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또는 나 혹은 우리

오늘의 열받는 일

by WineofMuse

감정은 어느 한순간에 무너진다.

잘해오던 것이 아니라 잘 버텨오던 거였지.

돌이켜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괜찮다고

모든 게 다 괜찮다고 버텨오던 것들이

어느 날 아주 괜찮다고 생각하는 평범하고 좋은 아침에 와르르 무너지곤 한다.


아주 작고 사소한 염증

그것도 아주 오래된 염증이 곪아 터질 때가 그러하다.

배우자의 이상한 선택

이해가 가지 않는 언행

판단

결과

저질러 놓은 것을 치우는 건 항상 내 몫이다.

그것 또한 결과랍시고 받아들여야 하는 내가 매번 애석하다.


"착한 이의 반복되는 실수가 매번 착하게 살아왔다는 이유로 옹호받는 게 내 입장에서는 억울하기만 하다. "


그에 따른 심리적 동요와 타격

이런 것들이 내가 모르는 마음의 한편에 자리 잡은 선반 위에

오랜 세월 켜켜이 먼지가 쌓이듯 쌓여 가는 것이다.

긴 시간에는 장사가 없다.

그 먼지도 중력의 영향을 받는지라 언젠가는 선반이 무너지고야 만다.


이럴 바에는 혼자가 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열두 번 해보지만

그놈에 의리, 그놈의 걱정

그래도 너나 나나 죽으면 제일 슬퍼해줄 인간인데.

라는 모종의 합의로 스스로를 제자리에 가져다 두곤 한다.

바닥에 널린 스프링은 터져버린 복장에서 튀어나온 걸 거다.

젠장.


피곤하다.

대책 없이 무기력하다.

호르몬의 힘을 빌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 하루가 시작된다.

이런 게 우울이고 조울이다.

조울증이 사업가의 숙명이라고는 하지만

예민 보스인 나에게는 더더욱 가혹한 시련이다.


미식가는 원래 보이는 게 많은 법이다.

짜증스러운 말투나 어휘

음의 높낮이, 주위에 흐르는 미묘한 냉기를 통해

직감적으로 대상의 기분을 캐치한다.


이를 통한 궁극적인 이득이라곤 젊을 때의 센스와 기민함 뿐이고

말년에는 결국 피곤함 밖에 남는 게 없는 능력이다.


지친 육신에 당을 때려 넣고

멋진 음식과 술이 지친 영혼을 터치할지는 몰라도

올곧게 세워주지는 못하더라.


나에게 필요한 건

치유가 아니라 멀어짐이다.

두고 떠날 수 없는 염증과의 단기이별


내 발목을 내가 잡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다 보니

나 또한 익숙해져 있다.

지친다. 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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