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유학 일기 10月

몽펠리에 유학 생활 #3

by 진 성

10월은 꽤나 바쁜 한 달이었다. 어학당 중간 고사 시즌이기도 했고 짧은 방학이 있기 때문에 잠시 놀러 가기도 하였다. 처음으로 몽펠리에 한인회 행사에 참석해서 많은 사람들과 인사한 달이기도 하였다. 시험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Delf 형식의 시험으로 각 과목마다 따로 시험을 보게 된다. 말하기가 가장 준비하기 어려웠는데 아무래도 문법, 읽기 등은 준수하게 하는 편이지만 평소에 프랑스어로 말한 적이 수업 시간 외에는 없었기 때문에 난이도가 있게 느껴졌다. 말하기 시험은 그림을 보고 과거시제로만 5분 동안 말하기인데 누가 책을 들고 서 있는 지문을 뽑았다. 근데 생각해보면 한국어로도 이렇게 단순한 상황은 5분 동안 말하기 쉽지 않은데 말 지어내는 것이 꽤나 고역이었다. 거의 작가에 빙의해서 아침에 일어난 상황부터 잠들기까지의 여정을 다 뱉어냈던 것 같다. 칭찬은 받았다만, 앞으로가 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20251016_112527.jpg


한 달만에 받은 학생증. 이걸로 뭘 할 수 있는지 난 잘 모르지만 아무튼 그래도 다시 학생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다. 더 이상의 공부는 없을 줄 알았는데 10대와 20대는 공부만 하다가 끝날 것 같다는 생각. 공부에는 끝이 없다지만 시험이 존재하는 공부는 얼른 끝이 났으면 좋겠다. 나도 얼른 내가 하고 싶은 공부가 하고 싶은 마음.





20251005_151559.jpg



시험 주에 한국은 추석이었다. 한글학교 교장님께서 초대해주셔서 교회에서 진행하는 추석 행사에 참여하였는데 한국인의 정겨움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청년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는 분들이 모두 임원 분들이라 청년부에 앉지 않고 회장님 곁에 꼭 붙어 있었다..추석 행사는 꽤나 재밌었는데 한국에서도 하지 않은 강강술레도 해보고 오랜만에 한식도 먹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큰 감흥은 없었다만 음식 자체가 맛있어서 놀랐던 것 같다.


교회는 처음 가보았는데 꽤나 정겨운 곳이라는걸 알 수 있었달까. 나는 어릴 때 천주교 세례를 받고 그 이후로는 무교로 살고 있으며, 굳이 꼽자면 이념이 불교에 가깝긴 하다. 뭔가 장황하지만 무교라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종교가 가진 힘이나 긍정적인 영향은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타지에서 의지할 곳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교회나 성당은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20251018_134544.jpg Chateau d'Ô
20251018_134237.jpg
20251018_132140.jpg



추석 그 다음주에 목사님 부부가 집에 초대해주셔서 밥을 먹었다. 이후에 한인회 피크닉 모임에 가게 되었는데 두 분과 같이 산책했던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 Chateau d'Ô 라는 곳인데 현재는 모두에게 열린 공원으로 산책길과 피크닉하기 참 좋은 곳이다. 곳곳에 올리브 나무와 조형물들이 어우러져 멋있는 경관을 보여준다. 이 날도 한식을 참 많이 먹었는데 이맘 때 즈음 많이 먹었어서 몸무게가 늘고 있다는게 느껴질 정도였다..^^


현재는 다이어트 중..






20251022_092358.jpg
20251022_085347.jpg



10월 말에 방학이 시작됐다. 몽펠리에 Sabinnes에서 여러 버스를 탈 수 있는데 이 중 Mèze를 갈 수 있는 버스가 있다. 휴양지로는 생소한 곳이지만 여기에 프랑스 발효학 협회 회장님을 알게 돼서 놀러갈 겸 다녀왔다. 604번을 타면 바로 메즈에 도착한다. 거리는 약 1시간 거리 꽤나 가까운 곳이다. 1박 2일로 다녀왔는데 이 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의 편리성에 절여진 나에게 유럽 생활기는 그닥 반갑지는 않았다만 만약 내가 유럽에 산다면 이 날의 기억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는 기분. 여유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여유를 만끽 해본 적이 있나 싶다. 해외여행도 자주 가곤 했지만 나는 계획형이라 일정에 치이기 쉽상이었고 완전히 나를 무장해제한 적은 이 때가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그 정도로 참 좋았던 곳이다.





20251022_103111.jpg
DSC_0137.jpg



바다 그리고 고즈넉한 마을. 이 곳에 학생은 많지 않다. 모두 백발의 어른들 뿐. 그만큼 도시는 느리게 흘러간다. 메즈 바닷가 앞에서 마신 커피는 유독 맛있었다. L'Oscarine이라는 곳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걸 추천한다. 가급적 테라스에서.




20251022_131913.jpg


그리고 추천하는 Restaurant le Rendez-Vous-Mèze. 이 곳에서 갑오징어(Sèche)요리와 석화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사이드 구운 채소와 소스 또한 엄청난 곳. 갑오징어 많이들 먹으니 꼭 한 번 도전해보길. 현지인 식당이라 영어 메뉴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영어로도 소통이 가능할 것이다. 감사하게도 모든 커피, 음식은 협회장님이 사주셨다. 이 날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한국 발효 김치나 막걸리 등에 대하여 그리고 프랑스에서 할 수 있는 비즈니스 사업들을 추천해주셨는데 꽤나 흥미로웠다. 아무래도 이 분은 미생물 전공이기에 아시아 발효 균주에 대하여 굉장히 흥미를 가지고 계셨는데 나 또한 양조학을 준비하고 막걸리 브랜드를 만들어 보았기에 티키타카 굉장히 잘 되었다.




DSC_0175.jpg
DSC_0166_1.JPG



협회장님 차를 타고 옆 동네 Sète에 방문하였다. 세트는 프랑스인들이 많이들 방문하는 휴양지로 저어어어어엉말 좋다. 개인적으로 남부 프랑스를 방문한다면 세트를 와바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메즈의 경우 도시라기 보단 마을이기에 놀러오기에는 비추하지만 세트는 꼭..여기가 유럽이었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띵하고 꽂히는 곳이다. 남부 프랑스의 베니스랄까. 니스를 한 번 방문해보았다면 다음은 세트를 가야할 정도로. 커피 두 잔씩 마시고 몇 시간을 떠들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내 언어 실력은 이 날 다 늘었던 것 같다.





DSC_0186_1.JPG
DSC_0184.JPG
20251023_104311.jpg




그리고 방문한 와이너리 Domaine Saint Andre. 합리적으로 마실 만한 와인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몽펠리에 석사 입학하게 되면 CV 제출하라는데 스윽 도전. 비교적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이런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드넓은 평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한국인으로써 굉장히 부러웠다. 한국에서 이 정도 평야를 가지려면 도대체 얼마나 부자여야 할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날씨 또한 부럽기도 하고. 와인으로는 이길 수 없으니 확실히 국내에서 양조를 하려면 전통주에 힘을 쓰는게 맞다는 생각이 늘상 들곤 한다. 한국 와인과 다른 지역의 와인은 비교 자체가 실례일 정도. 굉장히 객관적인 평가이다. 우선 우리나라는 프랑스처럼 AOC를 확립해야 한다. 과일이나 채소 등의 원산지 및 등급을 구별하여 농부들의 영향력을 높히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더욱 높혀야 한다. 현재는 지나치게 유통, 중간 업자가 날치기 하는 상황인듯.


모두 화이팅.

작가의 이전글프랑스 유학 일기 9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