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넘어 드디어 꿈을 이루었습니다.

내꿈은 180

by WineofMuse

고등학교 1학년 신체검사 시간이었습니다.


남자아이들의 관심사는 뭐니 뭐니 해도 '키'입니다.


우리는 특수한 학교에서 단체 생활을 하느라 눈칫밥만 먹어서인지 영 키가 크지 못했습니다.


당시의 기억으로는 제가 171cm인가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직 성장기는 남았고 고등학교 3학년 까지는 크겠지 라는 기대가 내심 있었습니다.


충격적인 일은 고등학교 2학년 신체검사 시간에 다가왔습니다.


오히려 1cm의 키가 줄어든 것입니다.


170cm 라니...


얼굴이 사색이 될 만큼 그 당시에는 중차대한 일이요, 일련의 큰 사건이었습니다.


믿을 수없는 현실이었습니다.


저는 180cm 까지는 크리라고 근거도 없이 믿고 있던 상태였습니다.


그 후 1년 동안 저는 키 크는 체조, 농구 등을 하며 늘 키에 신경을 썼습니다


당시에 어디서 난지는 모르겠지만 '키 크는 방법'이라는 책이 교실에 굴러다니고 있었습니다.


대충 기억하는 건 스트레칭을 자주 하라는 것 밖에는 별다른 부분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1년 후 고등학교 3학년 신체검사에는 177.5cm였습니다.


일 년 사이에 장족의 발전이 있었지요.


그게 벌써 20여 년 전의 일입니다.


신검을 받을 때도 별반 차이가 없었고 그 후로도 그저 그러려니 하고 살아왔습니다.


어제는 새해를 맞아 아이들 키를 재는 와중에 나는 어떤가 하고 다시 키를 재보는 일이 있었습니다.


179cm였습니다.


이럴 수가...


20년 만에 키가 자란 것입니다.


작년까지도 분명 다를 바 없었는데... 무려 1.5cm씩이나 자라다니요.


장을 보는 와중에 냉큼 프로틴 음료를 두 개 챙겼습니다.


한동안 안 먹던 영양제도 서너 알 털어 넣었습니다.


한두 달 집에서 구르기만 하니 척추가 놀란 것인지, 무릎 연골이 펴진 것인지, 머리가 커진 건지, 뒤꿈치에 살이 찐 건지 모를 일이지만 아무튼 기쁜 일입니다. 경사입니다.


179cm 라면 180cm라고 해도 커다란 양심의 가책 따위는 없을 거란 확신이 듭니다.


아주 작거나 가벼운 가책 정도가 있을지도요.


아니면 좀 더 노력한다면 정말 1cm가 더 클지도 모를 일입니다.


뻔뻔하게도 마흔 넘어 드디어 어릴 적 꿈인 '키'180cm가 되었습니다.


정확하게는 꿈을 이루었다고 믿기로 했습니다.


아무렴 어떻습니까.


꿈은 이루어 집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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