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펠리에 유학 생활 #4
11월은 정말 얼레벌레 지나갔다. 가장 후회가 되는 한 달이었기도 하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태해지고 말았다. 조금은 외롭기도 했던 것 같다. 나에게 외로움이란 잘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심심했던 탓인지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주변 친구들의 취업 소식들을 들으면서 나는 이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다. 출발하기 전에 목표는 뚜렷했고 가고자 하는 길이 있었기에 자신있었지만, 항상 불안한 마음이 한 켠에 남아있었나 보다. 그럼에도 누군가 해외 유학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여건만 된다면 단연코 어디든 출발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군대에 있을 당시보다 스스로에 대한 감각에 예민해지곤 했는데 나에 대해서 보다 잘 알게 되었으며, 편협했던 마인드셋이 점차 열린다고나 할까. 그렇게 새로운 문화, 마인드, 분위기와 조우했을 때 신경들이 새롭게 연결된다.
몽펠리에 IEFE 학식은 먹을 만은 하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그래서 나는 브로콜리와 당근 챙겨서 점심을 해결했다. 뭐를 등록하면 1유로에 학식을 먹을 수 있다고는 전해 들었는데, 11월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기에 그냥 포기하고 다이어트 할 겸 집에 있는 것들 주섬주섬 챙겨왔다. 내 별자리가 토끼띠인 것은 어떻게 알고 별명을 Lapin으로 반 친구들이 지어줬다.
아무래도 유로가 현재 1700원대 이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밀가루, 정제 탄수화물을 자주 접하다 보니 살이 찔 수 밖에 없었다. 프랑스에서는 한국에서 먹던 양을 그대로 먹으면 큰일난다. 아무래도 고지방, 고탄수화물 식품들이 많으니..현실적으로 당근과 브로콜리는 좋은 선택지가 된다.
이 수업은 교양 수업으로 프랑스 역사와 유적지에 대해서 공부하는 시간이다. 학부 시절에도 관심 없었던 주제를 어학연수까지 와서 배운다고 생각하니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귀만 열고 시선은 먼 곳에 두고 수업을 들었다. 그걸 어찌 알았는지 중간 중간 공격적인 말투가 날라왔다. 역사는 한국어로도 하기 싫은데 어찌하나..
몽펠리에 한인회에서 공연에 초대해주었다. 이 곳에 살면서 랜드마크인 Opéra Comédie에 언제 들어갈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왔다. 그것도 공짜로 오예 공연 이름은 Dionysos Robot이었다. 교양 음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지라 이해할 수나 있으려나 의문이었는데 역시나 글을 쓰는 지금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난해했다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복잡한 기계음과 전통 소리 그리고 클래식 악기가 섞여 어디에 포커스를 두어야 할지 몰랐다. 지휘자 분이 친절히 알려주는 것처럼 보이는 듯 했으나 나의 작은 오감이 모든 걸 캐치할 수는 없었다. 그저 엄청 열심히 준비했구나 싶고..긴 시간동안 유지하는 저 집중력이 대단해보였다.
Opéra Comédie의 내부는 정말로 멋졌다. 영화에서만 보던 장소를 실제로 온 느낌이랄까. 분위기 중에서 공간이 주는 힘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는데 가히 압도적이었던 곳.
그리고 그 다음주에는 동아시아 문화 교류 전시관에 일하러 갔다. 몽펠리에 한글 학교 강사의 자격으로 가긴 했지만, 나에게 이런 자격이 있는 지는 아직까지 의문이다. 글을 쓰면서도 맞춤법이 잘 맞나 의심되기 때문에. 나는 주로 프랑스인들 대상으로 한글 학교 입학을 권유, 상담 및 신청서를 받는 역할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서 놀랐다. 중간 중간 K-pop 랜덤 댄스나 코스프레도 했는데 외국인들이 한국 노래에 춤 추는 것을 직접 봐서 신기했달까. 뭐, 요즘 한류가 인기 있다고는 들었지만 진성 마니아들이 꽤나 생긴 듯 하다. 근데 왜 한국인인 나에게는 관심이 없는 지는 의문은 아니고 잘 알고 있다.
돈도 벌었겠다. 참이슬로 플렉스 하였는데 Jarret라는 돼지 고기 무릎 쪽 부위를 구매해서 족발로 해먹었다.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랐던..근데 와인 마시다가 소주 마시려니 잘 안 들어가긴 했다. 진정한 술을 마시다가 희석 에탄올 + 조미료를 맛 보았기에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한창 제육에 빠져서 일주일 내내 이렇게 해 먹었다. 왜 제육인가에 대한 대답은 이제는 꽤나 슬픈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이 때만 해도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전혀 예상하고 있지 않았던. 아무튼, 11월은 정말 먹고 자고 학교 가고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스윽 지나간 한 달이었다. 1월이 되고서야 이걸 쓰는 것만 봐도 얼마나 생각 없이 살았는지 느껴질 것이라 본다.
다들 2026년에는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