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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인같은 남자 May 17. 2023

아침의 시작

새벽 알람이 울리며 하루가 시작된다.

눈을 뜨면 첫 번째로 보이는 것은 아내의 머리카락과 진동을 울리고 있는 휴대전화의 화면이다. 시간은 늘 빠르게 흘러가며,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 잠이 덜 깬 눈으로 울리는 알람을 끄고, 잠시 눈을 감고, 곧 다가올 하루를 가만히 생각해 본다. 오늘 처리해야 할 업무들과 회의 일정들.. 이런 아침의 시간은 너무도 일어나기 싫지만, 다시 또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


조용히 이불을 걷어내고 옆에서 잠든 아내가 혹여 깰까 조심히 일어나 이들의 방으로 간다. 아직은 깊이 잠든 아이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엷은 미소가 번진다. 아직은 일어나기 이른 시간이기에 깨지 않도록 살며시 이불을 덮어주고, 살짝 문을 닫는다.

이른 새벽의 거실은 항상 조용하다. 정수기에서 잠을 깰 겸 차가운 물 한 잔을 받아 들고, 한 모금 마시며 거실 창 밖을 바라본다. 아직은 새벽의 어둠이 짙지만, 곧 햇빛이 창문을 밝히리라는 것을 나는 안다.


시간은 여전히 빠르게 흐른다.

서둘러 샤워를 하고, 옷을 입는다. 나의 옷은 항상 깔끔하다. 맞벌이를 하는 아내지만 항상 늦은 시간에도 내가 다음날 입을 옷을 준비해 준다. 피곤할 테니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하지만, 아내는 배시시 웃으며 이렇게 말하곤 한다.


"우리 남편 어디 가서 기죽는 건 내가 못 보지~!! "


그렇게 아내가 미리 준비해 준 옷으로 갈아입고, 거울을 보며 머리를 정돈한다. 어느덧 30대 후반이 된 나의 얼굴을 내가 보기에는 처음 입사하던 20대 중반의 내 모습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이는데 어느새 눈가에 잔주름이 새겨지고 있었다. 머쓱한 웃음을 지어본다.


집을 나서다 한번 더 가족들이 잠든 집 안을 돌아본다. 그리곤 혹여 잠에서 깰까 조심히 문을 닫는다.

나의 하루는 항상 이렇게 시작된다. 아직은 햇빛이 창문을 밝히지 않았지만, 나의 하루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 나를 기다리는 것은 회사로 향하는 길이다.


나의 아침은 출근을 준비하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가족에 대한 사랑과 회사에 대한 애증이 깔려있다. 주말을 제외하곤 언제나 쳇바퀴 돌 듯 똑같은 하루의 시작이지만 항상 새롭기만 하다.


이른 새벽 시간이지만 이미 하루를 시작한 사람들로 인해 세상은 북적이기 시작한다. 이른 시간의 대중교통도 빠르게 움직이고, 사람들은 각자의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다. 나는 이들과 함께 사로 가기 위해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미어터지는 지하철에 낯선 사람들끼리 몸을 부대끼지만 다들 익숙한 듯 그 와중에도 본인들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있다. 휴대전화로 밀린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사람, 독서하거나 공부하는 사람, 뉴스를 보는 사람, 음악 듣는 사람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난다. 나도 귀에 꽂은 무선 이어폰에서 들리는 강사의 영어강의를 들으며 바쁜 틈에도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는 자기 위안을 삼아 본다.


이렇게 아침을 시작하는 나의 하루는 회사와 가족에 대한 생각이 뒤얽힌 시간이지만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직장인으로서의 책임과 남편, 아버지로서의 역할,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모두 이 아침의 모습에 담겨 있다.


지하철에서 내려 느새 도착한 회사 건물을 바라본다. 거대한 건물 앞에서 나는 잠시 작아진다. 그러나 이 건물이 나에게는 또 다른 집이며, 나의 일상의 일부라는 사실을 알기에 담대하게 걸음을 옮긴다. 회사 안으로 들어가면, 외부 공기와는 사뭇 다른 긴장된 공기가 나를 맞이한다. 직원들은 아직 많이 도착하지 않았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나는 잠시 나의 자리에 앉아, 오늘 하루의 일정을 정리한다. 이 시간은 나만의 시간이다. 직원들이 도착하기 전의 조용함 속에서 나는 나의 일을 정리하고, 다가올 하루를 마음속으로 그려본다.


직원들이 도착하기 시작하면, 사무실을 서서히 소란스러워진다. 각자의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 커피를 타는 소리, 전화통화 하는 소리, 각자의 일상이 시작되는 소리들이 사무실 안에 가득 찬다. 나는 이런 소리들 속에서 나의 일을 시작한다.

아침 회의를 위해 회의실로 이동하며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는 동료들의 모습,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 이 모든 것들이 회사의 아침을 완성시킨다.


이 아침의 시작과 함께 나는 나의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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