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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팔은 암호화폐의 슈퍼앱?

페이팔이 슈퍼앱의 기준을 다시 쓰다

by 꽃돼지 후니

우리는 종종 ‘슈퍼앱’이라는 단어를 동아시아의 유산쯤으로 여긴다. 카카오, 네이버, 토스,위챗, 알리페이,고젝,그랩 등과 같은 앱이 생활의 모든 순간을 하나의 플랫폼에 녹여낸 사례는 분명 인상적이다. 하지만 그것은 주로 로컬 기반의, 즉 생활 밀착형 금융 플랫폼이었다. 글로벌에서, 특히 암호화폐를 중심에 둔 슈퍼앱이 존재할 수 있을까? 2025년의 기준으로 보면, 그 대답은 분명하다. 페이팔(PayPal)은 그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고 있는 선두주자다.


페이팔은 더 이상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니다. 결제, 송금, 자산관리, 지갑, 신원확인, 스테이블코인, 온체인 확장까지 아우르는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암호화폐 기반 금융 시스템이 존재하며, 이는 기존 핀테크 슈퍼앱들과는 전혀 다른 스케일과 방향성을 보여준다.


페이팔이 암호화폐 슈퍼앱이 될 수 있는 이유


(1) 통합 결제의 완성도

2025년 현재, 페이팔은 100개 이상의 암호화폐를 결제수단으로 공식 지원하고 있다. BTC, ETH, SOL은 물론이고 USDT, USDC 등 주요 스테이블코인도 포함된다. 더 주목할 부분은 이들 자산을 실시간으로 PYUSD나 USD로 변환해 결제 정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상점은 변동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사용자는 지갑에 보유한 자산을 그대로 소비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결제 게이트웨이 이상의 기능이다. 메타마스크,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 주요 지갑과 직접 연결됨으로써, 기존 블록체인 지갑 사용자들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구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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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테이블코인 중심의 생태계 – PYUSD

페이팔이 발행한 자체 스테이블코인 PYUSD는 암호화폐 결제의 핵심 축이다. 미국 달러에 1:1로 연동되는 이 코인은 연 4%의 예치이자, 주요 거래소에서의 1:1 환급성, 그리고 페이팔 생태계 전반의 활용성으로 인해 이미 제2의 USDC로 성장 중이다.

결제에 쓰이고, 송금에 활용되며, 저축 수단이 되고, 자동결제에도 사용 가능하다. PYUSD는 결제와 자산을 연결하는 다리이며, 동시에 암호화폐 기반의 모든 금융 기능을 유기적으로 묶는 허브다.


(3) 글로벌 송금 혁신

기존 신용카드 수수료(신용카드 평균 수수료(1.5~3.5%)) 대비 90% 저렴한 0.99%의 거래 수수료, 실시간 환율 적용, 즉시처리 가능한 다국적 송금 시스템—이 모든 기능은 소상공인, 프리랜서, 이주 노동자, 콘텐츠 제작자 등 글로벌 사용자층에게 큰 매력을 제공한다.

기술적으로 보면, 페이팔은 이미 “글로벌 머니포트(MoneyPort)”로 작동 중이다. 다양한 통화, 다양한 국가,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 자산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경쟁사 비교 – 누가 진짜 슈퍼앱인가


(1) 메타(페이스북), 스냅, 애플

이들 빅테크 기업 역시 지갑, 결제, 송금 등의 기능을 일부 구현하고 있지만, 대부분 법정화폐에 기반한 폐쇄형 서비스다. 암호화폐 기반 인프라와 멀티체인 통합, 스테이블코인 발행까지 구현한 사례는 없다. 암호화폐를 ‘보관하는 기능’은 있지만 ‘활용하는 인프라’는 부족하다.


(2) 코인베이스, 바이낸스, 메타마스크

반대로 암호화폐 거래소나 지갑 서비스는 암호화폐 기반 기능은 뛰어나지만, 일상적인 결제, 실물 상거래, 온보딩 UI/UX, 실명 계정 통합 등에서 한계를 드러낸다. PayPal은 전통 핀테크의 UX/신뢰성과 암호화폐의 유연성을 절묘하게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슈퍼앱이다.


(3) 위챗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이들은 ‘국내 시장 중심’의 로컬 슈퍼앱이다. 암호화폐 기능은 극히 제한적이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블록체인, 스테이블코인, 글로벌 송금 기능의 측면에서 보면 PayPal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국내에서는 강하지만, 글로벌화에는 한계가 있다.

남은 과제 – 규제와 아시아 시장

PayPal의 슈퍼앱 전략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PYUSD 역시 미국 법인 사용자에게 우선 제공된다. 그러나 글로벌 슈퍼앱이 되기 위해서는 아시아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가 필요하다.

한국, 일본, 동남아 등의 지역에서는 여전히 로컬 결제 인프라가 강하고, 규제장벽이 높다. PayPal이 이를 돌파하려면 현지 슈퍼앱과의 연동, 로컬 스테이블코인 수용, 현지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 위챗페이+PYUSD, 카카오페이+멀티체인 지갑 같은 형태가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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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슈퍼앱의 첫 번째 실체는 '페이팔'이 될수도

페이팔은 아시아에서 크로스보더 결제나 암호화폐 기반 송금 등 글로벌 핀테크 인프라 분야에서는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메신저·쇼핑·배달·커뮤니티 등 일상 속 슈퍼앱 경쟁에서는 현지 플랫폼에 비해 영향력이 미미하다. 아시아 ‘현지 슈퍼앱’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서비스 현지화, 파트너십 확대, 단일 플랫폼 전략, 규제 적응 등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암호화폐 슈퍼앱’이라는 단어는 추상적인 이상향에 가까웠다. 하지만 2025년의 페이팔은 그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단일 플랫폼에서 코인 구매, 보관, 결제, 송금, 스테이킹, 자동결제, 실물 결제, 지갑 연결, 블록체인 네임 연동까지—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물론 완성형은 아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앞서 있고, 그 누구보다 빠르다. 페이팔은 기존 금융과 암호화폐의 경계를 지우며, 디지털 자산이 실생활로 들어오는 시대의 입구를 만들고 있다. “암호화폐 슈퍼앱”이라는 말이 현실이 된다면, 우리는 그 시작점에 PayPal이라는 이름을 적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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