계 모든 와인 산지에서 거의 다 로제를 또한 생산합니다. 품종도 다양하게 이용되고요.
또한 극히 적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2-3년 안에 소비되는 와인이지 저장해서 몇 년 두고 마시는 그런 와인이 아니란 점도 기억해 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