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금융은 무겁고 복잡한 산업이었다. 전통 은행은 수천 명, 때로는 수만 명의 직원과 광대한 인프라를 통해 대출을 심사하고, 송금을 처리하며, 자산을 관리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과 규제, 그리고 거대한 시스템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새로운 흐름 속에서 그 모든 것이 뒤바뀌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고 있다.
최근 테더(USDT)의 시가총액이 1,4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 수치는 단순히 커 보이는 숫자가 아니다. 웬만한 나라의 중앙은행 외환보유고보다 더 많은 달러가 스테이블코인 형태로 블록체인 위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관리하는 직원 수는 100명도 채 되지 않는다. 과거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수천 명이 필요한 업무를 몇 명의 엔지니어와 몇 줄의 코드가 수행하고 있는 현실, 이것이 바로 금융의 탈중앙화가 의미하는 바다.
향후 5년을 내다보면, 전통 은행의 절반은 시장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코드다. 대출은 DeFi, 즉 탈중앙화 금융이 맡는다. 기존 은행처럼 지점을 운영할 필요 없이, 스마트컨트랙트가 대출 심사와 상환을 자동으로 처리한다. 송금은 스테이블코인이 담당한다. 국경을 초월해 몇 분 만에 돈을 보내고 받을 수 있으며, 수수료는 기존 은행 대비 거의 제로 수준이다. 자산 관리는 온체인 프로토콜이 대체한다. 투자, 담보, 예치, 분배까지 모두 블록체인 위에서 실시간으로 처리된다.
그렇다면 은행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남는 역할은 규제 준수와 컴플라이언스 정도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즉, 금융 산업의 핵심 기능은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수행될 수 있으며, 은행은 단지 법적·행정적 보호막 역할만 담당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
이 변화가 단순히 기술적 유행이나 한시적 혁신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스테이블코인과 DeFi, 온체인 자산 관리가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속도와 편리함이 아니다. 이는 금융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혁명이다. 자본이 이동하는 방식, 돈이 가치로 전환되는 과정, 그리고 금융 활동을 규제하는 법적 틀까지 재편되고 있다. 이미 Shopify, Stripe, Visa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스테이블코인을 결제망에 통합하며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고 있다. 스케일 AI 같은 기업은 전 세계 프리랜서에게 스테이블코인으로 급여를 지급한다. 기존 송금망으로는 불가능했던 일이, 몇 초 만에 이루어진다.
더 나아가 프로그래머블 달러가 현실화되면, 금융 활동의 자동화는 상상을 초월한다. 자동 임대료 납부, 초단위 소액 결제, 실시간 급여 지급, 심지어 금융 포트폴리오 관리까지 블록체인 위에서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금융의 속도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지고, 경제 성장률 자체를 끌어올릴 수 있는 잠재력이 생긴다.
물론 도전과 위험도 존재한다. 규제 환경은 지역마다 다르고, 기존 은행과 카드 네트워크는 여전히 예금 토큰 등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금융 인프라와의 호환성 문제도 남아 있다. 하지만 이는 1990년대 인터넷이 겪었던 성장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표준화와 네트워크 효과가 금융 시장을 통합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 과정에서 기존 은행은 점점 변화를 강요받게 된다.
이 변화는 단순히 금융의 기술적 진화가 아니다. 미국 정부의 전략적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1달러를 받아 1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준비금으로 미국 단기 국채를 매입한다. 시장이 커질수록 국채 수요가 늘어나고, 이는 곧 미국 정부가 안정적인 재정 운영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해외 은행에 잠자던 달러를 국채 수요로 흡수하고, AI, 반도체, 에너지 같은 전략 산업에 재정을 집중 투입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제 금융의 중심은 더 이상 은행이 아니다. 테더처럼 수천억 달러를 운영하면서도 직원 수가 한 줌에 불과한 프로토콜이 주인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은행은 규제 대행과 보안 관리에 집중하고, 실제 돈의 이동과 자산 관리는 블록체인 위에서 이루어진다.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금융의 패러다임 자체가 재편되는 순간이다.
결론적으로, 향후 5년 금융의 미래는 명확하다. 대출, 송금, 자산 관리라는 기존 은행의 핵심 기능은 대부분 프로토콜과 스마트컨트랙트가 담당할 것이고, 은행은 법적·규제적 보호막 역할로 축소된다. 돈의 이동과 가치 보존이라는 금융 본연의 기능은 인간이 아닌 코드가 수행하게 된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스테이블코인과 DeFi, 온체인 프로토콜이 있다.
· 기존 금융회사는 신뢰, 규제, 보증이 강점이며, 오프라인 기반의 대면 서비스가 중심. 다양한 금융상품 제공, 예금보험제도, 심사·분석 등 사람이 개입된 관리가 주류.
· 블록체인 기반 코인회사는 탈중앙·자동화, 실시간 처리, 글로벌 접근성 및 낮은 비용이 강점. 문제점으로는 제도적 불확실성, 일반 고객의 접근성, 일부 네트워크 확장성 등이 있음.
우리는 지금 금융의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변곡점 앞에 서 있다. 금융 산업의 무게 중심이 은행에서 블록체인으로 이동하는 순간이다. 향후 5년, 은행의 역할은 지금과 완전히 달라질 것이며, 투자자와 기업, 정책 입안자 모두 그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디지털 달러가 아니라, 프로그래머블 달러로서 금융 자동화와 글로벌 자금 이동의 새로운 표준이 되는 시점, 우리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금융의 재편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