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윌리엄스를 기억하며
필자의 어린시절의 추억 중 기억나는 영화가 하나 있다. 당시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가 매우 특이하다. 당시 필자의 거주지인 분당 지역에 대형 마트가 처음으로 들어섰다. 드넓은 야외 주차장을 자랑하는 이곳은 첫 오픈부터 엄청난 인파를 자랑하며 그 위용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야외 주차장에서 이벤트로 큰 스크린을 설치하여 자동차 극장 이벤트를 마련하였고, 당연히 우리 가족도 참석하였다. 당시 상영한 영화는 바로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플러버’라는 영화였다. 실수로 우연히 창조된 녹색 액체 괴물과 함께 악당을 무찌르는 내용의 가족 영화였다. 로빈 윌리엄스 최악의 작품 중 손꼽히는 영화이지만, 나에게 로빈 윌리엄스는 매우 익숙하고 친근한 배우였다. 그의 영화를 비디오나 DVD를 통해 볼 수 있었다. ‘미세스 다웃파이어’, ‘알라딘’, ‘후크’ 등과 같은 가족영화에 많이 참여하기도 하였으나, 내가 기억하는 로빈 윌리엄스는 ‘죽은 시인의 사회’, ‘헬로 베트남’, ‘굿 윌 헌팅’ 등에 나오는 깊은 연기를 보여주는 진짜 배우였다.
2014년, 그의 사망을 처음으로 들었을 당시 매우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정확한 사인은 당시 알려지지 않았으나, 자살 기도로 인한 질식사로 밝혀져 큰 충격을 주게 된다. 세상에 가장 온화한 미소를 가진 배우의 우울증은 아무도 몰랐던 것 같다. 물론 이후 파킨슨병으로 인한 퇴행성 치매를 겪었다는 사실이 공개되었다. 그의 사망은 전 세계에 슬픔을 가져왔다. 지미 펠런은 ‘죽은 시인의 사회’의 명장면을 패러디하여 책상 위에 올라가 ‘Captain, Oh my Captain’을 외쳤으며, 코난 오브라이언은 쇼 중간에 소식을 듣고 쇼를 일찍 중단하기까지 하였다. 모두들 그를 그리워했으며, 그가 없는 세상을 애통한 심정으로 받아들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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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이야기를 하면서 갑자기 로빈 윌리엄스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매우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로빈 윌리엄스 역시 와인을 매우 사랑한 애호가 중 하나였으며, 그들의 자식과 함께 휴가를 지낼 포도밭을 직접 구매한 것으로 매우 유명하다. 바로 나파 밸리에 위치한 Villa Sorriso라고 불리는 포도밭이였다. Villa of Smiles, 미소의 마을이다. 처음 이곳의 존재를 알았을 때,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잊지 못한다. 그의 온화한 미소와 나파 밸리. 정말 너무나도 닮은 점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파 밸리의 온화하면서 포근한 태양,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 로빈 윌리엄스의 미소와 너무나도 닮았다.
로빈 윌리엄스의 사후, 2016년에 프랑스의 Tesseron 가문에서 이 시설을 구매한다. 이 테서론 가문은 1905년에 아벨 테서론(Abel Tesseron)이 꼬냑 사업을 시작한 이후로, 양질의 꼬냑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아들인 Guy는 꼬냑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돈으로 보르도 메독에 진출한다. 1960년에 그는 2개의 메독 그랑크뤼 등급 (1855년에 설정된 61개 중 2개) 포도원을 구매하게 된다. 바로 '샤또 퐁테 까네(Chateau Pontet Canet)’와, ‘샤또 라퐁 로쉐(Chateau Lafon Rochet)’이다.
2016년 시설 구매는 바로 기의 아들이자, 현 테서론 기업의 오너인 Alfred의 주도로 진행된다. 알프레드는 포도밭이 위치한 지역의 가능성과, 보르도와의 유사성에 집중하였다. 나파 밸리의 소 지역 내에서도 Mt. Veeder에 위치한 이곳은 시원한 기후와 함께, 해양 충적토로 구성된 떼루아를 가지고 있으며, 보르도와 매우 유사한 컨디션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그는 ‘샤또 퐁테 까네’가 가지고 있는 양조 기술을 여기에 쏟아 붓는다. 그리고 양조자이자 컨설턴트로 이 인물을 모셔온다. 바로 ‘미셸 롤랑(Michel Rolland)’이다.
미셸 롤랑은 와인 양조 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일 것이다. 오죽했으면 그의 별명이 ‘Flying Winemaker’일까? 보르도에서 그의 명성은 최고로 손꼽혔지만, 그의 영향력은 보르도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미국 뿐 아니라, 칠레에서 마니에르 가문과 손잡고 만들어낸 ‘끌로 아팔타(Clos Apalta)’, 아르헨티나의 보석 같은 와인인 ‘끌로 드 로스 시에테(Clos de los Siete)' 등 약 15개 국가에서 240개에 가까운 와이너리를 직접 컨설팅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양조 참여는 테서론 가문에게는 매우 큰 도움이 되었으며, 전 세계에 주목을 한번에 끌게 된다. 2016년 첫 빈티지를 양조한 뒤, 알프레드는 이 와인의 이름을 ‘핌 래 (Pym Rae)’라고 붙인다. 바로 로빈 윌리엄스의 두 자녀의 중간 이름을 가져와 와인의 이름을 짓게 된다. 나파 밸리에서 가장 보르도스러운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어 냈으며, 출시와 동시에 주요 평론가들의 점수를 쓸어 담으며 일약 스타로 떠오르게 된다.
모든 수확은 손으로 진행하며, 물의 사용을 극소화하는 Dry Farming을 실천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포도의 스트레스를 가장 최소화하기 위해 늦 겨울과 이른 봄에 진행하는 가지치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 기계의 사용도 최소로 하기 위해 일부러 시설에서 소를 키우고, 그들을 활용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포도의 수령은 평균 30년이다. 필자는 2016년 첫 빈티지를 2023년에 시음하였다. 서늘한 기후 지대의 특징을 매우 잘 살려 균형감과 산도가 매우 뛰어났으며, 무엇보다 강한 아로마와 깊이감이 아직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인상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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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와인을 이야기하면서, 정말 많은 이야깃거리를 듣게 된다. 어떤 일화는 매우 유쾌하게 다가올 수 있으나, 어떤 일화는 정말 슬프게 다가온다. 로빈 윌리엄스는 우리에게 슬픔과 그리움을 주고 떠났지만, 우리의 마음속에 인자한 미소를 띄는 얼굴로 항상 기억에 남아있다. 이 와인을 마시니 그가 참 많이 생각난다.
내가 와인을 사랑하는 점, 우리가 와인을 사랑하는 점은 바로 이런 기억, 사람,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이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