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수탁 사업 시장이 뜨다

은행의 다음 먹거리, ‘보관’에서 시작된다

by 꽃돼지 후니

디지털자산 시장은 빠르게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초기에는 거래소와 개인 투자자가 시장을 이끌었지만, 이제는 기관과 법인 중심 구조로 재편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 바로 디지털자산 커스터디(수탁)다.

디지털자산 수탁사업1.jpg 디지털자산 수탁시장 현황 - 출처:그랜드뷰리서치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자산 수탁 시장은 2023년 약 6,830억 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23.6% 성장해 2033년 4조 3,78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순한 성장 산업이 아니라, 금융 인프라 급으로 확장되는 시장이라는 의미다.

자산이 커지고, 투자 주체가 기관으로 바뀌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안전한 보관, 통제, 관리다.
이 지점에서 전통 금융기관, 특히 은행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자산 수탁사업2.jpg 디지털자산 수탁사업 마켓 현황 - 출처:브랜드뷰러서치

그러나 해외에서는 디지털자산 수탁 사업이 전통 은행보다 전문 기관형 플레이어에 더 적합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자산 수탁은 단순 예치가 아니라 콜드월렛·다중서명·키관리·온체인 모니터링 등 고도의 기술 역량과 24시간 실시간 운영 체계를 요구한다. 이에 따라 BNY멜론·스테이트스트리트 같은 일부 대형 은행을 제외하면, 피델리티 디지털애셋, 비트고, 코인베이스 커스터디 등 기술 중심 기관이 빠르게 시장을 선점했다. 이들은 은행보다 규제 대응이 유연하고, ETF·토큰화 자산·프라임 브로커리지까지 연계 확장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기관투자자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수탁 시장은 은행이 직접 주도하기보다, 전문 기관과의 역할 분담 또는 파트너십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커스터디는 은행의 ‘가장 자연스러운 진입로’

디지털자산 커스터디는 은행 입장에서 가장 진입 장벽이 낮은 영역이다. 이미 은행은 수십 년간 유가증권 수탁, 신탁 자산 관리, 글로벌 커스터디, 자산 보관·결제·정산을 수행해 왔다.

디지털자산 수탁은 기술적으로는 새롭지만 업무의 본질은 은행의 기존 역할과 매우 유사하다.

이 때문에 국내 은행들은 “직접 가상자산 거래를 하거나 투자하는 영역”보다는 수탁·관리·인프라 영역에서 먼저 발을 들이고 있다.


국내 디지털자산 수탁 시장 현황과 은행들의 전략

현재 국내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시장은 은행이 직접 진출하지 못하는 제도 환경 속에서 합작법인(JV) 또는 지분 투자 형태로 형성돼 있다.

디지털자산 수탁사업.jpg 국내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시장 현황출처 : IT조선(https://it.chosun.com)

주요 플레이어와 은행 참여 구조

한국디지털에셋(KODA) - KB국민은행 + 해시드 합작 최근 100억 원 규모 시리즈A 투자 유치 교보증권, 한화투자증권, IBK캐피탈 등 금융사 합류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참여 금융사가 지분 과반 확보 신한벤처투자, NH투자증권 등 추가 합류


비댁스(BDACS) - 우리은행 지분 투자, 우리은행 계좌에 100% 원화 담보 예치 구조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KRW1’ 발행


비트고코리아(BitGo Korea) - 하나은행 + 글로벌 수탁사 BitGo 합작 현재 VASP 신고 절차 진행 중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은행은 ‘앞에 나서기보다 뒤에서 인프라를 쌓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는 규제 리스크를 관리하면서도 향후 제도화 국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이다.


왜 은행은 커스터디에 집중하는가

은행들이 커스터디를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① 기관 시장의 필수 인프라

기관투자자는 개인과 다르다.

대규모 자산

장기 운용

내부 통제

회계·감사·리스크 관리를 요구한다.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주체는 거래소보다 은행에 가까운 커스터디 사업자다.


② 수수료 기반의 안정적 수익 모델

커스터디 사업은

자산 보관 수수료

관리·운용 수수료

프라임 브로커리지 연계 수익을 창출한다.

이는 금리 변동에 민감한 예대마진과 달리 비이자 수익 중심의 안정적인 구조다.
2026년 이후 NIM 하락이 예상되는 은행 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사업이다.


③ 스테이블코인·STO의 필수 기반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STO), 암호화폐 ETF가 확대될수록 그 기초 인프라는 반드시 수탁을 필요로 한다.

준비금 보관

토큰 자산 관리

온체인·오프체인 자산 연결

커스터디는 단독 사업이 아니라 디지털자산 금융 생태계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된다.


해외 시장: 수탁은 이미 ‘금융 패권 경쟁’

해외에서는 수탁 시장이 이미 한 단계 앞서 있다.


글로벌 주요 플레이어

BitGo- 글로벌 최대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다수의 ETF, 기관 자산 수탁 다중서명·콜드월렛 표준화

Coinbase Custody- 미국 ETF 운용사들의 핵심 파트너 기관 대상 프라임 브로커리지 확장

Fidelity Digital Assets- 전통 금융사 기반 연기금·기관 대상 신뢰도 높은 수탁

BNY Mellon -세계 최대 수탁은행 디지털자산 커스터디를 기존 글로벌 수탁과 통합

이들 사례는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 “디지털자산 수탁은 은행이 할 수밖에 없는 사업”

이유는 디지털자산 수탁은 기술 경쟁이 아니라 신뢰와 책임의 경쟁이기 때문에 결국 은행이 맡을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 기관투자자와 ETF, 연기금은 해킹 위험보다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 주체와 제도권 보호를 더 중시한다. 은행은 자본규제, 내부통제, AML·KYC, 상시 감독 체계를 이미 갖춘 유일한 주체다. 또한 수탁·결제·정산·담보·보고를 하나의 프레임으로 제공할 수 있어 기관이 요구하는 원스톱 인프라에 가장 적합하다. 위기 시 중앙은행·감독당국과 즉시 연결되는 최종 안전망 역시 은행만의 강점이다. 결국 디지털자산 수탁은 혁신 사업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의 마지막 책임을 지는 인프라 사업이며, 그 역할은 은행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


향후 전망: 커스터디에서 프라임 브로커리지로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다음 단계는 ‘통합 디지털자산 프라임 브로커리지’다.

수탁

결제·정산

대출·레버리지

유동성 공급

파생상품 연계

이 모든 기능을 하나의 금융 인프라로 묶는 모델이다. 전통 금융에서 골드만삭스, JP모건이 했던 역할을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재현하는 구조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의 말처럼,

“가상자산이 더 이상 대안적 자산이 아니라
제도권 금융의 핵심 인프라로 편입되고 있다.”

‘보관’이 곧 ‘지배력’이 되는 시대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거래를 중개하느냐가 아니다.
누가 자산을 보관하고, 통제하며, 신뢰를 제공하느냐다.

은행은 이 영역에서 이미 강자다.
그리고 커스터디는 은행이 디지털자산 시대로 들어가는 가장 안전하고, 가장 전략적인 입구다.

2026년 이후 디지털자산 시장은 ‘누가 코인을 발행했는가’보다 ‘누가 자산을 맡기기에 가장 안전한가’로 재편될 것이다. 그 중심에 디지털자산 수탁 사업을 선점한 은행들이 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디지털자산 수탁은 혁신 사업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사업”이고, 그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주체는 결국 은행이 가장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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