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봄 Aug 11. 2016

전기킬러 와인셀러를 사다.

이 여름을 나는 방법. 

"오늘 놀러와라"

"왜?"

"왜긴, 보여 줄게 있으니까~"


형이 오랜간만에 소집했다. 또 무슨일인가 했다. 형의 집에 가보니까 그세 살림이 하나 늘어 있었다. 

"뭐여 이 검은색의 아름다운 물건은.. 어디보자.. 이건 와인셀러 같은디?"

"맞어 와인셀러."

"헐 비싸보이는데? 도대체 이건 왜 산거야?"

"비싼 와인들만 남았는데.. 이거 보관해야 하니까.."

"그렇다고 그렇지 그냥 냉장고에 넣으면 안되?"

"어허어허; 안될 소리를;; 도대체 니가 개념이 있는거니 없는거니?"

"냉장고도 시원하지 않나..?"

"시원한게 문제가 아냐, 냉장고에 보관하면 무엇보다도 문제가 많아."

"무슨.. 문제가 냉장고가 다 거기서 거기지?"

"첫번째 냄새, 냉장고는 어떻게 하든 냄새가 나지?"

"그치 냉장고 안에 음식을 보관하니까.. 김치 냄새도 항상 나고... "

"그거야!!, 냄새가 코르크를 통해 와인을 망하게 해..  와인은 향으로 마시는 건데 와인안에서 김치 냄새가 난다? 말 다했지.. "

"하긴 우리도 와인 따면 항상 코르크에 향을 맡잖아.. 코르크가 냄새를 흡수 할 수 도 있겠네.. 그런데? 스크류는 괜찮지 않아?"

"스크류는 덜 하겠지만.. 뭐 잘 모르겟네 그건 .. 아무튼 두번째로 안좋은 점이 있어."

"뭐야 또있어? "

"응! 그건 바로 온도야"

"온도?!"

"응 냉장고는 와인을 보관하기에 너무 차가워, 레드는 18도 화이트는 화이트는 14정도가 좋지. 그런데 냉장고는 저온으로 음식을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더더 차가운거야.. 레드 같은 경우는 온도가 너무 낮을 경우 주석산이 생겨. 너 포도즙 먹어 본적 있냐? "

"응 우리 고모가 포도농장을 하셔서 매년 마시지"

"냉장 보관하면 뭔가 찌꺼기 같은게 생기지?"

"응 먹기도 고약하고.. 그거.."

"그게 주석산이야. 레드 와인을 너무 차갑게 보관하면 그게 생긴단 말야."

"아~"

"그리고 레드 와인의 타닌 성분은 너무 차가우면 쓴맛을 느끼게 해. "

"하긴 차라리 레드 와인은 시원한것 보다 상온이 더 맛있었던 것 같다. " 

"그래.. 그렇게 마셔가면서 느끼는거지."

"한가지가 더있어."

"응? 뭔데?"

"바로 진동이야."

"진동?"

"응, 냉장고는 컴프레셔가 있어서 계속 미세한 진동이 있어. 하지만 이런 와인 냉장고는 그 진동을 잡았어."

"아.."

"와인도 살아 숨쉬는 식물이라고 생각해.. 아직 살아 있는거지. 그런데 계속 스트레스를 주면 상하겠지?"

"묘하게 그럴듯 해~"

"그래서 와인 셀러는 진동이 없지. 진동이 있는 와인 셀러는 없어"

"그래서.. 60만원이나 주고 셀러를 산거야?"

"훗. 와인이 더 비싸니까.. 더 비싼 와인을 위해서는 아낌 없는 투자지."

"정말 형도 대단하다.. "

"너도 사. 너도 와인이 많이 있지 않아?"

"음.. 현재 한 30병정도 있나?"

"여름이 되면 상온이 30도 이상 올라가.. 그러면? 와인도 상한단 말야. 알겠지만.. 이제 곧 여름이다. "

"정말?? 헐 퀴. 얼마짜리 와인인데.. "

"식초 만들기 싫으면 어서 사."


나는 그날 모임이 끝나고 나서 집에가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형의 말이 깊이 와 닿았지만 과연 내가 와인 셀러가 필요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모은 와인들 중에서 진짜 비싼건 한 5~6병 정도. 한국의 고온다습한 기후를 이겨 내려면 아무래도 셀러가 필요했다. 결국 나의 소중한 와인을 지키기 위하여 눈물을 머금고 와인셀러를 검색 할 수 밖에 없었다. (후회는 사고 나서 하는 걸로) 


아.. 정말 인터넷 쇼핑은 하면 안된다. 왜 이리 좋은 물건들이 많은지. 한번 사기로 마음먹으니까, 나의 와인들을 위해서 더 좋은 와인 셀러들이 눈에 밟혔다. 허세가 아니지만 정말 나의 소중한? 와인을 위해서 정말 좋은집? 을 사주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돈이 한정되어 있었다. 


결국 최선의 선택 ! 제일 저렴한 캐리어 와인 셀러를 사기로 결정!! 가격도 착한 13만원.. 꺄~!!! 

나름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고 생각하는 나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와인 셀러를 지르고 그 다음 날 바로 셀러가 도착했다. 우리나라 총알 배송은 정말 알아줘야해. 


나는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와인 셀러를 구동시켰다. 윙~ 하는 미세한 소음이 들렸다. 

'아. 방에 두기는 어렵겠다. 소음이 약간 신경 쓰이긴 하네..'

디자인은 합격점이였다. 불도 나오고 너무 크지도 않고 이뻣다. 

그런데 코드를 꽂아 놓고 반나절이 되었는데도 내가 원하는 온도가 쉽게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펠티어 (반도체) 방식이라 그런지 온도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것 같았다. 또 반도체 소자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 팬을 돌리다 보니까 점점 방이 더워져 갔다. 

'역시 어떤 것이든 장단점이 있는 거구나..' 

사자마자 바로 30%정도 후회가 되었지만 일단 한번 써 보는 걸로 결정!!


약 한달 동안 와인 셀러를 써 보았다. 와인 셀러를 써 보니까 장단점이 나왔다. 

그래서.. 와인 셀러가 있으므로서 좋은 점이 뭐냐고? 


가장 첫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뽀대' 라고 하겠다. '나 와인좀 마시는 남자야~!!' 를 굳이 어필하지 않아도 와인 셀러 하나면 이게 뭐라고 표현이 된다. (아 넘나 멋진것!!) 와인 셀러도 이쁘긴 하지만 와인 셀러에서 와인을 꺼낼때 120% 먹고? 들어간다. 


두번째는 온도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레드 와인이 많아서 레드 와인온도인 18도로 맞추어 두었다. 그래서 지금 와인 밖 온도가 영하이든 영상 40도이든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아주 아주 좋은 점이다. 다만 이 12병 들이 와인 셀러를 사용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단일온도밖에 안된다는 것!! 음용온도가 더 낮은 화이트는 마시기 직전에 더 온도를 낮추는 방법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 젖은 수건이라던지 쿨러를 사용)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점

한달 월 8000원 나오던 전기비가 16000원씩 나오기 시작했다. 하~ 이 조그만한게 전기는 많이 잡아먹네? 8000원이면 조그만 와인 한병 값이다. 한달에 한번씩 마시지도 않은 와인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건 좀 많이 아쉬웠다. 


두번째로 아쉬운 점은 온고가 빨리 떨어지지 않는다는점, 반도체 펠티어 방식이다보니까 온도 하강 속도가 더뎠다. 문한번 열면 내가 설정한 온도까지 가는데 꾀나 오래 가나봐


세번째로 미세한 소음도 빠지지 않겠다. 주제에 냉장고라고 윙~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팬 돌아가는 소리겠지? 반도체에서 열이 발생하니까 이 열을 불출하기 위해 펜이 돌아갔고 또 더운 바람도 같이 나왔다는 것은 함정!! 방에다 두니까 더운 여름 더 더워지는 것 같아서 베란다로 빼놨다. 


와인 셀러를 가져보니까 내가 느끼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컸던것 같다. 그러다보니 그렇게도 가지고 싶었던 와인 셀러에 대한 욕구도 사그라 들어 버렸고, 그와 동시에 와인을 굳이 집에 보관을 해야 하나? 라는 의구심도 들게 되었다. 대형마트에 가기만 해도 좋은 와인들이 많기 때문에 내가 굳이 당장 마시지도 않을것을 사서 보관한다는게 내 스스로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였다. 아마도 이것도 와인 셀러를 사 보고 나니까 느끼게 된 사실일 테지만 앞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더 좋은 더 비싼 와인셀러를 사는 것이 아닌 적당히 좋은 와인으로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데 더 집중 할 것 같다. ㅎㅎ


나의 와인셀러 이야기 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