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WineofMuse Jan 12. 2023
나는 글쓰기를 두려워해본 적이 없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 이야기일지 모른다.
잘 쓰는 글이 아니라 그저 아무렇게나 끄적여 놓은 글뭉치를 글로 봐준다면 나는 글을 쓰는 게 맞다.
그 앞에 "잘"은 빼고 말이다.
나는 때론 아주 과감하고 담대한 편에 속한다.
20살에 운전면허를 딸 때가 아주 그 허세와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때였나 보다.
운전면허 학원도 안 다니고 1종 보통 수동 면허를 응시한 것이다.
나는 직진에서 한번 시동을 꺼뜨리고 첫 번째 언덕에서 시동을 두 번째 꺼뜨리며 바로 '광탈' 했다.
시험장을 연습 삼아 그렇게 8번을 도전했고 말도 안 되게 8번째 도전에 합격했다.
마치 내가 태어날 때부터 운전을 할 줄 알던 사람인 마냥 시험장에 가서 연습을 겸해 시험을 친 것이다.
근거가 없는 행동이다.
이와 비슷한 성격의 행동이 있다면 나에게는 글쓰기이다.
그냥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를 아무렇게나 종이에 써내려 가는 게 이상하리치만큼 두렵지가 않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랬다.
'갱지'라 불리던 누런 종이는 a3 사이즈이다.
자율 학습 시간이면 언제나 책상 위에 갱지가 한 장 놓이고 칠판에는 '주제 : 자유'라는 글씨가 써졌다.
친구들은 1시간 동안 앞뒤로 그 종이를 채워내는 것이 아주 고역이었지만
나는 소위 청산유수였다.
이게 왜 어려워?
그냥 머릿속에 있는걸 글씨로 쓰면 되잖아?
매번 내 것도 쓰고 옆자리 친구들것도 쓰고 앞자리 친구까지 쓰다가 시간이 다되어 종이 쳐서 못쓰곤 했다.
탈고도 퇴고도 없이 그냥 써 내려가는 것에 익숙했고 나는 그것이 글쓰기라고 생각했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지금도 매일 아침 글은 쓰지만 수준은 초등학생의 아니 정확히는 국민학생의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탈고며 퇴고며 만사가 다 귀찮다.
이렇게 게으른 사람이 글을 매일 쓴다는 것도 용하다.
그냥 한 번에 휘갈기고 저장을 누르고는 닫아버린다.
그래서 말이다.
글쓰기에는 글을 우선 그냥 쓰는 게 중요하다.
그냥 쓰라. 그리고 닫아두라.
그 다음 잘 다듬으면 된다.
그럼 그걸로 된거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