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국내 외국인 급여 지급
전 세계 노동시장은 이제 국경을 넘어 확장되고 있다. 원격 근무와 플랫폼 경제가 일반화되면서 기업들은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필요할 때 적합한 인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즉시 활용하고자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크게 다르다. 특히 개발도상국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 근로자들은 해외 송금과 금융 접근성 문제로 인해 경제 활동에 불편과 불안을 겪는다.
은행 계좌를 개설하기 어렵거나 불법 체류 상태로 인해 금융 서비스 접근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송금 수수료와 환전 과정에서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하고, 돈이 본국으로 도착하는 데 수일에서 수주가 걸리는 경우도 흔하다. 이러한 금융 제약은 노동자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기업의 글로벌 인력 활용에도 큰 제약이 된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에 1:1로 연동되어 가격 변동성이 거의 없고, 블록체인 기반으로 몇 초 만에 전 세계로 송금이 가능하다. 단순 송금을 넘어, 프로그래밍 가능한 화폐로 발전하면 자동 임대료 납부, 실시간 급여 지급, 초단위 소액 결제 등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경제 활동도 현실화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 화폐 속도를 높여 경제 성장률 자체를 끌어올릴 혁신적 잠재력을 가진다.
실제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HRM 플랫폼 Remote.com은 글로벌 결제 인프라 기업 Stripe와의 협업을 통해 2024년 12월부터 USDC를 활용한 스테이블코인 급여 시스템을 69개국에서 출시했다. 스케일 AI 역시 미국 달러에 1:1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USDC를 활용해, 글로벌 분산팀(계약자·직원)에게 급여를 송금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 기업은 해외 원격 근무자에게 USDC로 급여를 지급할 수 있으며, 근무자의 지갑에는 수초 내에 자금이 도착한다. 고용주 계정에서는 달러가 출금되며, 근무자는 기존 은행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급여를 받을 수 있다. Remote.com가 스케일AI가 전통적인 은행 대신 스테이블코인(USDC 등) 기반 급여 지급을 선택한 핵심 이유는 빠른 글로벌 송금, 비용 절감, 금융접근성, 안정성 등 혁신적 실효성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급여 지급의 가장 큰 장점은 개발도상국 노동자의 금융 접근성을 개선한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달러 계좌를 보유하지 못한 프리랜서들이 글로벌 노동시장에 참여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 기반 계좌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더 많은 노동자가 전 세계 고용주와 직접 연결될 수 있게 되었다. 나이지리아의 한 프리랜서는 기존 은행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송금 및 환전 수수료가 약 10%에 달했지만, USDC를 이용하면 2% 미만으로 줄어들고 송금 시간도 1주일에서 몇 분으로 단축되었다.
이 혁신은 이제 국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법무부 집계에 의하면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는 2025년 6월 기준 273만 명에 달하며, 이 중 불법체류자는 약 40만 명으로 집계된다. 증가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상당수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급여 지급을 선호하고 있다. 특히 기존 금융 시스템 접근이 제한된 불법체류자나 단기 체류 근로자에게는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비공식 화폐’ 역할을 한다.
국내 체류 외국인 노동자는 주로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 출신으로, 자국 통화 가치가 불안정하거나 은행 인프라가 미비한 경우가 많다. 스테이블코인은 스마트폰과 디지털 지갑만 있으면 별도의 은행 계좌 없이도 돈을 주고받을 수 있다. 실제 사례에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 블록체인 위크 2025’에서는 홍콩 기반 블록체인 기업 애니모카브랜드 CEO가 “홍콩에서 동남아 출신 가사도우미들이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고향으로 송금할 때 수수료가 많게는 50%까지 발생했지만, 스테이블코인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수수료와 송금 시간이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 뒤에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스테이블코인으로 급여를 지급할 경우, 지갑 주소를 잘못 입력하거나 사기를 당하면 구제받기 어렵다. 블록체인 특성상 거래 기록은 영구히 남지만, 은행처럼 중개자가 없어 실제 피해 구제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한국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모든 금품을 포함하지만, 스테이블코인 급여는 비공식적으로 지급되는 경우가 많아 임금 체불이나 노동 착취가 발생해도 정부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또한 국내 외환시장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와 연동되기 때문에, 국내 체류 외국인이 이를 본국으로 송금하면 실질적으로 달러가 한국에서 빠져나가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낳는다. 규모가 커지면 환율 변동성과 외환 수급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모는 2024년 기준 약 5조6600억 달러, 한화로 약 8000조 원에 달하며, 2020년(5607억 달러)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및 국내 외국인 노동자에게 명확한 효용성을 제공한다. 송금 속도와 수수료 절감이라는 직접적 혜택뿐 아니라, 기존 금융 시스템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글로벌 경제로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동시에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새로운 경제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술이다.
하지만 혁신과 편리함의 이면에는 반드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국내 외국인 노동자 급여의 투명성 확보, 노동권 보호, 외환시장 영향 관리 등이 병행되지 않으면, 스테이블코인은 ‘편리한 비공식 화폐’로서 그림자 경제를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스테이블코인의 기술적 장점을 살리면서도, 법적·제도적 안전망을 함께 구축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노동시장과 국내 외국인 노동자의 금융 접근성을 혁신적으로 바꾸고 있다. 몇 초 만에 송금 가능한 실시간 급여, 낮은 수수료, 국경을 넘어선 금융 접근성은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노동시장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경제와 사회 구조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