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칠기삼

비즈니스에서의 실력과 운, 그리고 인간관계

by 꽃돼지 후니

매년 설날 등 명절에 고향의 오랜 친구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가 '운'에 대한 얘기다. 운이 좋아서 남들 어렵다는 곳에 취직해 30년 넘게 일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아 좋은 아내 덕에 부동산 투자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수 있었다, 자식들 모두 운이 좋아 대학에 들어가 지금은 직장 잘 다니고 있다 등등 30년 넘은 자신들의 시간을 운이 좋아서 잘된거 같다고 한다.

과연 운이 좋아서 그랬는지~~오히려 잘 안풀리고 안되는것도 단지 운이 없어 그런건지 생각해보게 된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다. 세상살이에서 운이 7할을 차지하고, 기술이나 능력은 3할에 불과하다는 오래된 지혜의 말이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속에서, 한 선비가 과거시험에 번번이 낙방하고 아내마저 떠나 절망 끝에 목숨을 끊으려 했다. 억울한 마음에 옥황상제를 찾아가 "왜 저는 실패하고, 저 사람은 성공하나요?"라고 조심스레 물었다고 한다. 이에 옥황상제는 운명의 신과 정의의 신을 불러 술 마시기 대결을 벌이게 했지요. 결과는 운명의 신이 7잔, 정의의 신이 3잔을 마셨다.

그 선비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세상에는 실력이나 정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요소, 바로 '운명'이라는 이름의 변수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대니얼 카너먼의 '성공 방정식'

행동경제학의 지혜로운 학자 대니얼 카너먼 역시 "성공 = 재능 + 운"이라는 방정식을 자주 이야기한다. 비슷한 실력을 가진 두 사람이라 해도, 어떤 기회를 먼저 만났는지, 어떤 인연이 찾아왔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거다.

이 방정식은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다:

성과 = 실력 + 운

운 = 성과 - 실력

실력 = 성과 - 운

우리는 종종 눈에 보이는 '성과'만 보고 실력을 판단하곤 한다. 하지만 그 안에 스며든 보이지 않는 운의 영향을 간과한다면, 자신을 지나치게 책망하거나, 타인의 성공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이 방정식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노력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진정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좋은 운이 찾아올 때를 대비해 묵묵히 실력을 쌓고 마음을 단단히 하는 것이다?


삶은 늘 우리 뜻대로만 흐르지 않아요

실력이 있는데도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결과들이 우리의 인격이나 존재 가치를 온전히 말해주는 것은 아닐것이다.

철학자 칸트는 인간의 가치를 '결과'가 아닌 '의지'에서 찾았다. "스스로 옳다고 믿는 길을 선택하려는 '선한 의지'가 인간의 도덕적 가치를 결정한다."


동양의 주역에서 말하는 군자(君子) 역시 변화 속에서도 도덕적 중심을 잃지 않는 사람을 의미한다. 세상이 완벽하게 공정하지 않기에, 오히려 이러한 불완전함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의지가 더욱 소중해지는 거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집착보다는,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도 자신만의 중심을 지켜내는 유연한 태도다.


결국, 비즈니스도 사람과의 이야기

우리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과'와 '능력'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오래 지속되는 성공의 밑바탕에는 항상 '신뢰'와 '관계'라는 인간적인 가치가 자리하고 있었다.


유대인들은 오랜 역사 속 어려움 속에서도 상업적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로 '신뢰'를 꼽는다.. 그들에게 약속은 생존과도 같았고, 한 번 신용을 잃으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음을 마음 깊이 새기고 있다. 일본의 후지다 덴 역시 "사업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라며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약속을 지키는 데 진심을 다했다.


이들은 비즈니스를 단순한 거래가 아닌, 관계를 맺고 함께 성장해가는 과정으로 바라보았다. 디지털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이 철학은 우리에게 부드럽게 물어본다. "지금 당신이 쌓아가고 있는 것은 이익인가요, 아니면 신뢰인가요?"


존재 자체로 의미 있는 삶

마지막으로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가 암 투병 중 쓴 짧고 따뜻한 시 [늦은 단편]을 함께 나누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삶에서 원하는 것을 얻었나요?" "네, 얻었어요." "원한 것은 무엇이었나요?" "사랑받는 존재라 불리는 것, 이 땅 위에서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


결국 삶의 진정한 가치는 '성과'보다 '존재 그 자체의 의미'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당장의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가 해온 모든 노력과 선택들은 우리라는 사람의 일부가 되어 언젠가 우리를 따뜻하게 지탱해줄 거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실력과 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오래 우리 마음에 남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실된 신뢰,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관계 속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울림이 아닐까?

그렇기에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신뢰 위에 정직하게 공감하며, 장기적 안목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오랜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도 운이 좋아 여기까지 온것도 있지만 나름 매일 최선을 다했고 게으르지 않았고 신뢰를 쌓았다고 한다.

월, 금 연재
이전 09화설날, 봄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