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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더가 본 한국의 전략적 가치와 한국 직원 채용 의미

by 꽃돼지 후니

요즘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들이 한국을 유독 주시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단순한 거래량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우선 2025년 기준 국내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모는 80조 원을 돌파하며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했다. 이 중 테더(USDT)는 무려 70% 이상의 점유율로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더 이상 주변시장이 아니라, 실질적 디지털 자산 결제의 프론티어가 되었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정부와 국회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제도화 논의를 본격화하며, 제도적 명확성을 원하는 글로벌 발행자들에게 '규제 클리어 마켓'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행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실증에 나선 것도 이러한 신호를 강화한다. 기술 실험과 정책 테스트를 병행할 수 있는 이례적인 정책·시장 이중환경은 전 세계에서도 드물다.


또한, 업비트·빗썸 등 5대 거래소의 거래량과 투자자 기반은 글로벌 기준에서도 매력적이다. 한국은 일본·홍콩·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 디지털 자산의 허브로 평가받으며, 글로벌 확장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지 블록체인 전문가와 규제 대응 가능 인재풀, 미디어 및 파트너십 네트워크 등 현장 적응 속도가 빠른 시장 구조도 매력적이다.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 한국은 '테스트베드이자 실전무대'인 셈이다.

이 모든 요인이 맞물리며, 한국은 이제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들에게 전략적 진출의 필수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성장성과 제도, 기술, 인재를 모두 갖춘 ‘균형 시장’이란 점에서 그 의미는 더 크다.


테더의 한국 진출, 단순한 채용 이상의 시그널

2025년 7월 중반,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Tether)가 한국인 직원을 공식 채용했다는 소식은 단순한 조직 확장 그 이상을 의미한다. 테더는 글로벌 시가총액 약 1,600억 달러 규모의 USDT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의 실질적 '디지털 달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플랫폼이다.


이러한 글로벌 기업이 서울에 오프라인 사무실 없이도 ‘확장 매니저’라는 직책으로 한국 시장에 발을 들였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한국이 더 이상 ‘관망할 주변시장’이 아니라, 디지털 자산 흐름의 중심국가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점유율 72%, 결제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현실

한국 내 스테이블코인 거래의 약 72%는 테더(USDT)가 차지하고 있다. 이는 단지 시장 점유율 수치를 넘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보다 더 실용적인 수단으로 테더가 활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컨대, 개인 간의 소액 송금이나, 알트코인 간 거래 쌍 구성, 해외 결제 대안 등에서 USDT는 '디지털 현금'의 실질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의 본질인 '가치 보존'과 '빠른 전송'이 한국 시장에서 구체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다.

이처럼 결제와 정산의 실거래 기반 수요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는 점은, 테더 입장에서도 한국 시장을 전략적 관점에서 진지하게 바라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 ‘한국’

테더가 한국 직원을 채용했다는 점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한국이 아시아·글로벌 시장의 진출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한국은 일본, 홍콩,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 가상자산 정책, 소비자 기반, 기술 인프라가 고도로 발달된 4대 허브 국가로 분류된다. 특히 최근 들어 한국의 가상자산 규제 명확성과 디지털 금융에 대한 국민 수용도는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테더가 주목하는 포인트는 바로 이 지점이다. 단순한 소비자 기반만이 아니라, 국내 금융당국, 업계, 정책 커뮤니티 간의 활발한 규제 논의와 제도화 흐름은 글로벌 기업에게 매우 중요한 레퍼런스로 작용한다. 즉, 한국 시장에 진입하고 규제에 맞춰 활동한다는 것은, 향후 다른 국가로의 진출 타당성이나 규제 대응 경험을 축적하는 기회로도 해석된다.


테더는 한국 외에도 홍콩, 싱가포르, 대만, 일본, 중동 등 23개 지역에서 유사한 직종을 채용하고 있다. 테더는 올해 1월 엘살바도르에 첫 번째 사무실을 열었고, 다른 모든 직원들은 전 세계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채용할 인원도 원격근무를 하게 된다.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과의 접점

한국은행은 아직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남아 있는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이 KRW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관심을 보이며, 상표 출원, 기술 검증, 자체 실증 등을 조심스럽게 이어가고 있다.


즉 제도권이 결제 인프라 디지털화를 완전히 ‘받아들였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민간이 실험을 통해 먼저 틈을 내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제도는 늘 현실을 따라오게 마련이니까.


테더와 같은 해외 스테이블코인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을 경쟁이 아닌 보완적 기회로 인식할 수 있다. 특히 B2B 결제, 글로벌 크로스보더 송금, 디지털 무역 정산과 같은 민간 중심 영역에서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USDT의 병행 사용 가능성도 열려 있다.


테더가 한국에 진출한 것은 이런 결제 패러다임 전환의 한복판에서 교두보 역할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 기술적, 정책적 실험장이자, 규제와 상업성이 균형을 이루는 ‘정제된 실험실’로서 한국은 지금 스테이블코인 산업에 가장 이상적인 무대다.


핀테크·블록체인 인재 생태계, 한국의 전략 자산

이번에 채용된 테더의 한국 매니저는 고려대 블록체인 연구소, 한컴 등 국내 블록체인 분야에서 실무 경험을 축적한 인물이다. 이는 테더가 단지 번역이나 홍보를 위한 인력을 채용한 것이 아니라, 정책적 대관과 실질적 전략 수립에 관여할 수 있는 인재를 확보했음을 뜻한다.


이는 한국이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디지털 자산 산업의 글로벌 인재 공급지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핀테크, 블록체인, 디지털 자산 등 분야에서 활동 중인 국내 청년·전문 인력은 글로벌 기업과의 연결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테더를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서 ‘사람’을 확보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은 디지털 통화 주권 경쟁의 중심국이다

테더가 한국에 직원을 채용한 건 단순한 조직 확장도, 인력 보충도 아니다. 이는 곧 한국 시장을 ‘중심국’으로 바라보는 신호이며, 글로벌 디지털 화폐 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지닌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는 증거다.


핀테크 혁신, 원화 기반 실증, 규제의 명확성, 그리고 인재의 집중. 이 모든 조건이 한국을 스테이블코인 시대의 ‘전략적 요충지’로 만들고 있다. 핑거는 이 흐름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앞으로의 금융 혁신은 중앙은행·민간 스테이블코인·핀테크 플랫폼의 협력구조 속에서 작동할 것이라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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