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비 오는 출근길.
버스 정류장은 적막한 빗소리 속에 더 깊은 고요로 묻혀 있다. 나는 그 작은 플랫폼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오늘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도시는 비로 말미암아 더욱 경계가 모호해진다.
겨울이 다가오는 11월 말 새벽은 먹구름으로 여느 때보다 더 어둠이 짙게 자리했고, 거리의 갈라진 불빛은 비친 물방울에 흐릿하게 섞여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버스 정류장에서 서있는 몇몇 사람들도 아직 잠이 덜 깬 모습으로 각자의 하루를 준비하고 있다.
비 내리는 버스 정류장은 마치 또 다른 세계인 것만 같다. 빗물에 섞인 공기는 축축함을 띠면서 시간은 미묘하게 느려지는 듯한 기분을 심어준다. 버스가 다가올 때, 그 미묘한 시간의 틈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출근길의 비 오는 새벽녘 버스 정류장은 마치 소설이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묘하게 신비로운 느낌을 안겨준다. 빗물이 새겨주는 이 기분은 언제나 묘한 감성을 자극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