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유학 일기 9月

몽펠리에 유학 생활 #3

by 진 성

개강 후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지나감을 실감하는 중이다. 몽펠리에의 10월은 꽤 쌀쌀한 편이다. 시원한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여러모로 잘 맞는 도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내년 5월까지 살아야 하는데, 올해 치 자금만 들고 와서 여행이라든가 외식을 못 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조금 아쉽긴 하지만 돈으로는 경험하지 못할 여유를 배우고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한 달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물질적 여유로움이 아닌 심적 여유로움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이곳에서 만 19~23살의 학생들은 주로 여행을 다니고 여러 경험을 하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탐구해 나간다. 이곳에서 만난 Tuva라는 만 19살의 노르웨이 친구 또한 고등학교 때 배운 프랑스어를 더 잘하고 싶어서 몽펠리에로 왔다고 한다. 진로에 대하여 물었을 때는 크게 생각하는 것은 없고 강박감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그저 현재는 카페 아르바이트를 학업과 병행하며 많은 추억을 쌓는 것이 목표라고 말해주었다.


그에 반해 한국은 어릴 적부터 학업 성취도에 강박감을 갖으며, 공부를 못 하거나 잘하지 못하는 학생은 낙오자로 간주되었다. 그나마 최근 들어 직업적 다양성과 자신만의 개성을 인정해주는 사회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사회가 정해 놓은 기준은 엄격하며, 한국인들만의 미묘한 시선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 사회가 치열하고 그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어쩌면 답안지일 수도 있는 과정을 참고하라는 것이기도 하지만, 갓 성인이 된 아이들에게 사회가 강요하는 잣대가 너무 모질다는 생각이 든다. 독특한 한국 사회에서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반대로 어느 것도 오답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정작 나 또한 학창 시절 학원을 4~5개씩 다니면서 서울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는 프랑스 유학을 온 사람으로서 일찍이 진로를 정하고 거기에 맞춰서 열심히 준비하면 된다고 지금까지 생각했다. 나는 운이 좋게도 현재의 목표와 삶에 만족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꽤나 성급했고 누군가는 일찍 목표를 정한 것이 대단하다고 하겠지만 철없는 아이가 어른이 되고 싶어 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20250909_130751.jpg Atrium Library


다시 학교 이야기로 넘어와서 몽펠리에 Paul-Valréry 3가 자랑하는 Atrium 도서관이다. 쾌적한 환경에 각 층마다의 컨셉이 달라서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도서관이다. 몽펠리에에서 꽤나 찾기 힘든 프린트나 복사도 이 곳에서 해결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도서관에서 몇 일 공부해봤을 때 유럽 학생들의 공부 시간이 그리 긴 편은 아니지만 집중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알 수가 있었다. 최근 나는 집중력 부족으로 꽤나 고생하고 있는데 이 친구들을 보면서 때로는 동기부여를 얻기도 한다.


물론,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만큼은 한국인을 이길 수 있는 나라가 없는 것 같다. 고등학교 야자 때부터 적응한 엉덩이랄까






20250919_155929.jpg Cave des Halles Laissac


수업 끝나고 방문한 몽펠리에 시내 와인샵 Cave des Halles Laissac이다. 유일한 한인마트인 Seoul Shop 근처에 있기 때문에 접근성도 좋다. 사장님이 모두 직접 셀렉한 곳으로 추천하는 와인 모두 믿고 마실 수 있는 곳이다. 마트나 대형 와인샵과 비교하였을 때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좋은 퀄리티의 와인을 큰 고민없이 마시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다. 나도 이런 곳을 처음으로 방문할 때는 꼭 추천을 받아서 사장님의 취향을 파악하곤 한다.



20250919_160321.jpg


랑그독 화이트로 추천 부탁드렸더니 이렇게 두 병을 가져오게 되었다. 결론은 매우 훌륭. 특히, Olivier Pithon의 화이트 (좌) 와인이 취향 저격이었다. 그르나슈 그리, 그르나슈 블랑, 마카베오 블렌드의 와인으로 꽤나 독특하지만 푸르티하면서 섬세한 미네랄리티가 12유로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오른쪽 와인 또한 훌륭했으며, 베르멘티노, 루싼느, 비오니에 블렌드의 와인이었다. 겨울 방어와도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프랑스에는 회를 먹지 못한다는 것이 참으로 아쉬울 뿐이었다.



20250906_140900.jpg


유럽에 온다면 와인 뿐만 아니라 커피도 당연히 여러 잔 마시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보통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었다면, 이 곳에서는 에스프레소 3잔 정도를 마시는 것 같다. 프랑스에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보기에는 꽤나 힘들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 것이다. 그나마 미국인이 하는 카페에서는 콜드브루를 판매하기에 간간히 볼 수 있긴 하다. +스타벅스


얼죽아였던 나도 이제는 그냥 에스프레소를 마시거나 카푸치노 혹은 카페 크렘을 마시곤 한다. 다행히 남영 쪽에서 거주할 당시 아침마다 에스프레소 바를 갔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오르소에스프레소 바라는 곳으로 참 괜찮은 커피를 판매하니 한 번 가봐도 좋을 듯 하다.


몽펠리에에서 가장 많이 가는 어쩌면, 매일 가는 De la Sierra Coffee Roasters는 미국인이 하는 곳으로 직원들 또한 미국인이 다수 있다. 이제는 내 얼굴만 봐도 카푸치노를 만들고 있을 정도로 익숙해진 곳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주문 없이 안부 인사와 결제만 하고 2층으로 올라가서 공부를 한다. Port Marianne라는 곳으로 시내와는 좀 떨어져 있어서 접근성이 용이하진 않지만 궁금하다면 방문해봐도 좋을 듯 하다. 그냥 커피보단 카푸치노, 플랫 화이트 맛집이다.




20250910_092428.jpg


요즘 커피 이야기만 하면 최근 엄마가 준비한다는 국제 바리스타 자격증이 매 번 생각난다. EUCA 유럽 바리스타 자격증인데 늦은 나이임에도 제 2의 인생을 시작해보려는 엄마의 도전이 대단하다고 새삼 느낀다. 물론, 내가 부추긴 것도 있지만 잘 해내리라 생각된다.

작가의 이전글프랑스 유학 일기 8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