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AI 시대의 와인 양조?

AI는 실제로 와인 양조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

by 와인파는총각

필자가 한창 와인 수입사에 근무하고 있을 시기에, ChatGPT를 위시한 엄청난 AI의 발전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아직도 처음 AI를 사용하였을 때 그 쾌감을 잊지 못한다. 모 유명 게임 캐릭터의 멘트를 빌려 ‘인간 시대의 끝이 도래했다.’라고 외치기 충분했다.


초창기 AI가 마스터 소믈리에 시험을 한방에 통과했다는 뉴스를 봤을 때, 정말 충격이였다. 단순 집단 지성을 활용한 문제 풀이가 아닌, 방대한 데이터를 빠른 시간 내에 검색하고 이를 분석하여 답을 찾아내는 과정을 그 누구보다 빠르게 진행하였으며, 정확도가 매우 높았다.


물론 그렇다고 이 AI에게 마스터 소믈리에 자격증을 줄 수는 없다. AI는 테이스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로 봤을 때 와인의 향, 알코올 함유, 무게감 등을 정확하게 입력할 수 있는 기기가 개발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AI가 테이스팅까지 가능한 시점이 오지 않을까 추측한다.


AI wine.png 진짜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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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업계에서의 AI의 영향력은 이미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양조에 관련되어 많은 와이너리들이 AI 시스템을 적용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와이너리가 바로 호주, 뉴질랜드, 미국의 대표 와이너리들을 유통하는 그룹인 트레저리 와인 그룹(Treasury Wine Group)이다.


TWE-2021-TPB-Wine-group-BU750-AUS.jpg 트레저리의 호주 라인업, 이 외 정말 많은 와인들의 양조, 유통을 전부 총괄하고 있는 초대형 그룹이다.


이들은 미국의 베린저(Beringer), 보리우 빈야드(Beaulieu Vineyards) 등, 호주의 펜폴즈(Penfolds), 울프 블라스(Wolf Blass), 로즈마운트(Rosemount), 19 크라임즈(19 Crimes) 등과 뉴질랜드의 마투아(Matua)등 굵직한 브랜드를 생산, 유통하는 오세아니아 최대 와인 회사이다. 이들은 이미 드론, 토양 센서를 활용하여 모인 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한 농법을 빨리 적용시켰다.


트레저리는 이를 통해 포도밭의 구획별 관리를 통한 수확 시기 최적화, 병충해 경고 시스템, 농약 사용 최소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이미 올리고 있다.


AI는 신대륙뿐 아니라 전통적 생산자들의 생태를 변경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프랑스 보르도 메독 그랑크뤼 클라쎄(Grand Cru Classé)에 속해있는 샤또 몽로즈(Château Montrose), 샤또 끌레르 밀롱(Château Clerc Milon)이 있다. 다만 이들은 앞의 예시와는 다르게 소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AI를 통한 토양 분석, 포도 품질 관리 등을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관리의 도구로 사용할 뿐 실제로 양조에 대한 의사 결정의 도구로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라벨에도 이를 절대 표기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유럽의 제3세계를 중심으로 AI에 대한 적극 적용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의 국가에서 AI를 통한 품질 예측, 빈티지 관리를 홍보 포인트로 적극 활용하는 와이너리들이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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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미국, 중국, 호주 등에서 새로운 스타트업 회사들이 AI를 100% 활용한 와인 생산을 시도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AI가 블랜딩, 숙성, 심지어는 라벨 디자인, 마케팅 전략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낸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미국의 모 기업은 와인 화학성분 분석과 AI를 결합한, 관능평가 AI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양조가, 소믈리에라는 직업은 과연 AI가 대체할 수 있을까?


필자의 대답은 ‘아니오.’이다. AI는 최종 결정자가 아니다. 그들은 의사 결정 보조자일 뿐이다. 최종 판단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그리고 AI는 Hospitality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수세기동안 갈고 닦아왔던 서비스 기술은 절대 따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AI가 도움을 주는 와인이라면, 지금까지의 수많은 데이터들을 함께 잘 믹스하여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 믿는다. 빠른 시점에 한번 와인을 마셔볼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2025년 올 한해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 역시 9년 6개월이나 다닌 와인 수입사를 그만두고 아직 무엇을 할지 갈피를 못잡고, 아직 우울증과 공황 장애와 싸우고 있습니다. 그래도 약 3주동안의 시간에 브런치를 통해 여러분들과 와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매우 좋습니다.

언젠가는 이 이야기들로 직접 와인을 마실 수 있는 모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리며, 궁금하신 점은 댓글을 통해서 많이 문의 부탁 드리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와인파는 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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