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현실 속에서
나는 여유로움을 좋아한다.
여유로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냐마는 업무처리를 할 때도, 어딘가를 가기 위해 준비를 할 때도 갑작스레 정신없이 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여유롭게 준비하고 처리하는 것을 선호한다. 물론 나도 사람이다 보니 여유로움을 추구하지만 게으름으로 인해 촉박하게 허둥지둥 처리하는 경우도 다반사이지만, 마음만은 여유로운 것을 지향하고 그렇게 살고자 노력해보고 있는 중이다.
여유로움에는 사람마다 다양한 것을 내포하고 정의하고 있겠지만 내가 추구하는 여유로움은 무언가에 쫓기지 않고 내 마음이 호수와 같이 평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날씨 좋은 날 야외에서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멍하니 하늘을 바라본다거나 바쁜 일상 속에서 들여다보지 못했던 내면의 소리를 들어보기도 하고, 거친 파도와 같이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예리하게 날 선 감정을 어느 한순간만큼은 예리한 감정의 칼날을 칼집에 넣어두고 오롯이 현재를 느끼는 그러한 것들 말이다.
오늘은 업무로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자 하루 휴가를 쓰고 시간을 보내기로 계획했었다. 뱃속에 둘째를 보듬고 있는 와이프도 도와주고 첫째 아이가 유치원에 가있는 동안 짧은 시간이더라도 같이 데이트도 하는 시간도 생각하며 휴가를 사용했지만, 삶은 참 생각한 대로만 되지는 않을 때가 있다.
나의 완벽한 계획에서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개운하게 아침 운동을 마치고, 아내와 아이가 일어나기 전 단출하지만 정성스러운 아침을 완벽히 차려두고 하하 호호하며 아이를 등원시키고 아내와 데이트 나가는 완벽히 여유로운 스케줄을 꿈꾸었지만 현실은 여유로움은 저 멀리에 있는 허둥지둥 왁자지껄한 아침이 되어버렸다.
그간 피로가 누적되었던 탓이고, 잠결에 켜둔 휴대전화가 꺼져 알람을 듣지 못했다는 변명을 해보지만 일어나 보니 아이 등원 50분 전이었다. 시간을 확인하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며 그때부터 허둥지둥 챙기기 시작했다.
아침 식사 준비를 급하게 마치고 나니 아이 등원 20분 전.
허겁지겁 아침을 먹으며, 딴짓하는 아이에게 얼른 먹어야 된다고 채근하기도 하고, 와이프는 계획된 데이트 준비를 위해 외출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허둥지둥 대다 보니 마음속에 여유로움은 이미 저 멀리에 있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이것저것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오르기 시작하자 여유로움을 추구하고 잔잔한 호수는 개뿔... 결국 폭풍우 치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배를 모는 선장처럼 예민해진 오전이었다.
그러다 와이프가 뭔가 물어보는 말에 정신없이 대충 대답하고 짜증 섞인 말투로 이야기하다 결국 서로 또 감정이 상해버렸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또 이런 나 자신을 후회하고, 조금 더 마음속에 여유를 찾아보자고 다독여보고 있다.
살다 보면 목표로 하고, 지향하는 바를 향해 나아가지만 참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그 안에서 목표로 하는 것과 정반대의 행보를 걷는 자신을 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순간들을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면 조금만 여유를 가졌다면, 조금만 서둘렀다면 하는 후회를 하게 되는데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은 없더라. 완벽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지. 그래서 지금도 후회하는 순간들의 연속인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앞으로는 그런 후회를 조금은 덜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반성하고 있다.
그리고...
잠깐 볼일 보러 간 와이프에게 잠시 후 만나면 오전에 툴툴거린 일에 대해 미안했다고 먼저 이야기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