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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인같은 남자 May 18. 2023

회의의 향연

불타올라라.. 열정이여...

아침 출근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나면 어김없이 회의가 시작된다.

일주일 중 주말을 제외하면 매일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회의의 향연이다. 매일 오전 회의 주제는 비슷하다.


월요일이면 주말 간 시장 동향과 시작된 주간 업무에 대한 회의

화요일에는 월요일 진행했던 회의 내용 중 보완이 필요하거나 유관 부서 협의를 위한 회의

수요일에는 주차의 절반이 된 시점을 돌아보고 남은 주말까지 대비하기 위한 회의

목요일에는 금요일부터 시작되는 주말 준비를 위한 대책 회의

금요일에는 한 주간 실적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회의


그 시점 이슈 사항과 실적에 따라 회의 분위기나 주제가 조금 바뀔 수는 있겠지만 큰 맥락은 결국 동일하다. 물론 아침 회의는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다. 미래를 미리 대비하고, 빠뜨린 부분을 한번 더 챙겨보고 보완할 수 있는 시간이니까.

언제나 나는 회의실로 걸어가는 동안, 마음속으로 오늘 회의에서 진행될 안건들과 내가 준비한 내용들에 대한 생각을 한번 더 정리해 본다. 나름 회사에서 과장 직급을 달고 소위 말하는 짬이 좀 차다 보니 그래도 쌓인 회사 생활의 경험들로 만들어진 습관이다. 


라떼를 이야기 하자면....

입사하고 부서 배치받고 다음날 참석했던 아침 회의는 아직도 내 뇌리에서 잊히지 않는다.

당연히 아무것도 모르는 참으로 대담하게 회의에 참석했던 자리에서 지금은 이미 퇴직하신 당시 부서장에게 정말 호되게 깨지는 시간이었다.

지금은 어디 부서장이 함부로 폭언을 하겠냐마는..(물론 아직도 폭언 등을 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 시절보다는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그 시절에는 폭언과 욕설이 난무하던 사무실이었다.

갓 학교를 졸업하고 나름 이름 있는 모두가 원하던 회사 중 한 곳에 입사하여 자신감에 어깨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그때, 그 회의에서 깨졌던 기억은 자만하지 말고 항상 준비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꺠우친 큰 계기가 되었다.


언제나 회의실에 도착하면 같은 부서원들이 하나 둘 회의실로 들어오고, 자리에 착석하기 시작한다. 항상 회의 시간에 늦는 법 없는 김대리, 같은 부서 선배지만 까칠함으로 후배들이 같이 근무하기 힘들어하는 이 차장, 이제 입사한 지 1년 갓 넘은 신입사원 박사원. 각자 회의 주제에 맞춰 본인들의 업무 내용을 정리하고, 생각을 정리한다.


회의가 시작되면, 각자의 의견과 제안 등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대부분 업무 방향성을 확인하는 오전 회의에는 각자 업무 진척 상황과 세운 계획 등을 부서장에게 설명하고 컨펌받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시작된 오전 회의는 대개 1시간 정도로 마무리된다.

회의 중 중장기적인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회의는 의례 오후 시간에 긴 시간을 가지고 진행된다.

내가 몸 담고 있는 마케팅 부서는 특히 오후에 진행되는 회의는 언제 끝이 날지 종잡을 수 없이 길어지는 회의이다 보니 오후 회의가 잡히는 날이면 사무실에는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한다.

분위기가 좋게 끝날 때도 있지만, 제대로 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 때는 특히 까칠한 이 차장의 독설이 난무한다.


"너희들은 어떻게 그런 생각밖에 하질 못하냐!!"


이 차장의 목소리가 회의실에서 높아지더니 결국 자리를 박차고 나갈 때가 있다. 후배인 김대리와 박사원은 어두운 표정이 역력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진 않으려 노력한다. 그런 모습을 보며 결국 같은 직장인이며 직장 생활에서의 애환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맡은 업무를 해야 하고 후배들 역시 이런 의견 충돌로 그들의 열정의 불씨를 꺼뜨리게 둘 수 없다.

회의가 끝나면 조용히 김대리와 박사원을 밖으로 불러 커피 한잔 하며 이야기를 한다.


"김대리, 그리고 막내. 너희 생각도 나는 정말 좋았어. 참신한 생각이야. 근데 이 차장님이 그걸 이해를 하지 못하셔서 그런 거지 너희 아이디어가 잘못된 것은 아니야. 조금 더 다듬어서 같이 차장님을 설득해 보자."


지금 내 역할은 단순히 후배들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잘못된 것을 호되게 혼내고 감독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후배들에게는 힘들 실어주고, 상사에게는 그들의 생각을 전달해 주며, 함께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직장인의 고뇌와 어려움, 상사와의 의견 충돌을 겪으며 성장해 간다.

매일, 매시간 회의의 향연이 펼쳐지고 의견 충돌이 생기지만 함께하는 동료들과 끊임없이 발전하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 오늘도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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