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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인같은 남자 May 25. 2023

한 잔의 아메리카노와 바다

재충전의 시간, 바다와 나 그리고 아메리카노

흔히들 일상은 한 손에는 잔뜩 밀린 업무와 다른 한 손에는 오늘 해야 할 일들의 무한한 리스트를 품은 채로 시작한다. 주의력과 에너지는 초라하게 깎여나가고, 마음은 피로감에 휩싸여 목적과 방향을 잃어버리고 만다. 이런 채로 늘어가는 하루하루는 체력과 정신력을 고갈시키고 마침내 마음에도 깊은 피로감을 새겨 넣는다.


하루하루 지쳐가던 어느 날, 나는 잔잔한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바다로의 휴가를 다녀오기로 했다. 정신없이 바쁜 일상에 쫓겨 여유 없이 지내던 일상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여유로움을 느껴보고 싶었다. 2시간 정도 거리에 떨어진 태안 안면도에 도착했고, 그렇게 짧지만 여유를 찾기 위한 휴가를 보내게 되었다. 짐을 정리하고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다 그래도 휴가를 왔는데 어디라도 다녀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숙소를 나와 밖으로 나왔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바닷가 근처의 카페에 들렀다. 5월 오후의 햇살이 내리쬐는 카페 앞바다는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고, 잔잔히 치는 파도와 아직은 시원한 바람은 얼굴을 쓸어내렸다. 카페에 들어가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손에 닿는 순간, 그제야 휴가의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차가운 유리잔을 손에 쥐고 바다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 멍하니 바라를 바라보니 마음에도 선선한 바람이 스며들었다.

파도가 부딪치며 일어나는 소리, 새들의 노래, 바람의 속삭임,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며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선사해 주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진한 씁쓸함과 함께 조용한 바닷가의 풍경은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커피 맛이 입 안을 감싸며, 바다의 짠내가 코 끝을 찌르던 그 순간들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항상 정신없고 주변을 돌아볼 틈도 없이 하루가 지나던 일상의 번잡함은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니, 그간 지친 마음이 서서히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무언가를 놓아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더 이상 무언가에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었다.


모든 것이 정해진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한 바다 풍경은 삶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다.

바다와 나, 그리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이 세 가지 조합이 진정 휴가의 기분을 느끼게 해 주며, 나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마음이 지쳤을 때, 바닷가에 가서 한 잔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르 마시며 바라보는 바다는 새로운 시작의 에너지를 선사해 주는 것 같다. 이곳에서 찾은 휴식은 일상에서 지쳤던 마음을 다시 끌어올려, 삶을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을 주었다.


그래. 바다는 항상 여기 그대로 있을 것이다.

또 어느 날, 마음이 지칠 때면, 지금 이곳 바닷가 카페로 돌아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겠다. 그리고 다시 바다를 바라보며, 내 마음의 바다를 바라봐야겠다.


'태안 안면도 바닷가 근처 카페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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