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10년 전 핀테크는 금융의 판을 바꾸었다. 은행은 “더 이상 예전의 은행이 아니라 이제 IT 기업”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정의하며 디지털 전환의 길로 들어섰다. 오픈뱅킹, AI 기반 자동화, 블록체인 실험은 모두 핀테크의 도전에서 비롯된 변화였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오늘날 스테이블코인이 그 흐름을 잇고 있다. 핀테크가 은행을 디지털화했다면,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업의 혁신을 완성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안정적인 자산에 연동되어 가격 변동성을 줄이면서도 블록체인의 효율성과 개방성을 활용한다. 씨티그룹 보고서는 향후 5년 내 시장 규모가 4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현재 유통되는 스테이블코인의 90% 이상이 미국 달러 기반이라는 사실은 달러 패권과 미국 규제 환경의 안정성이 결합한 결과다.
투자자와 기업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빠른 결제, 저비용 송금, 투명한 기록 관리의 이점을 누린다. 이는 기존 은행의 핵심 기능—예금, 결제, 송금—을 다시 정의하는 변화이다.
JP모건 CEO 제이미 다이먼은 오랫동안 암호화폐 회의론자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그는 “JP모건이 스테이블코인 분야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미 JPM 코인을 통해 기관 간 결제와 유동성 관리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다중 통화 확장까지 모색하고 있다. 이는 은행 내부 인프라 혁신을 넘어 글로벌 결제망에 스테이블코인을 접목하려는 의지다.
씨티그룹 CEO 제인 프레이저는 실적 발표 자리에서 “디지털 자산은 핀테크 혁신 이후 금융 디지털화의 다음 단계”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씨티가 스테이블코인 준비금 관리, 온·오프램프, 암호화폐 수탁, 토큰화 예금의 네 가지 핵심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토큰화 예금은 가장 활발히 추진되는 영역으로, 글로벌 고객의 24시간 다중 은행 결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씨티의 핵심 무기다.
씨티는 2025년 2분기 순이익 40억 달러, 매출 217억 달러를 기록하며, 디지털 자산 전략이 단순한 미래 대비가 아니라 실제 성장의 한 축이 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기술은 이미 준비되어 있으며, 규제 명확성이 확보되면 즉시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 밝혔다. 이들은 기존 Zelle 네트워크와 유사한 스테이블코인 결제 생태계를 구축하려 하며,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인프라 전략을 구상 중이다.
웰스파고는 토큰화 달러 기반의 국경 간 결제를 내부적으로 실험 중이다. 향후 타 통화와 글로벌 네트워크까지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실시간 B2B 무역 결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은행업의 혁신은 단순히 기술 채택에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수익원 창출: 디지털 자산 수탁, 준비자산 매입·관리, 맞춤형 대출·투자 상품 등 은행 고유의 강점과 결합한 신상품이 등장한다.
신뢰 기반 서비스: 규제 준수와 평판은 민간 발행사가 제공할 수 없는 은행의 핵심 경쟁력이다.
예금 모델의 변화: 스테이블코인은 전통적 예금 의존도를 낮추고, 준비자산 기반 신뢰 구조를 새롭게 만든다.
핀테크가 은행의 운영 방식을 바꿨다면,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의 정체성을 다시 쓴다.
CoinLaw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DeFi 시장은 2024년 300억 7천만 달러에서 2029년 1,786억 3천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5년까지 시장은 427억 6천만 달러에 도달하여 상당한 초기 단계 가속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CAGR) 43.0%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빠른 채택과 강력한 투자자 신뢰로 증가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규제 명확성과 조정이 채택을 촉진하고 위험을 줄이며 소비자를 보호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의회는 스테이블코인 법안 통과를 서명했으며, 이는 은행과 발행사가 공존할 제도적 틀을 마련할 것이다. 균형 잡힌 규제는 자금세탁, 사기 방지와 함께 혁신을 촉진하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핀테크는 은행을 IT 기업으로 만들며 디지털 전환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것은 변혁의 절반이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은행업의 완전한 혁신을 완성하고 있다. 씨티,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의 행보는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전통 은행업이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다시 태어날 때,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금융 시대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